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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dern Times] 서교수의 아이유 3집-모던타임즈 리뷰 (1) 2013/10/18 PM 10:46


1. 을의 연애 (With 박주원) ? 작사: 아이유 /작곡, 편곡: 박주원

- 개인적으로 원래 박주원의 음악을 워낙 좋아하고 많이 들었기 때문에, 사실 처음에 데모를 받았을 땐 박주원 곡 치곤 기대에 비해 평범하다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막상 보컬 녹음을 하고 기타까지 새로 쳐놓고 나니까 생각보다 훨씬 괜찮게 완성된 느낌. 처음 녹음을 마친 후 모니터할 때 좀 밋밋하다는 의견들이 있어 통째로 갈아엎고 키를 높여 재녹음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훨씬 잘 나왔다. 아이유가 직접 작사를 했는데 가사 내용도 그렇고 특히 ‘을의 연애’라는 제목의 작명 센스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든다. 영문 제목을 붙일 때도(수록곡들의 영문 제목들은 내가 지었음) 이 어감을 최대한 살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해외 서비스용 음원의 제목은 ‘Love of B’가 되었다(영미권에선 ‘갑-을 관계’를 ‘A-B’라고 표현함).


2. 누구나 비밀은 있다 (Feat. 가인 of Brown Eyed Girls) ? 작사: 김이나 /작곡, 편곡: 윤상&east4A

- 앨범 제작이 진행되는 동안 내부 스텝들 사이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곡들 중 하나. 실제로도 타이틀 곡 다음으로 높은 음원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이유와 가인의 보컬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는데, 둘 사이의 기싸움을 하는 듯한 미묘한 텐션이 느껴져서 맘에 드는 곡이다. 원래 데모는 좀 더 딥한 일렉트로니카 넘버였는데 후반 작업 때 스트링이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가요스런 균형감이 생긴 듯. 개인적으로 현악기 소리를 워낙 좋아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지겠만 이 곡의 스트링 편곡은 유난히 맘에 든다.


3. 입술 사이(50cm) ? 작사, 작곡, 편곡: G.고릴라

-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녹음을 끝마쳤던 곡이다. 2013년 1월이었는데..이때 찍어놓은 메이킹 영상들을 보면 녹음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다 겨울 옷을 입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유난히 예쁘게 녹음된 것 같은 곡. 후주의 ‘hush hush baby~cherish oh baby’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4. 분홍신 ? 작사: 김이나 /작곡, 편곡: 이민수

- 일본까지 가서 세션 작업을 해오는 바람에 제작 기간도 가장 길었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곡(개고생을 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론 ‘좋은 날’과 ‘너랑 나’를 뛰어넘어 이민수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입증해낸 곡이라고 생각한다. 보컬 녹음을 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악기들을 살짝 눌러놓았는데, 보컬이 붙은 버전도 좋지만 곡 자체가 워낙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보컬 없는 인스트루멘탈 버전도 즐겨 듣곤 한다(앨범엔 수록이 안 되고 뮤직비디오 후반부에만 일부가 실렸다). 도입부의 ‘She’s Back’과 브릿지의 ‘She seems bad’라는 코러스들은 실제 육성으로 몇 겹을 촘촘히 쌓아 녹음한 후 보컬을 통째로 변조시켜 완성했는데,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을로 돌아온 도로시에게 마녀들이 저주의 말을 퍼부었던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래서 다수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웅성웅성 거리는 효과를 연출하려 했고, 내용은 ‘분홍신’이 화자(아이유)를 보며 뒤에서 수근거린다는 설정.


5. Modern Times ? 작사: 김이나 /작곡, 편곡: 정석원

이 곡도 겨울이 지나기 전에 비교적 일찍 녹음을 끝냈다. 녹음 전에는 가장 고전이 예상됐던 곡이기도 했고..미리 대비 차원에서 키도 여러가지 버전을 준비했는데, 두 키 높여서 부르는 게 아이유랑 잘 맞아서 의외로 쉽고 빠르게 완성이 됐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곡이란 데서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다소 빈티지한 앨범 컨셉트의 중간 지점 정도에 놓여있는 곡.


6. 싫은 날 ? 작사, 작곡: 아이유 /편곡: G.고릴라

- 작년 앵콜 콘서트에서 통기타 반주 버전으로 먼저 선보였던 곡. 스트링과 밴드 사운드가 붙으면서 좀 더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분명한 구성으로 편곡됐다. 개인적으론 이제까지 아이유가 쓴 자작곡들 중 가장 훌륭한 곡이라고 생각(더 좋은 곡이 하나 있는데 이번 앨범엔 수록되지 않았다). ‘아이유식 마이너 정서’를 잘 표현한 가사도 좋고, 특히 후반부에 멜로디가 반전되는 부분이 꽤 마음에 든다. ‘좋은 날’의 패러디로 계속 ‘싫은 날’이라고 부르다 보니 마땅한 대안도 없고 해서 결국 그게 제목이 됐다.


