“백 겁으로 지은 업장, 한 생각에 없어져라. 죄도 없고 마음 없어 그 자리가 비었으니, 빈 마음 그 자리가 진정한 참회일세”

노란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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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글]] 통일덕후의 남북화해와 평화네트워크 워크샵 2일째 (0) 2015/12/21 PM 09:33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에서 주관한 ‘남북화해와 평화네트워크 워크샵’ 2일째를 맞이하여

통일 문제 전문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민족화해센터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하룻밤을 묵은 스님은 아침 9시부터 다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2015년을 성찰하고 2016년을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는데,

특히 어제는 1,2마당을 통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각 분야의 논의들이 있었고,

오늘 오전에는 그 연장선 상에서

‘2016년 북한 및 동북아 국제정세 전망’에 대해 외교, 안보, 국방 등

각 분야별로 살펴보는 자리로 제3마당이 열렸습니다.

발제자가 따로 없이 모든 분들이 발제성 토론에 함께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먼저 북한 정세에 대해서는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님과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님이 발표를 해주었고,

미국 정세에 대해서는 마상윤 카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님과

박영호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 교수님이 발표를 해주었고,

일본 정세에 대해서는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님과

최희식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님이 발표를 해주었고

중국 정세에 대해서는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님이 발표해 주었습니다.

각각의 발표를 들은 후 조민 평화연구원 원장님은

“미국이 20여 년 이상 해온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 정책의 성과가 무엇인지

총평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고,

북한 끌어안기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새판을 짜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약 4시간에 걸친 발표와 토론 내용을 경청한 후 마지막 총 정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겉과 속이 어떻게 다른지,

북한의 지금 상황을 살펴보면 통일을 위한 기회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

남한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깊은 있는 분석을 해주었습니다.








“아주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고 저도 대부분 여러분들 말씀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다만 조민 박사님께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하신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내건 정책목표인 ‘북한 비핵화’는 분명히 실패한 게 맞습니다.

그런데 실제 미 국방부나 북한 문제 담당자들을 제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들은 전혀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외부적으로 내건 목표와 내부적인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부적인 목표는 한국을 대중 전선, 즉 미일동맹 체제에 끌어들이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한일 간 군사정보교류협정을 맺는 것은

결국 남북관계의 긴장으로 목표가 달성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드(THAAD) 배치를 관철시키려고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 덕분에 일단 한숨 돌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부가 끝까지 버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대통령 개인의 고집으로 버틴다고 봐도 될 정도예요.

어쨌든 이 문제 때문에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과 중국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상충되는데,

현시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미국을 설득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가는

국가적으로 매우 큰 과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은 한미동맹의 위상을 좀 더 분명히 정해야 해요.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에 따른 하위변수로서 한국의 위상을 정하는 한미동맹이냐,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고 하는 문제에서만큼은 한국의 이익을 더 우선시 하되

나머지는 우리가 미국에 협조하는 자주적 한미동맹이냐를 정해야 합니다.

패전국인 일본조차 이제는 자주적인 입장에서의 미일동맹으로 갔는데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이 부분을 정립하지 못하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자기 위치를 찾기가 어려워져서 자칫하면

양쪽 모두로부터 팽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가 겉으로 내놓은 평가와 내부적인 평가가 달라요.

천안함 사건 때도 하는 이야기가

‘한국의 우방이 미국인지 중국인지를 확실히 보여줬잖냐’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싶습니다.

그리고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오바마 정부처럼 북한 문제를 풀기는 더 어려워질 겁니다.

클린턴의 성격이나 여러 요소로 봐서요.

북한 문제를 풀려면 오히려 트럼프 같은 사람이 더 유리할 수 있어요. (청중 웃음)

트럼프가 북한과 성격이 통하잖아요.

상대가 트럼프라면 클린턴이 당선 되겠지만 상대가 루비오라면 상황이 달라져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대체로 흐름이 그렇지만 아직은 변수가 좀 더 있다고 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시장화는 되돌이키가 좀 어렵다고 봅니다.

과거에 몇 번 되돌이키다가 북한이 망가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쉽게는 되돌이키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정책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북한을 적이 아니라 그냥 한 나라로 생각해보면

어떤 나라도 안보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경제 정책을 추진하지

안보를 포기하고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는 없어요.

원래 북한의 전략은 평화협정을 맺어서 북미관계를 개선하면서

안보를 유지한 다음에 경제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이었는데

이게 안 되니까 결국은 핵으로 무장하고 경제 정책을 추진하려는 거예요.

