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선생이 번역한 『논어한글역주』 제8장 태백편에 나오는 어록입니다.
8-21. 子曰 : “禹, 吾無間然矣. 菲飮食而致孝乎鬼神, 惡衣服而致美乎 黻冕, 卑宮室而盡力乎溝 洫, 禹, 吾無間然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禹)임금은 내가 흠잡을 틈이 없는 분이시다. 마시고 드시는 것을 아주 소략하게 하시면서도 하늘과 땅의 하느님께는 인간의 정성을 다하셨다. 당신이 평소 입으시는 의복은 조촐하게 하시면서도 의례용 무릎가리개와 면류관에는 아름다움을 다하셨다. 당신이 거하시는 처소는 보잘것없게 하시면서도 백성을 위한 치수(治水)의 도랑 파기에는 몸소 있는 힘을 다하셨다. 아~ 우임금은 진실로 내가 흠잡을 틈이 없는 분이시로다.”
도올 주석 (요약)
우는 요·순과 동시대의 사람으로서, 중국인의 의식 속에서는 항상 요·순과 동급의 성인으로 취급된다. 치수에 성공했다고 하는 것은 각 지역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작은 씨족공동체들이 더욱 강력하고 조직적인 정치체제로 연합되어 어떤 통일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하의 중류지방에 거대한 통일문명이 등장하게 되는 그 상징성의 정점에 우임금이 서있고, 치수사업이라고 하는 하부구조가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공자의 이 우임금에 대한 예찬이야말로 공자가 생각한 성인, 즉 인간세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모든 가치관의 핵심을 예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자기를 버려야 한다. 자신에 대한 모든 물질적·정신적 사치를 근원적으로 초월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리더가 될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비박하게 하고(菲飮食), 의복을 조악하게 하고(惡衣服), 궁실을 비천하게 한다.(卑宮室) 가장 쉬울 듯하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리더십의 자질에 속하는 속성이다. 문명의 개벽은 오직 리더의 자기를 버리는 헌신적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임금의 존재는 우리에게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뽑을 때 논어를 한 번이라도 읽어보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군요.
물론 공자의 기본적 가치가 증자라는 인물로 인해 유교화되면서 변질되고, 주자학을 받아들이면서 퇴폐적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어록 자체는 생생하게 살아있으니, 제대로 읽고 그 말씀을 실천했던 사람들이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해왔으면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엉망이 될일은 없었을텐데 말이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의 정치판에는 기독교인들이 다수니, 성경을 제대로 눈꼽만큼만이라도 읽었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는 않았을 텐데요. 분명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인들, 함석헌, 문익환, 안병문 등의 민족주의적이고 초대교회와 같은 종말론적인 사상과 그 가치는 어디에 버려졌을까요. 예로부터 내려오는 동양적 가치관도, 서양적 가치관도 버리는 지금의 실태를 보면 씁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