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 처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웁니다.
숙소 바로 옆이 고가도로여서 밤새 차들이 내는 소음에 깊게 잠들지 못한 탓인듯 합니다.
오늘은 간사이 패스를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날입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오사카에만 머물러 있기도 뭐하니 오늘은 교토를 가볼까 합니다.
일본에 오기전엔 나라도 가볼 생각이었는데... 몸도 처지고 의욕도 안생기니 그냥 교토로 만족해야 겠습니다.ㅜ
교토행 열차를 타기위해 숙소에서 우메다 역으로 향합니다.
우메다 역은 다른 회사들의 여러노선이 겹치는데다 근처에 백화점도 있어 그야말로 개 복잡합니다. -_-;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겨우 교토로 가는 열차가 출발 하는 곳을 찾았습니다.
전광판을 보니 보통 - 준급 - 급행 열차가 있는듯 한데...
뭘타도 가기만 하면 되니 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 가는거
역마다 서는 보통보다는 거의 정차가 없는 급행을 타기로 합니다.
때마침 보통이 나가고 바로 이어서 급행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생긴건 그냥 지하철 같이 생겼네요... ㅎㄷㄷ
급행 열차를 탄고 1시간 정도 가니 쿄토에 도착 했습니다.
자... 여기서부터가 문젠데.. 교토는 지하철이 거의 없다시피 한 도시라 이동을 버스로 해야 합니다. -_-;
유럽에서도 이상한데로 갈까봐 버스는 거의 안탔는데...
그렇다고 걸어다닐 수도 없으니...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가야겠습니다.
첫번째 목적지를 청수사 - 기요미즈데라 - 로 정한 다음, 버스에 올라 탑니다.
10여분쯤 타고 청수사 역에서 내린 뒤, 입간판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이리저리 따라다니다 보니
기념품 가게도 늘어서 있고, 관광객들도 많은 것이 청수사 가는 길이 맞는듯 합니다.
오래됐다는 느낌이 팍팍 풍기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보니
수학여행을 온듯, 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어이구 더워... 10월도 중순이건만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오르막을 오르니 살짝 땀이납니다.
좁다란 골목길을 해치며 올라오니 마침내 청수사의 입구가 보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 처럼 여자친구는 없지만요..ㅜ
입구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좁다란 골목길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수학여행을온 일본 학생들부터 코큰 외쿡인들 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입구를 지나 당 내로 들어서면 철로된 지팡이와 신발을 들어보려는 사람들이 몰려 있습니다.
누군가가 하고 다녔다는 도시전설이 있는 모냥인데... 음... 개뻥이겠죠
요기까지는 공짜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안쪽의 본당을 보려면 표를 사야합니다.
혹시나 단풍이 든 배경을 찍을수 있을까 하고 낼롬 표를 구입합니다.
크... 근처에서 향을 태우는지 매케한 연기가 꽉 들어차 있습니다.
여러나라의 관광객들이 뒤엉켜 사진 한장 찍기도 힘듭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와서 본당을 바라보며 한컷 찍습니다.
단풍이 져 울긋불긋 한 모습을 기대 했건만; 10월도 중순인데 단풍은 커녕 아주 파릇파릇 합니다;
젠장...그래도 원하던 사진을 찍었으니 이제 다른곳으로 갈 차례 입니다.
나가는 길어 사람들이 점을보고 있습니다.
오... 다른곳으로 가기전에 저도 점이나 한번 봐야겠습니다.
돈을내고 나무통을 쉐낏쉐낏 해서 하나를 뽑아보니~
오예 99번 대길~ 오사카 성에서 뽑았던 점괘에도 대길이 나왔었는데...
정말 운이 트이려나.. 아님 여친이라도 생기려나요?(그딴거 없음ㅜ)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이 후다닥 밖으로 다시 나오니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은 이제 오후 2시. 청수사를 벗어나 헤이안 신궁(平安神宮)으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10분정도 타고 이동했을까. 신궁역 근처에서 내리니 저 멀리 신사의 입구 같은 커다란 문이 보입니다.
그 주위로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데... 뭔고 해서 가보니
어... 무슨 행사를 하나 봅니다.
역시 뒤로 자빠져도 코만 깨지는 행운의 사나이!
유럽에서도 운이 좋게 가는 곳 마다 각종 행사들이 겹쳐 더블로 좋았는데,
교토에서도 운빨은 통하는 모양입니다.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걸로 봐선 무슨 학교 행사 인듯도 싶은데
앞쪽에 취재진 들이 좌~악 늘어선걸 보면 꽤나 큰 지역행사 인듯 합니다.
외국인 내빈들도 여기저기 보이고...
무슨 행사인지 알고 싶은데 일어를 모르니...쩝
개회사가 끝나니, 뒤에 길게 늘어서 있던 퍼레이드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악대를 선두로 하여 가지각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율동을 하면서 이동합니다.
꽤나 흥미로운게, 일본인들 사이에 꽤나 많은 외국인들이 섞여 있습니다.
뭐랄까...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양인을 끌어들이는 힘같은게 있는것 같기도 하고,
전통복장(?)을 입은걸 보니 그냥 양덕후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우리나라 색을 강하게 나타내면서도
외국인을 포용할수 있는 전통행사가 있나 없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는 왜 여친이 없을까...