핵무장을 통해 ‘우리를 건드리면 너희도 죽고 우리도 죽는다’라는 걸 보여주면서

경제 정책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전에 안보 부분이 불안정할 때와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다만 북한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은 지극히 민간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중국에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것과 간단한 소비재 생산의 결과일 뿐 국가 경제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비료, 철강, 철도 같은 문제의 개선에는 지금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생활적 측면에서의 발전이긴 해도 국가 경제의 건전성과는 동떨어진 문제라서

이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계획 경제이다 보니 돈을 가진 사람은 국가 소유 회사에 투자해야 하고,

제대로 운영하려면 권력과 결탁해야 하고, 권력은 돈이 없으니까 돈을 구해야 해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권력자라고 해도 돈이 없으면 아주 푸대접 받는 분위기라고 해요.

또 돈이 있는 사람은 권력자를 안 잡고는 사업을 할 수가 없는 구조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결합한 권력이 최고 권력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이지,

그렇지 않다면 시장화는 쉽게 뒤집어질 수 없으리라 봅니다.

현재로서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에게 얼마나 버틸지가 남한의 과제라면

중국에 얼마나 오랫동안 고개를 안 숙이고 버틸 수 있을지가 북한의 과제입니다.

통일이나 평화 문제를 생각해보면 내부의 혼란이 아니라 이게 관건인 것 같아요.

남한에게도 북한에게도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뭐가 진행되든 2018년에 가서야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씀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 면에서, 2017년에 들어설 한국 정부가 ‘진보냐 보수냐, 여당이냐 야당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국가의 최고 목표로 두고,

이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가 들어설 거냐’가 문제예요.

그런 지도자나 정치 집단,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다면 통일의 기회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변화 속에서 결국은 통일의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금 내리는 평가가 평가로만 끝나지 않아야 합니다.

북한은 역량으로 보나 어느 면으로도 더 이상 통일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남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남한은 미국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고, 중국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고,

북한을 포용해서 이끌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열쇠는 남한이 쥐고 있고,

남한 안에서도 특히 민간이 아니라 정부가 쥐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국민이 선택하니까, 그런 정부가 들어서려면 국민이 그만큼 깨어있어야 해요.

과연 지금 우리 국민이 그 정도 깨어있느냐가 사실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 구성될 정부를 ‘진보 정부’라고 자꾸 명명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내세워야 할 정부는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 국

제 정세와 국내 상황을 살펴서 평화적 통일이 국가의 비전이라는 확신을 가진 정부입니다.

평화적이지 않은 통일은 현실에도 안 맞고 부작용이 엄청납니다.

통일하자고 해서 당장 정치, 군사적으로 통일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국가 목표를 ‘통일한다’라고 정하는 게 중요하지,

실질적인 통일은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북한이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면서 가면 됩니다.

그러나 일단 통일을 한다고 국가 방침을 정하면

북한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나 외교의 관점이 완전히 달라져요.

투자를 하더라도 선투자의 개념이 되니까

나무를 심거나 철도를 놓는 등 수많은 선투자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통일이라는 목표가 딱 정해져 있으면 북한이 난동을 피워도

그걸 위험으로써 관리하지, 대응해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 것이니 관리를 한다’라는 관점으로 앞서서 포용해낼 수 있어요.

저는 국가가 그런 방침을 정하는 게 통일이지,

남북한이 정치군사적으로 하나 되는 통일에 걸리는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과연 그런 방침이 서 있는지 물어본다면

아직은 그런 방침이 서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스님의 마지막 정리말씀을 듣고

전문가들도 모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통일을 생각하니 지금 우리 정부의 반대되는 모습에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회를 맡은 권영경 교수님은

“스님께서 9.19 공동 성명을 내는데 많은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도 스님께서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해주셔야 할 시점에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전문가들도 다함께 어려운 난국을 돌파할 지혜를 모아보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제3마당 토론을 모두 마쳤습니다.

열띤 토론을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이곳 ‘민족화해센터’ 옆에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도하기 위해

천주교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세운 성당인데,

성당 앞에서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평화재단은 좌, 우, 중도를 모두 포용해서 통일로 나아가는 단체라는 의미를 담아

왼쪽으로 머리를 기울여서 찰칵, 중간에 멈춰서 찰칵,

오른쪽으로 머리를 기울여서 찰칵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 좌, 우, 중도를 모두 포용한다는 뜻을 담아 즐겁게 사진 촬영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을 찍자 전문가 분들도 너무나 기뻐하며 웃었습니다.

