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베네치아로 떠나는 날입니다.
기차출발 시간이 8시 30분 이니, 빨리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도 먹지 않고 바로 중앙역으로 향합니다.
피렌체를 떠날때가 되니 아쉬운 감정이 많이 듭니다.
배낭여행이 다 그렇지만, 한 도시에 몇일씩 머무르면서 익숙할만 해지면
다시 떠나야 된다는게 참 아쉽습니다.
르네상스의 느낌이 물씬 풍기던 피렌체를 떠나, 베네치아로 가는 열차를 탑니다.
기차를 타고 4시간쯤 지났을까, 창밖너머로 바다와 함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 위에 건물들이 떠 있는것이, '정말 베네치아에 왔구나' 란 생각이 듭니다.
피렌체를 떠나올때만 해도 그려려니 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바다에 건물들이 떠있는 모습을 보니 흥분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어서빨리 역에 도착해서 베네치아의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하악하악
헐ㄹ...기차가 도착한 후,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어이가 없습니다.
분명 차들이 다녀야 할 도로에 배들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란...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ㅋㅋ
베네치아의 풍경은 도시란 땅위에 서있고 도로엔 차가 다녀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흔들기에 충분합니다.
넋놓고 바라봐도 질릴 수 없는 신선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계속 멍때리고 있을 순 없으니 역 앞에 있는 간이 판매대에서 바포레토 승차권을 삽니다.
한시간 짜리에서 7일권 까지. 가격도 6유로에서 50유로까지 다양한 종류로 팔고 있습니다.
저는 대충 내일 까지 돌아다닐 예정이니, 24시간 짜리로 삽니다 . 가격은 18유로.
표도 끊었겠다. 선착장에서 숙소로 가는 배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 바포레토는 다른 도시의 시내버스같은 개념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립니다.
사람들 사이에 끼여죽을 만큼 무지막지하게 태운다음. 천천히 산 마르코 역으로 향합니다.
30분쯤 탔을까. 숙소가 근처에 있는 산 마르코 역에 도착했습니다.
산 마르코 역의 풍경. 수 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이리저리 다니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숙소에 우선 짐을 풀고, 채비를 간단히 한다음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아침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해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게 생각납니다.
근처에 먹을거 뭐 없나~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골목 한쪽에서 샌드위치를 팔고 있습니다.
피자와 미국식 핫도그. 이탈리아식 파니니등 여러 종류의 빵들을 팔고 있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햄버거 같이 생긴 빵을 먹기로 합니다. 가격은 4유로.
와... 엄청나게 큽니다. 손바닥 두개 합한것 보다 큰 크기...
소스가 없어 약간 퍽퍽 하지만, 다른 햄버거 보단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니 먹을만 합니다.
한손에는 빵을, 다른 손에는 사진기를 들고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미로처럼 얽힌 베네치아의 골목길로 곤돌라들이 다닙니다.
곤돌라 탑승가격은 80~100유로선으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많은사람들이 이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를 천천히 구경합니다.
혼자서 타나 넷이서 타나 가격은 80~100유로로 정해져 있으니, 타려면 사람을 모아서 같이 타는게 좋습니다.
물론 혼자인 저는 그냥 구경만 합니다... 어흙ㅜ
골목에서 나온뒤 베네치아에서 가장 큰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으로 이동합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
옛부터 해운상업이 강했던 베네치아는 9세기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 성인의 유골을 사옵니다.
그 유골의 납골당으로 지어진 것을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 되면서 11세기에 개축.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비잔티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보기에도 굉장히 화려합니다. 금박으로 장식 하고 대리석 조각들이 지붕에 늘어 서있는등...
성당의 외관을 구경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무 널빤지 위로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만조 때문에 이렇게 널빤지를 설치 할린 없고.. 흠.. 아무래도 근래들어 계속되는 침수 때문에 설치 한듯 합니다.
광장의 안쪽에는 야외 레스토랑이 두군데가 있는데,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을 위해 음악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날이더워 앉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잠깐씩 멈춰서 연주하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오늘 결혼한것 처럼 보이는 신혼부부 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촬영합니다.
