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5년차인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얼마 전에 둘째를 낳았습니다.
제가 37살인데, 혼자 서울로 올라와서 자리도 잡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것도 욕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 마음속에는 아내에 대해 아직 한 가지 해결되지 않은 게 있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제가 아내를 무척 좋아해서 쫓아다니며 ‘결혼만 해 달라’고 했습니다.
막상 결혼해보니 생활습관이 다른 게 많아서 다툼이 잦았습니다.
그러나 아기가 일찍 생겨서 다투기보다는 빨리 육아를 같이 해야 해서 그냥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둘째를 가지면서부터 생활습관 때문에 서로 다툼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작년에 장인 어른께서
‘우리 딸이랑 살려면 법륜스님 말씀을 좀 들어보면 좋을 걸세’ 라고 권유해 주셨어요.
아내는 장점도 많습니다.
제 입장에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에 대부분은 해결이 된 상황인데, 아직 포기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제가 저희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가정적이고 좋은 남편으로 살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그래서 ‘땡’ 하면 집에 들어가고요,
아기는 무조건 제가 씻기고, 주말엔 무조건 놀아주고, 돈도 나름 벌고 있고요.
제가 딱 한 가지 필요한 게 있다면,
아내가 저한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한다. 수고한다. 고맙다’는 등 공감과 애정 표현을 해주는 거예요.
스님도 어떤 법문에서 ‘남자는 다루기 쉽다.
궁댕이만 두들겨 주면 된다’고 하신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도 그런 공감이나 사랑 표현이 필요합니다.
이건 제가 끝까지 내려놓지 못하겠어요. 그런 부분까지 제가 내려놓고 살아야 되는 건가요?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면 ‘설악산도 어차피 대답 안 하니까,
그렇게 살아라’라고 하실 것 같은데, 그런 말씀을 스님께 직접 듣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청중 박수)
여자들이 질문할 때는 남자들이 문제인 것 같았는데,
여러분, 이 젊은이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니까 어떠세요? 남편을 알아주고 격려해 주면 좋겠지요?
사람들한테는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해 주면 죽기살기로 달려가게 돼요. (모두 웃음)
여러분들, 이 젊은이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 남편도 저럴지 모르겠다’는 생각 좀 해 보셨어요?
(대중들) 예.
남편들 좀 격려해 주면 안돼요? (모두 웃음)
그런데 아내가 격려를 안 해 주는 걸 어떡해요? (모두 웃음) 물론 아내가 격려해 주면 금상첨화지요.
그런데 안 해 주는 사람을 만났는데 어떡해요? (모두 웃음) 이게 문제예요.
부드럽기 때문에 솜을 택해 놓고 자꾸 여기다가
‘쇠 같은 강함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것과 같아요.
날카롭기 때문에 칼을 선택했는데 ‘솜 같은 부드러움이 없다’고 자꾸 불평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이미 선택을 했는데 어떡해요?
보통사람은 10개 중에 마음에 드는 게 1~2개밖에 없고 8~9개가 문제라서 힘들어 하거든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8~9개는 괜찮은데 1개만 좀 해결해 달라는 거잖아요. (모두 웃음)
8개 정도 안 좋았는데 제가 스님 말씀 들으면서 6~7개 정도는 스스로 해결을 했고,
나머지 1개만 남았다는 겁니다. (모두 웃음)
나이 37살에 덩치도 저렇게 큰데, 무의식 세계는 아직도 유아적 사고를 갖고 있어요.
아직도 엄마가 머리 쓰다듬어 주고 볼 만져주면서 ‘아이고, 잘한다’ 하는 걸 그리워하는 거예요.
이걸 ‘사랑고파병’이라 해요. (모두 웃음)
지금 아내한테 엄마의 사랑을 원하는 거예요.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특히 3살 이전에 충분히 사랑을 줘야 됩니다.
그래야 사랑고파병이 안 걸립니다. 어릴 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못 받아서 지금 껄떡거리는 거예요. (모두 웃음)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사랑을 줘도 밥을 먹었지만 덜 먹은 것처럼 껄떡거리게 돼요.
질문자의 아내가 덜 사랑해 주는 게 아니고 질문자의 껄떡거림을 채워줄 만큼은 충분하지가 못한 거예요.
아내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껄떡거림의 문제예요.
질문자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 어른이 돼야 해요.
누가 칭찬해 주기를 바라지 마세요.
그리고 질문자가 처음부터 설거지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돌봤다면,
그런 문제들로 싸우면서 살다가 스님 법문 듣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아이도 돌보게 되면 아내가 좋아했을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결혼하자마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아내는 그게 너무 당연한 거예요.
여러분들이 엄마한테 섭섭한 게 있는 이유는, 엄마가 해 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남이 그렇게 해 줬다면 엄청나게 고마워했을텐데
엄마한테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숨을 쉬는 게 제일 중요한데, 매일 숨 쉬면서도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아내는 질문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예요.
‘아이는 내 아이일 뿐만 아니라 당신 아이이기도 한데,
자기 아이 자기가 돌보면서 무슨 칭찬을 바라느냐?
밥 먹고 설거지하는 게 무슨 칭찬할 거리냐?
같이 사는 데를 청소하면서 무슨 칭찬을 바라냐?
자기 옷을 자기가 빠는데 그걸 왜 내가 칭찬해 줘야 되느냐?’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사실이잖아요? (모두 박장대소)
그래서 그런 걸로 칭찬 받으려고 하면 안돼요. 알았지요?
예, 알겠습니다.
질문자는 ‘아내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아내가 없으면 어차피 아이도 질문자가 봐야 되고,
밥도 질문자가 해야 되고, 청소도 질문자가 해야 되잖아요.
‘아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문제예요.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돼요.
‘나하고 결혼만 해 주면 내가 뭐든지 다 할게’ 라고 했던 때로 돌아가셔야 된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아내한테 무릎 꿇고 ‘결혼만 해 주면 내가 뭐든지 다 할게’ 라고 했을 거 아니에요?
아내는 지금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해 놓고 왜 다 안 하느냐’ 는 생각만 하지,
질문자를 칭찬해 줄 생각이 전혀 없어요. (모두 웃음)
다 한다고 해 놓고 안 하니까 오히려 입이 나와 있을 거예요.
예, 맞습니다. 아기도 낳기 싫다고 했는데 둘째까지 낳았기 때문에 제가 사실 할 말이 없긴 합니다.
매일 아침 ‘저하고 결혼해 주고 살아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이러면 불평이 싹 없어질 거예요. 아내가 가버리면 질문자는 어떡할래요? (모두 웃음)
예.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많이 공감이 가네요
저것도 솔직히 많이 괴롭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