2016년에도 이렇게 즐겁게 통일 운동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부터는 마지막 제4마당이 열렸습니다.

‘통일코리아, 사회 공감대 확산을 위한 연대’를 주제로 통일운동 단체와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분들의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이자형 한백통일재단 이사장,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임강택 평화나눔연구소 소장,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노옥재 평화재단 사무총장 등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다야한 단체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2016년에는 어떤 활동을 도모해볼지 열띤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역시 마지막 순서로 모든 발표와 토론을 경청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발표자 중에 한 분이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에 대한

지원 정책과 한국에 이미 들어와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했는데,

이에 대한 스님의 의견을 먼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조선족에 대한 정책과 탈북자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시니까

저도 함께 생각해 볼만한 아이디어를 하나 던져 보겠습니다.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이 중국에 살 때는 한중 축구시합에서 다 한국을 응원하지만,

한국 와서 한 5년 살면 한중 축구시합에서 다 중국을 응원해요.

우리가 조선족들에게 적응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렇다고만 볼 건 아닙니다.

이건 인간의 심리적 측면이에요.

조선족이 중국에서 살 때는 중국에서 소수자로 차별을 받기 때문에

한국에 동료의식을 느끼는 한편 중국에 반감이 생기고,

이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살아보면 다시 소수자라고 느끼기 때문에

자기의 정체성을 중국에서 찾는 겁니다.

북한 사람도 북한에 살 때는 한국이 천국 같은데,

한국에서 살아보면 자기는 한국에서 제일 뒤처지는 사람이니까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북한 사람도 없고,

한국에 불만이라고 해도 중국으로 돌아가서 살 조선족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은 남과는 원수 될 일이 없는데, 좋아서 결혼한 사람과는 살다보니 원수 되는 것과 같아요.

같이 사는 데 기준을 두고 보기 때문에 부부간에 원수가 되잖아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기 눈에 제일 좋아 보이는 사람을 골라서 같이 살게 되었는데도

원수가 되는 게 누군가의 잘못은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을 한국에 데려오거나 북한 사람을 한국에 데려오는 게

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은 중국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여기서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거기서 조선족이 한족보다 더 잘 살도록, 조선족 학교가 한족 학교보다 더 훌륭하도록,

또 조선족 학교에서 공부하면 북경으로 유학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조선족은 거기서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어요.

미국 교포들도 처음에 미국에 갔을 때는 미국이 천국 같았지만

좀 살다보면 고국이 그리워서 다시 오려고 해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면 다시 한국에 온갖 불만이 생기니까

도로 보따리 싸서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청중 웃음)

이런 점도 고려해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어떤 정책을 세울지 돌이켜봐야 합니다.

한국인도 지금 일자리가 부족한데 조선족을 여기서 출세시켜주려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잘 나가던 사람이 여기 와서 3D업종에 종사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건 절대로 좋은 민족 정책이 아닙니다.

중국에 살며 중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중국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조선족이

200만 명이나 된다는 게 한국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재산이에요.

그런 조선족이 중국 안에서 출세하도록,

즉 중국 정부의 고위직에 올라 지도자가 되고 중국에서 사업해서 성공하도록

지원을 해준다면 이들도 우리에게 중국 교포로서 어마어마한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적으로 이런 장기적 전략이 없기 때문에

그저 ‘불쌍하니까’라는 관점에서 단기적으로만 접근하거든요.

이런 상태로는 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오래 살게 되면 반드시 불만 세력이 됩니다.

한국에 와서 돈을 좀 벌다가 돌아가도록 하면,

즉 중국에 돌아가서 투자하여 살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하도록 도와주면 오히려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장기적 전망을 생각해보면 20년 뒤 한국에 대한 최고의 저항세력이 되거나

극단적으로는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불안 요인은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입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말도 잘 못하고,

차별 받아서 심리가 불안한 엄마들에게 양육되기 때문에 아이 심리도 불안한데다가,

학교에서 혼혈이라고 차별받는데 국적은 또 한국이어서 정체성 혼란도 겪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20대, 30대가 되면 한국사회의 엄청난 불안요소가 될 거예요.

