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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잡담] 우리집 차례는 광속으로 지냅니다 (8) 2014/09/09 PM 06:54
어제가 추석이었죠

추석하면 으레 생각나는 것은 차례

하지만 사실 이게 허례허식인 것은 님들도 알고 나도 알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 아는 그런 것이죠

그냥 조상을 기리고자 하는 옛 의식에서 출발한 이 차례는....뭔 개소리야

여튼 우리집은 차례를 졸라 빛의 속도로 지냅니다

어느 정도냐면 아침에 딱 일어나서 차례 상 차리려고 각잡는 시간이 절하는 시간보다 깁니다

이번에 재 보니 차례 준비하는데 - 산적 덥히고 생선 찌고 그릇에 음식담고 상펴고 지방 쓰고 등등등 - 1 시간

차례 지내는데 1타임당 약 7분

2회를 지내니 약 15분

과장 좀 보태서 밥 공기에 수저 꽂고 술 따른 후 절 하자마자 밥숟갈을 뽑고, 국그릇에 숟가락을 투척하자마자 절 한 뒤 화룡점정을 이루려는 기세로 숟갈을 뽑음과 동시에 물그릇으로 교체합니다

여기까지 약 7분이 소요되지요

섭씨 20도가 약간 넘는 선선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동생 저 3부자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뒤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어머니는 그때마다 어김없이 혀를 차시며 한 마디 하십니다

"조상님 체하겠소 좀 천천히 해요"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수저 뜰 틈을 안 주십니다

조상님이 만약 진짜 차례상에 오셔서 진지를 드신다면 아마 제 아버지는 국그릇을 얼굴에 별모양으로 끼얹음 당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합니다

수저를 쥐어든 손을 강제로 뺏어서 물그릇에 투척하십니다 물만 먹으라는건가

저희 친 할머니는 술이 약하셨는데 짧은 시간 안에 청주 원샷을 3잔이나 하셨으니 취기가 올라오셔서 돌아가시기는 하셨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여튼 올해도 우리집의 광속 차례는 어김없이 시행되었습니다

아버지 머릿속에 퀘스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됩니다

"퀘스트 : 15분 안에 절 6회를 완료하시오. 0/6"

올해 추석도 어김없이 헐레벌떡 진행되는 차례를 보시며 어머니는 기어코 한 말씀 하십니다

"그러다 벌 받겠네. 뭔 수저 뜰 틈도 안줘 이 양반들은?"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오늘 류현진 야구 몇 시부터 하더라....'

그 때문일까요

조상님이 노하신건지 천벌을 받고 말았습니다

자려고 누운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속이 미식미식 식은땀이 철철납니다

'아...이것은 좋은 체함이구나'

30분동안 식은땀을 줄줄 흘리다 화장실에 가서 오밤중에 똥꼬ㅆ...구토쑈를 시전했습니다

저녁에 먹은 김치찌개와 갈비찜을 열심히 확인하고 반 죽음이 되어 화장실에서 기어나온 저를 보며 어머니는 한 마디 하셨습니다

"거봐. 벌 받은겨."

사실 좀 억울합니다만 제가 장남이라 3부자를 대표해서 받은 모양입니다

조상님이 주신 구토의 맛 잊지 않겠습니다





다른 집은 차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네요

비슷하면 오늘 밤 꿈에서 조상님께 배틀을 신청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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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용캐    친구신청

총 4회정도 하는데 30분 안에 끝났던거 같기도 하고....
원래는 5회 이렇게 해야되는데 다 같이 지내기두 하고
저희도 드실시간을 안주긴 해요

Plastics    친구신청

저희도 비슷해요 해가갈수록 빨라지는 느낌입니다..

조디 홈즈    친구신청

저희집은 대략 30분 정도 걸렸습니다만 회의?에 1시간을 소모함..

염하형 죽희    친구신청

저희집은 시사때 총 7회하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모합니다.

나멜리아    친구신청

저의 집안도 후딱후딱하긴 한는데 그래도 진지드시라고 잠깐 멍때리고 있긴 하죠 ㅋㅋㅋ

HBH    친구신청

요리하고 차리는 게 일이지 차례자체는 간소하죠 ㅡ..ㅡ
아 밥 먹고 기름 발린 그릇 설겆이하는 것도 일이구나

색色고드름    친구신청

우리집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도전하러 가야겠습니다

거스터    친구신청

저희 집은 상 차리는데 한 한시간 정도 걸리고
차례지내는데 한 20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저희 집안은 느긋하게 지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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