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오는 순간부터 무기력증에 빠져 대충대충 보냈는데, 막상 떠나려니 못가본데도 생각나고 아쉽습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새끼 마냥 느그적 대고 싶지만, 비행기를 놓치면 곤란하니 후다닥 짐을 싸고 밖으로 나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한손에는 트렁크를 끌고 가는데, 갑자기 투둑 하더니 트렁크 바퀴가 빠져 버립니다.
아..
시바...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들고 가야겠습니다.ㅜ
여행 막바지라 가뜩이나 짐도 늘어났는데 바퀴가 빠져버리다니...
20kg 되는 트렁크를 끌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들고 걷습니다.ㅜ
숙소에서 샤를드골 공항까지 꽤나 멀리 있어 시간이 모자랄까 걱정했는데 중간쯤 가니 마음도 풀어지고, 몸은 퍼집니다.ㅜ
그러고 보니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하나도 안샀습니다.;
원래는 1유로에 몇개씩 하는 에펠탑 열쇠고리나 사갈까 했는데, 깜박하는 바람에 못샀으니 그냥 립밤 몇개 사가야 겠습니다.;
중간에 약국에 들러 립밤 몇개를 산 후에, 샤를드골 공항으로 갑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공항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공항에 오기전에 좌석예약을 하러 인터넷을 살펴보았는데, 이미 인기있는 자리는 다 동이나고;
창문이나 통로쪽 좌석밖에 남아있질 않습니다.
로마로 올때는 화장실 갈때를 대비해 통로쪽 자리에 앉았는데
막상 14시간 가까이 타면서 화장실을 거의 안간게 생각나 이번엔 창가쪽을 선택합니다.
표도 끊었겠다. 이제 출국심사대로 갑니다.
아직 오전중이어서 출국 심사대는 텅~비어 있습니다.
쉣...사람이 없으면 이것저것 캐 물어 볼텐데...
긴장된 마음으로 차례가 되어 가보니 이것저것 묻기 시작합니다.
"어디가요?"
한국어...
노란눈의 코쟁이 심사원이 한국어로 묻습니다!
순간 뻥~쪄 어버버 대고 있으니 다시한번 묻습니다.
어디가냐. 신종플루 걸렸냐. 어머니 아버지는 잘계시고? 보일러는 놓아드렸는지..
아침시간이라 사람이 없어서인지 한국어로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웃기게도, 심사원은 한국어로 물어보고 대답은 영어로 하는 요상한 형태가 됐습니다;
그래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들어서인지 기분이 좋습니다.
심사대를 벗어나 표에 써진 게이트를 확인한 후, 그 쪽으로 이동합니다.
비행기 시간도 4시간 가까이 남았는데 딱히 할게 없습니다.
부모님에게 이제 떠난다고 간단한 문자 하나 보내고 난 후, 게이트 근처에 있는 면세점 구경이나 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곳의 면세점도 대부분 값비싼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바깥에 비해 세금이 없어 싼지 어쩐지 모르겠습니다만, 가격표를 보니 별로 싸보이지도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뭐하고, 주머니에 딸랑거리는 몇 남지 않은 유로도 처리할겸 슈퍼마켓에서 잡지를 하나 삽니다.
시간이나 때울겸 자리에 앉아 공항에 구비된 무료잡지와 함께 슥~ 훑어봅니다.
잡지 안쪽에는 관광객들은 모르는 루브르 박물관의 바쁜 모습들이 여러장의 사진으로 들어있습니다.
유물 관리부터 배치, 청소, 보안 등등... 커다란 박물관이 잘 돌아가게끔 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실려 있습니다.
잡지를 보기도 하고, 문자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탑승시간이 되있습니다.
이번에 타고갈 비행기는 에어프랑스사의 비행기 입니다.
비행기 안에 들어가 자리를 확인해 보니 날개 바로 옆 자리 입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왠지 시야가 가려 안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하나 둘씩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습니다.
대부분이 일본인 관광객들로 옆 사람 때문에 자리가 좁을 일은 없을듯 합니다.
비행기가 뜬지 4시간쯤 지났을까. 첫번째 밥을 줍니다.
밥으로 할지 빵으로 할지 고민 하다가 밥으로 했는데, 그냥 빵으로 할걸 그랬습니다.ㅜㅜ
일본식 식단은 입에 안맞아요...ㅜ
좁은 의자에서 부대끼면서 영화도 보고, 오지도 않는 잠도 자다보니 두번째 밥먹을 때가 됐습니다.
첫 식사로부터 6시간쯤 지난 두번째 식사. 이번엔 빵으로 선택했습니다.
빵과 커피. 치즈와 햄이 들은 이 식단이 훨씬 입에 맞습니다. ㅜ
밥도 먹고 화상실도 갔다오고 동공이 풀린채로 영화 감상한지도 10시간이 넘었습니다.
흐리멍텅하게 앉아 있노라니, 갑자기 안내방송이 들려옵니다.
밖에 해가 뜨고 있으니, 창문을 가린 덧문을 열어 밖을 보라는 방송입니다.
기장 말대로 덧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니 저 멀리서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이래서 동양이 해가뜨는 곳이라 불리는 걸까요.
지루하던 13시간의 비행도 이제 끝나갑니다.
비행이 끝남과 동시에 한달간의 유럽여행도 끝입니다.
길도 모르고 말도 안통해 우왕좌왕도 하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다니면서 술 마시기도 했던 일들이 하나 둘 생각납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지난 한달간 있었던 모든 일들이 마치 꿈처럼 느껴집니다.
짧다면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번 여행으로 뭔가를 배운느낌입니다.
End...?
And!!
대판 편으로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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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길고 길었던 유럽 여행기도 끝입니다.
원래 여행기의 목적은 재밌게 쓰자! 였습니다.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을 사진위주로 일기형태로 쓰는것이 목적이었죠.
여행기를 써여겠다는 생각은 여행전 부터 했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정태준님의 자전거 일본 여행기를 워낙 재밌게 본 지라...
"언젠가 나도 여행을 한다면 저렇게 써야지~"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써보니까 알겠더군요. "어디를 갔냐" 보다는 "얼마나 재밌게 쓰냐" 가 더 중요 하다는 사실을.
즉, 필력이 좋아야 하는데... 초반에 소재도바닥나고 필력도 후달리는걸 깨닳아 중도 포기 할까 한적도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2009년에 여행기를 다 쓰는것." 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1년 안으로 쓰자" 로 바뀌어서..
급하게 쓰다보니 후반부에 접어들 수록 재미없게 써지더라구요 ㅎ;
아직 완전히 끝난건 아니지만...어쨌든!! 지금까지 봐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ㅎ
일본편도 계속 봐주세요!
"유럽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점
1. 얘네들은 선진국일 수밖에 없구나(약자에 대한 배려가 기본적으로 다 깔려있음. 인식이나 인프라나)
2. 양놈 냄새는 실재.
3. 길거리 흡연 작살. 흡연문화는 우리나라가 더 좋은듯.
4. 뮌헨은 영어 발음으론 뮤닉. 독일어론 뮨센. 뮌헨은 어디에서 나온..?
5. 이탈리아엔 소매치기가 없나?(당한적 없음)
6.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남유럽을. 여자들은 프랑스나 독일을 좋아함. 남녀 안가리고 좋아하는 곳은 스위스.
7. 중국인은 유럽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현지에 정착한 모습으로든, 관광객으로든. 좋은 모습으로 안보이는게 문제
양놈들은 암내때문에 향수의 발달과 흡연의 대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