국가 지도자가 20년 후를 대비해서 이주 여성들의 자부심을 키워주고,

학대받지 않도록 도와주고, 그 자녀들이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심리치료해 주는 일에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 하는 것보다 두세 배 더 투자해야 해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문제 차원으로 봐서 이렇게 투자해야

그들이 한국 국민으로서 수용됩니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국가지도자들이 공동체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 없다는 겁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한반도 통일을 고려했을 때 해외 교포들에 대한 정책,

탈북자들에 대한 정책 등이 어떠해야 하는지 명쾌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사회 적응 문제를

강조한 부분은 우리들이 간과해왔던 많은 점을 되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통일을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왜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무관심해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통일을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통일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람이 많은 이유는 우리가 통일을 안 하고도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분단된 상태로도 경제도 발전하고, 민주화도 되었고, 국방도 튼튼해졌기 때문에,

생각으로는 ‘통일해야 된다’고 하지만 마음은

‘통일 안 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해서 통일을 향한 동력이 없어요.

소수만 통일 문제를 이야기하지, 일반인들은 안 하는 겁니다.









그런데 분단된 상태로도 경제가 성장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평화가 유지되기는 더 이상 어렵습니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한반도의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고,

국내적으로는 부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이 상황에서 통일 없이는 결코 돌파구가 없어요.

통일을 하지 않고는 경제성장도 정체되고,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민주주의도 후퇴한다고 할 정도로 정체되고,

국방은 튼튼하지만 안보는 불안해져서 결국 우리의 행복도가 떨어집니다.

우리 민간에서 평양 좀 다녀오고 남북교류 좀 한다고 통일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국가가 통일만이 유일한 길이자 최고의 길임을 알아서

그에 따른 비전을 가지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해요.

저는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를 형성해야 한다’라는

국가적 방침을 정하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방침을 정해 버리면

북한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 어차피 하나가 되어야 하니 우리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예컨대 ‘내가 저 여자와 결혼하겠다’라고 마음을 먹으면

상대가 선물을 집어던졌을 때 주워서 다시 갖다 줘야 결혼을 할 수 있죠.

집어던진다고 상대를 욕하면 결혼은 물 건너 가는 거예요. (청중 웃음)

그런 관점에서 통일 문제를 다뤄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적인 통일이 언제 되느냐는 우리가 아니라 북한주민이 선택할 일입니다.

우리는 통일을 염두에 두고 모든 국가정책을 시행할 뿐이에요.

북한주민이 보기에 합치는 게 좋겠다고 하면 합치고,

따로 사는 게 좋겠다고 하면 10년이든 20년이든 기다려주면 돼요.

그렇게 되면 저쪽에서 통일하겠다는데 하지 말자고 해도 말이 안 되고,

하기 싫다는 걸 강제로 끌고 와도 민주주의에 어긋나요. 이런 관점이 잡혀야 합니다.

‘통일’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휴전선을 걷어내고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온갖 부작용을 자꾸 염려하는 거예요.

통일비용 문제에 대해서 저는 ‘통일비용은 없다. 하나도 안 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거나 북한을 개발하는 건

전부 투자에 속하는 것이지 비용이 아니에요.

투자야 빚내서 해도 됩니다. 투자비용은 엄격히 말하면 비용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북한주민들이 현재 월급이 한 달에 30불, 하루에 1불인 지금은

북한주민에게 일당 1불만 주면 산에 나무를 심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당장 정치적으로 통일을 해서 북한주민이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면

일당 50불을 줘도 나무 심는 일을 시키기 어려워요.

그렇게 계산해 보면 지금 투자해두면 천문학적인 이익이에요.

이렇게 일정한 과정을 거쳐가면서 통일할 것을 계산하면 엄청난 이득인데,

이걸 당장 오늘 통일했다고 치고 계산하면 들어가는 돈이 복지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 거예요.

그러니 북한에서 ‘통일하자’ 라고 해도 지금은 ‘좀 기다리라’고 말해야 될 판인데,

‘안 하겠다’라고 하는 걸 군사력을 내세워 억지로 하겠다면 그건 거의 바보 수준입니다. (청중 웃음)

그렇게 하면 통일은 대박은 커녕 완전히 쪽박 차는 것이 되는 거예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마운 것은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정부가 나서서

긍정적으로 바꿔놓아 주어서 우리가 통일을 위해 반정부 운동을 안 해도 되게 해주었다는 거예요.

민간단체에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 열성적으로 앞장서고 있잖아요. (청중 웃음)

우리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관변단체가 아니라 순수한 민간단체잖아요.

그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정부가 통일 대박론을 이야기하면서 통일지향적 방향으로 끌어주는 것은 받아들이되,

통일의 과정과 내용은 상생할 수 있는 길로 갈 수 있게끔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합니다.