7. Obliviate ? 작사: 김이나, G.고릴라 /작곡, 편곡: G.고릴라

-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 중 보컬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곡. 그래서 녹음할 때 애를 좀 먹고 시간도 오래 걸린 편이다. 중간중간 가사 수정도 있었고..잘 알려진 대로 소설 ‘해리포터’에 나왔던, 상대방의 좋은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을 지우는 주문인 ‘Obliviate’에 착안한 곡이다.


8. 아이야 나랑 걷자(Feat. 최백호) ? 작사: 김이나 /작곡, 편곡: 박주원

- 처음 데모를 듣자마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Besame Mucho’가 떠올랐던 곡인데, 작곡가인 박주원에게 말했더니 본인도 그런 생각을 하며 만들었다고 해서 좀 신기했다. 처음부터 최백호 선생님과의 듀엣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곡이고 결과물도 생각한 만큼 잘 나온 것 같다. 현장에서 뵌 최백호 선생님은 아이유가 인터뷰에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참 멋있고 젠틀한 분이셨다. 멋진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9. Havana ? 작사: 김이나 /작곡, 편곡: 전정훈

- 앨범 내에서 가장 밝고 이국적인 보사노바 넘버. 개인적으로는 ‘입술 사이’와 함께 아이유의 목소리가 가장 예쁘게 녹음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박주원의 기타 연주를 포함해 ‘분홍신’ 다음으로 리얼 세션들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곡이기도 한데, 브릿지의 포르투갈어 코러스는 원래 아이유가 녹음했다가 원어의 어감을 좀 더 잘 살리기 위해 결국 전정훈 작곡가와 친분이 있던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씨의 도움을 받게 됐다. 또 원래는 인트로가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하나는 지금처럼 스트링에 이어 기타 스트로크가 나오는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기타부터 바로 시작하는 버전. 스트링 멜로디가 잘 나와서 최종적으로 현재 버전으로 픽스되었다.


10. 우울시계 (Feat. 종현 of SHINee) ? 작사, 작곡: 김종현 /편곡: 오준혁

- 평소 종현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데모를 받기 전부터 기대가 많았던 곡. 듣기 편하면서도 재미있게 나와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곡 중 하나다. 원래 종현의 보컬은 코러스 수준으로 일부만 깔리는 식이었는데 최종적으로 피처링까지 참여해주게 되어 듀엣곡 같은 형태로 완성됐다. 제목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편인데 초반에 농담 삼아 나온 제목 후보들은 ‘우울우울 열매’, ‘진격의 우울’, ‘우울보이 비밥’, '우울은 언제나 흐림 뒤 맑음' 등이 있었다.


11. 한낮의 꿈 (Feat. 양희은) ? 작사: 최갑원 /작곡: PJ, 최갑원 /편곡: PJ, 신승익

- 수록곡 중에 제일 마지막에 녹음했는데 녹음 시간은 가장 적게 걸린 곡. 특히 양희은 선생님 녹음은 1시간도 안 돼서 끝났는데 워낙 훌륭히 소화해주셔서 잘 나온 것 같다. 아이유가 메인 멜로디를 먼저 녹음하고 양희은 선생님이 아랫단의 화음을 맞춰주시는 식으로 진행됐다.


12. 기다려 ? 작사: 아이유 /작곡, 편곡: TEXU

- 가사 분량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가장 짧은 시간 만에 녹음이 끝난 곡. 별로 할 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는 TEXU 작곡가와 퍼즐앤드래곤(모바일 앱 게임) 얘기를 하며 노닥거렸다. ‘기다려’ 티저는 아이유가 분홍신에게 쫓겨 다니는 느낌을 표현한 것으로 ‘분홍신’ 뮤직비디오 본편의 내용과 연결되도록 기획된 것이다.


(Bonus Track) Voice Mail (Korean Ver.) ? 작사, 작곡: 아이유 /편곡: G.고릴라

- ‘횡설수설하게, 예쁘지 않게, 한심하게’라는 식의 찌질찌질 정서가 중심 모토였던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애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두서 없이 음성 메시지를 녹음하는 컨셉트였는데, 그래서 후반 믹스-마스터 작업 때도 아이유의 보컬이 최대한 잘 들리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곡의 후주 동안에 나오는 음성 메시지 안내 서비스 멘트가 통신사별로 달라서 그 중 한 군데 것만 원하는 분량의 길이가 나왔는데, 당시 녹음실에 있던 사람들 중 그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는 게 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부스 안에서 아이유가 스피커폰으로 나한테 전화를 걸면 음성 메시지 안내로 넘어갈 때까지 일부러 안 받고 기다린 후 흘러나오는 안내 멘트를 녹음하는 식으로 진행했던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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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에서 A&R을 맡고 계시는 서교수님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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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우울했으면 큰일날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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