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오늘도 이른아침에 눈이 떠졌습니다.
오늘 일정은 피사와 산 지미냐노를 보는것. 시간이 꽤나 아슬아슬 할것으로 예상됩니다.
원래 오늘 일정은 산 지미냐노로 가는 것이 었지만, 이곳에 온 이상 피사의 사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마침 숙소의 다른 여러 사람들도 피사의 사탑을 보러 간다고 하니, 즉흥적으로 팀을 짜서 같이 다니기로 합니다.
피렌체에서 피사까지 가는길은 기차를 타고 가야는데 유레일 패스가 있으면 공짜로도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패스는 셀렉트 패스로 피사 까지 가는데 하루를 써버리기엔 조금 아까운듯 합니다.
그래서 패스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피사 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습니다.
기차에 앉아 숙소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피사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같이 다니니 혼자 다니는것보다 훨씬 재밌는것 같습니다.
피사에서 내려 지도를 보고 조금 걷다 보니 저~멀리 사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하! 진짜 기울어져 있습니다. 옛날엔 책으로, 오기 전에도 사진으로 몇번이고 감상했었지만 역시 직접보는거완 엄청난 차이가 느껴집니다.
거리상으로도 얼마 멀리 떨어져 있진 않은것 같아 빨리 가까이 가서 보고싶습니다.
우와... 가까이서 보니 입이 그냥 떡 벌어집니다. 이정도로 기울어져 있는데 쓰러지지 않은게 신기할정도 입니다.
사탑과 함께 옆에 본당이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것은 역시나 기울어진 탑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손으로 떠받치는 모양을 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기울어진 탑을 그냥도 찍어보고
이렇게 손으로 받치는 시늉도 하면서 찍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찍을거리는 사탑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ㅋ
기울어진 모습을 실컷 찍었으니 이제 반대편으로 이동해 봅니다.
옆으로 살짝 이동하면 기울어지지 않아 보이는 곳이 있는데, 이쪽에서도 한컷 찍습니다.
이쪽에서 찍으니 별로 기울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간당간당한것이 언제라도 이쪽으로 쓰러질것만 같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 기이하게 기울어진 사탑을 보러오기 때문에
피사는 이 사탑하나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입니다.
이제 사탑도 봤겠다. 기념사진도 찍었겠다. 다시 피렌체로 돌아갑니다.
다른사람들은 친궤테레로 빠지지만, 전 어제 추천 받은 산지미냐노로 가기 위해 피렌체로 돌아가 버스를 타야 합니다.
피사 역으로 가는길에 찍은 벽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사탑을 지탱하는 포즈를 취한것을 그려논듯 합니다.
방급 사탑을 보고 와서인지 저 그림이 더 재밌게 느껴집니다.
다시 한시간 반쯤 기차를 타고 돌아오니, 시장이 끝나갈 무렵인 2시가 다되어 갑니다.
피렌체에 와서 피렌체 중앙시장을 안보고 갈순 없으니 짧은시간이지만 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우와... 들어서자마자 살라미(햄)와 치즈의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우리나라 시장도 마찬가지 이지만, 이곳 피렌체의 중앙시장도 거의 먹거리 위주입니다.
정육점 같은곳에서 엄청난 크기의 살라미와 치즈들을 덩어리째 쌓아놓고 팔고 있습니다.
치즈와 살라미 말고도 엄청난 수의 파스타 라던가 와인 같은 것도 팔고 있지만, 장이 끝나갈 무렵에 와서 인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원래 살라미를 사가려고 했는데, 아직 일정이 많이 남은 관계로 음식물을 사기엔 조금 부담이 되어 사지 않고 구경으로 만족합니다.
볼건 다 봤으니, 이제 산 지미냐노로 갑니다. 원래 일정은 피사에서 친퀘테레로 가는 것이였는데,
아말피를 봤다면 궂이 안봐도 된다길래 일정을 바꿔 산 지미냐노에 가기로 합니다.
시장 밖에서 스프레이로 그림을그려 파는 화가? 어제 봤던 프린트 파는 짝퉁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지체할 틈도 없이 숙소 근처에 있는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시에나로 가는 표를 끊습니다.
산 지미냐노는 지방 소도시이기 때문에 직통편이 없고, 시에나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한다고 합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건 목적지가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데,
버스를 타고 시외를 이동하는건 처음이라 불안한 생각이 계속 듭니다.
'아... 잘못 내려서 쌩판 모르는곳에 떨궈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게다가 금방 도착한다던 시에나가 1시간이 넘게 보이지도 않고
창밖을 보니 고속도로로 빠진듯한것이 어디 멀~리 멀~리 떠나가는 느낌입니다.