또 ‘통일은 제외하고 평화만 이야기하자’ 혹은 ‘두 국가로 가자’라고 하는 건

작은 문제로 전체를 자꾸 흐리는 거예요.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통일국가를 형성해야만

중국과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분단 한국은 할 수 없는 역할입니다.

분단된 상태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하니까 뒤통수를 맞는 겁니다.

내 편에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나서서 ‘내가 중간에서 조절할게’라고 하면

누구든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건 분단 한국이 아니라 통일 한국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 때는 시기적절한 시점에서 내놓아야 합니다.

20년 후에 내놓아야 할 정책을 미리 내놓으면 현실에 안 맞아요.

크게 보면 통일하는 게 낫고, 통일만 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공동체로 나아가야 하고,

더 크게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아시아로 올 것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런 그림을 그려볼 때 통일은 필수적이지만, 우리의 노력 없이 통일이 저절로 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통일의 부작용은 최소로, 상승효과는 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아까 이야기한대로 많은 문제들을 고려하여 서두르지 않되 방침은 정해야 하고,

결정은 북한주민들이 하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개혁해야 할 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통일은 놔두고 우리 사회부터 개혁하자고 해도 안 되고,

무조건 한국사회를 통일사회에 적용시켜도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요.

한국사회가 통일의 모델이 되려면 정치적으로는 지방자치가 더 발전해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복지사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식의

그림을 그려가면서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해요.

이건 국가 외에는 누구도 할 수 없어요.”








통일을 하겠다고 국가 목표와 방침을 정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는 말씀에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문가들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공감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토론 과정에서 몇몇 분들이

“지금 통일 운동이나 평화 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많이 침체되어 있다”고 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이 염려가 되었는지 스님은 1박2일 동안의 워크샵을 마치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통일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전문가들을 위해

용기와 힘을 북돋우는 격려 말씀을 마지막으로 해주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겁니다. 일제시대 때 일제를 물리치고 독립할 가능성과

지금 통일할 가능성을 비교해 봤을 때 저는 통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70년대와 80년대에 독재정권과 싸워서 민주화를 성취할 가능성보다도

지금의 통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또 독립 운동할 때는 잘못하면 죽어야 했고, 민주화 운동할 때는 감옥 가야 했는데,

통일 운동은 그런 위험도 훨씬 적습니다. (모두 웃음)









가능성도 높고 위험도 적어요. 내부의 의견 차이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독립운동 진영도 수없이 갈라져서 서로 싸웠고,

민주화 운동도 ‘양김’부터 해서 많이 나뉘어 싸웠잖아요.

물론 통일 운동에 있어서도 국내에 여러 견해 차이가 있지만

이 차이는 독립운동 당시 ‘좌우’의 차이나 민주화운동 당시 NL이나 PD의 차이에 비하면

사실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통일이 실현되었을 때의 성과는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의 성과보다 엄청나게 큽니다.

이렇게 실현가능성은 높고 위험부담과 의견 차이는 적고 실현되었을 때

성과는 크니 한번 다같이 힘을 모아 통일할 만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통일이 안 되는 이유는 ‘안 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즉 ‘통일의 성과는 미래의 이익이지만

지금 당장 굶어죽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인간심리의 문제예요.

이걸 추동하려면 통일은 안 해도 그만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

안 하면 20년 후에는 한국이 앞으로 못 가는 정도가 아니라 뒤로 간다는 점을

정확하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리아처럼 저렇게 쫓겨 다녀야 되겠느냐?

전쟁 때문에 보따리 싸서 남의 나라로 도망가서, 거기서 또 차별받고,

가족이 죽는 사태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게 통일이다’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또 민주화나 독립보다 ‘통일코리아’는 훨씬 더 비전과 희망이 있는

그림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저는 통일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는데,

다만 우리가 지금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힘을 모아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비해 실현가능성은 높고

위험부담과 의견 대립은 더 낮다는 이야기에 모두 큰 웃음을 터뜨리며 아주 기뻐했습니다.

관점을 바꾸니 무거웠던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따뜻한 격려에 모두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즉문즉설에서처럼 통일문제 전문가들에게도 행복하고 보람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인도해주는 스님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워크샵 장소인 민족화해센터를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주셨고,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인 이은형 신부님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곧바로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이렇게 1박2일 동안의 워크샵을 모두 마치고 스님은 서둘러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민족화해센터를 나오니 바로 앞 강 건너에 북한 땅이 보여서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 강 건너 보이는 것이 북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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