ㅡㅜ
암튼. 퍼레이드 행렬이 가는 길을 앞질러 죽~ 올라가다 보니 으리으리한 입구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곳 안쪽이 헤이안 신궁 인듯 합니다.
신궁 자체는 입장이 무료지만, 뒤에 펼쳐진 연못들을 보려면
무려 거금 500엔!! 을 내고 들어가야 합니다.
500엔이면 맛나는 라면 한그릇 가격이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만
인생에 이곳을 두번 올것도 아니고 다시 오면 그때 안보면 되니 그냥 보기로 합니다.
무녀복을 입은(이 찜통더위에...) 안내양에게 표를 산 후,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시바... 볼게 없어...
500엔이나 받아 처먹길래 '뭐라도 볼게 있겠지. 우히힉'
하면서 허파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은 제가 그냥 병신이었습니다.
이건 뭐 수풀이 우거진 뒷산이랑 별반 다를게 업서...
그래도 나가기 바로전에 있는 지붕있는 다리는 꽤나 운치가 있지만...
하필이면 역광이 쩌는 오후시간이라 사진 찍기가 참으로 아스트랄 합니다.
청수사에서 찍을때는 구름만 억수로 끼드만...
왠지 낭패를 봤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정원을 뒤로 한채
마지막으로 특이하게 생긴 지붕을 찍고 밖으로 나옵니다.
헤이안 신궁 구경을 후다닥 마치고 나오니 들어가기전 퍼레이드는 끝난듯 한데...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팀별로 나뉘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관객들이 둘러싸면서 구경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관광지들도 하나씩 입장시간이 끝날 무렵인지라 조금 빨리 움직여야 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볼곳은 교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있는 금각사입니다.
원래는 은각사 금각사 청수사를 둘러보려 했는데 헤이안 신궁에서 축제 구경하다 늦어버려서..
어쨌든 시내버스를 타고 금각사로 이동합니다.
개장시간이 한시간여 밖에 남지 않아 엄청 서둘러 왔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입장하기에 아벗 금각사의 입장권을 삽니다. 가격은 400엔
음... 가격이 살짝 비싼 느낌입니다. 절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마나 나폴리 같은 도시단위의 패스를 끊어 조금 싸게 살수 있게 하면 좋을텐데...
이런 저런생각을 하면서 금각사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오 샬... 엄청난 수의 중국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도저히 비키질 않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어도 중국인들이 비켜줘야 하는데... 아오... 중국인 혐오증 생기겠네.-_-
수십여명의 중국인들 틈바구니에 껴서 어떻게든 사진좀 찍어보겠다고 발 버둥친 결과
겨우겨우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 이제 사진좀 찍겠구나' 싶어서 딱 두장 찍고 있으려니
어깨를 두드리면서 좀 비켜달랍니다.
뭐... 어쩌라는 건지?
이제 막 자리잡고 사진좀 찍으려니 꺼지라니... 어처구니 없음이 똥구멍부터 치솟아 오르지만
여기선 참기로 합니다... 전 대인배니까요..
실은 중국인들이 무서워서 참기 싫어도 참을 수 밖에 없습니다...ㅜ
안참아도 할 수 있는건 없지만...
별 수 있나요 등치 큰 제 잘못이죠 ㅜ
궁시렁 대면서 사람이 몰리지 않은곳으로 이동해 찍습니다.
오... 의외로 괜찮은 걸. 좀 전에 버글버글 몰려 있던 곳보다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 사진을 찍으면 또 이쪽으로 몰릴테니, 언능 찍고 자리를 피합니다.
금각사 옆에는 여느 관광지가 다 그렇듯 기념품 가게가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은 미리 다 사논지라 살것도 없지만...
옆에 있는 운세뽑기나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100엔 을 넣고 뽑아보니... 어익후 또 대길이 나왔습니다.
오사카 성. 청수사에 이어 세번째 대길 입니다.
정말 내년엔 운수대통이라도 되는 걸까요? (그딴거 없다능...)
금각사를 마지막으로 교토 둘러보기를 끝내고 오사카로 향하는 기차를 탑니다.
오사카 우메다 역을 돌아다니다 보니
왠 울버린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나 해서 자세히 보니
도검소지 금지 포스터 인듯 합니다. -_-; 꽤나 센스 있네요
아침도 점심도 안먹었지만, 피곤하기만 할 뿐 딱히 식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굶자니 내일도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냥 도톤보리에 있는 타코야키나 먹어야 겠습니다.
오늘은 어제 먹었던 곳 바로 옆에 있는 집에서 사먹어 보기로 합니다.
이곳도 꽤나 줄이 늘어서 있는게, 유명한 집인듯 합니다.
2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타코야키를 받아들었습니다.
딴데 가서 먹으면 눅눅해져 별로 일테니 그냥 가까운 도톤보리 천 다리에서 먹습니다.
맛은...별로; 문어가 너무 크고 너무 짜서... 그냥 먹던데서 먹을걸 그랬습니다;ㅜ
이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갑니다.
이상하리 만치 몸이 피곤한게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모냥입니다.
어차피 간사이패스 기간도 끝나서 고베나 나라는 물건너 갔으니,
내일은 오사카의 안가본 곳이나 돌아다녀야 겠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