불안해서 옆자리 흑형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시에나까진 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아~ 현지인이 괜찮다고 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시에나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포지본시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산지미냐노는 꽤나 산중마을이라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시에나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쯤 왔을까. 시골마을이라는 느낌이 풍풍 풍기는 포지본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들로, 산 지미냐노를 가기위해 잠깐씩 들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동편은 대부분 시타버스이기 때문에 버스가 올때까지 기다려야만 합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산 지미냐노로 가는 버스가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리지리 구불구불한 길을 돌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 언덕 위로 산지미냐노가 보입니다.
오... 멀리서 보는 마을의 모습 대부분이 벽돌로 만들어진게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팍 듭니다.
이곳은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와인 산지여서, 이거니 삼성회장 각하도 이곳에서 초 비싼 와인을 사갔다고 합니다.
뭐 저는 가난뱅이여서 그렇게 비싼 와인은 살 수 없지만, 03년과 07년산은 비싸지 않고 품질이 좋다고 하니 살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토스카나의 풍경을 담습니다.
넓~게 펼쳐진 토스카나 지방의 푸른 초원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비록 우리나라의 호남평야 같은 지평선은 아니지만,
구불구불한 능선을 따라 이리저리 늘어서 있는 집들의 모습은 초록색 대지와 대비되어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성문으로 들어서면, 중세 마을 산 지미냐노가 골목길을 따라 눈앞에 펼쳐집니다.
산지미냐노는 인구 1천명의 소도시... 도시라기보단 마을이라 둘러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중세마을인 산 지미냐노는 북유럽에서 로마로 향하는 순례길에 위치한 덕에 12~13세기에 번영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 때문에 순례길이 바뀌어 그때부터 쇠락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적지만, 그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꽉 메우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관광지는 떼거지 관광객들이 별로 없는것 같아 좋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3~4명씩 다니는 소수 관광객들이고, 더욱 좋은건 중국인들이 없다는 점입니다. 으헝ㅜ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다니다 마을의 광장에 들어섰습니다.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이 광장의 이름은 치스테르나 광장 (Piazza della Cisterna)입니다.
좁은 마을에 비해 광장은 꽤나 널찍 합니다.
광장 가운데 즈음에는 막힌 우물이 있는데, 이곳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로마의 트레비 분수처럼,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하는 소문이 있는듯 합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오늘은 점심도 먹지 않은것이 생각납니다.
아침나절부터 기차니 버스니를 타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무언가를 입에 넣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광장근처에 있는 피자가게로 들어가 피자 한조각과 콜라캔 하나를 집어듭니다. 가격은 2.5유로.
꽤나 소박한 점심겸 저녁이지만, 맛은 결코 소박하지 않습니다. 도우가 굉장히 얇아 빵맛보다는 거의 치즈와 살라미 맛만 납니다.
거기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물도 안마셔서 목이 말랐는데 시원한 콜라를 마시니 갈증이 확~! 풀리는 듯 합니다.
이곳저곳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찍은 사진. 산지미냐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엽서로 팔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가난하니 이렇게 도촬로 만족합니다. 헤헤...ㅜ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7시가 되갑니다.
피렌체로 돌아가는 버스는 직통이 있는데! 막차가 7시 30분쯤 출발하니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습니다.
조용한 골목길을 뒤로한채, 들어왔던 입구로 다시 나갑니다.
어느덧 6시가 넘었지만, 아직 9월 초여서 인지, 해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산 지미냐노에 있었던 시간은 고작 2시간정도 뿐이지만, 짧았던 만큼 더욱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다시 유럽에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꼭 다시 이곳을 여유롭게 방문하고 싶습니다.
직통버스를 타고 피렌체에 도착하니 시간이 9시가 넘었습니다.
지금 숙소로 돌아가봤자 어짜피 저녁도 다 먹었을 테니,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야경구경을 마저하고 들어가야겠습니다.
아... 하루종일 피자 한조각만 먹고 돌아다녔더니 허기가 집니다. 그렇다고 햄버거 같은건 먹기 싫고...
이리저리 뭐 먹을것 없나 하고 두리번 거리니 근처에서 와플을 팔고 있습니다.
초코 와플 하나를 주문하니, 뜨거운 초코렛을 바른다기 보단 그냥 국자채로 부어 줍니다.
맛은... 음... 너무 답니다.ㅜ 초코 시럽 5배쯤 단것을 먹는 느낌 이랄까. 단것을 좋아하지만 이정도로 단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ㅜ
어쨋거나 배도 채웠으니 슬슬 돌아 다닙니다.
밤시간의 가죽시장. 한낮의 활기참은 온데간데 없고 텅 빈 시장에 쓰레기들만 굴러다니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3일 동안 머물렀지만,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피렌체와 토스카나 지방은 매력적입니다.
내일은 피렌체와 전혀 다를것 같은 수상도시 - 베네치아로 갑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