아... 얼마나 좋을까요
이렇게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베네치아는 흥겨운 도시인것 같습니다.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관광객. 우리나라에서 비둘기는 해조로 여기지만, 이곳 이탈리아 에서는 딱히 거부감이 없는듯 합니다.
로마에서도 그렇고, 이곳 베네치아에서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땡볕 아래에서 쉬지않고 돌아다녀서 인지, 금방 피곤해 지는 느낌입니다. 복작 거리는 광장을 벗어나 해안가로 나옵니다.
나루터에 묶여있는 곤돌라들.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많은 수의 곤돌라들이 나루터에 그냥 묶여 있습니다.
곤돌라를 지나 광장 바로 옆에있는 탄식의 다리를 보러 갑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집들. 이탈리아 대부분의 집들이 그러하듯, 저렇게 늘어선 집들도 최소 500년은된 고 건물들입니다.
이탈리아-특히나 베네치아-는 건물 신축규정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지금의 도시모습은 15세기 이래로 바뀐게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해안가를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건물들 틈새로 탄식의 다리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
아... 이게 뭔가여...다리를 보니 정말 탄식이 나옵니다. 설마 이래서 탄식의 다리는 아니겠죠?
보수공사중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는데, 왠 선그라스를 낀 뇨자가 레알토다리를 중심으로 오만간데에 도배 돼 있습니다.
아이고... 보고있자니 한숨만 나오는게 안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ㅜㅜ
한숨만 나오는 탄식의 다리 밑으로는 곤돌라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쪽에는 수상택시도 보이는데, 이 보트의 스크류에서 나오는 수압이 지반의 흙을 일어나게 만들어 건물침하를 유발시키는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베네치아 에서는 수상택시 같은 모터보트를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탄식만 나오는 탄식의 다리를 지나 숙소로 향합니다.
계속해서 졸음이 쏟아지는것이, 눈만감으면 그대로 뻗어버릴 기세 입니다.
아무래도 숙소로 들어가 낮잠을 좀 자는게 좋을듯 합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후,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To be Contionued...
ㅈㅅㅈㅅ;
3시간 정도 잤을까. 주인 형님이 밥먹으라고 깨우십니다. 생각 같아선 계속 자고 싶지만,
길지 않을 베네치아 구경을 잠으로 때우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껏 차려주신 맛나는 밥을 먹고 야경을 구경하러 밖으로 나옵니다.
밤이되면 베네치아는 보다 정열적으로 변하는것 같습니다.
한낮의 뜨거웠던 태양볕을 피해있던 사람들이, 선선한 밤이 되자 하나둘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낮에도 연주를 했던 악단은 밤이되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더욱 힘이나는듯 합니다.
낮과 마찬가지로, 한쪽이 연주를 하면 다른한쪽은 연주가 끝나때까지 기다린후에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서, 혹은 뒤에 서서 음악연주를 듣습니다.
한쪽의 연주가 끝나면 바로 옆으로 가서 다시 연주를 듣는 방법으로 계속 음악을 듣습니다.
늦여름밤에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는 머나먼 이국에서 온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아 놓기 충분한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연주하는 광경을 박수도 치며 흥겹게 구경합니다.
아~ 지금 이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몸속에서 솟구칩니다.
비록 혼자 왔지만, 이곳에선 혼자 왔다는 외로움을 느낄 수 없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이건 하나가 되는 느낌입니다.
신나는 도시 베네치아는 1년내내 축제가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년 2월에는 가면 카니발이, 불과 1주일전에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곤돌라 축제를 했었고 지금은 비엔날레 기간중이기 때문입니다.
뭐... 그런 대규모 축제가 아니고라도 이렇게 흥겹게 보낸다면 매일매일이 축제일것만 같습니다.
연주가 끝나 한차례 쉬는시간이 된 사이에 떠들썩한 광장을지나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따라가니 여러가지 상점들이 보입니다.
로마랑 피렌체에서도 봤던 페라리 매장이라던가,
무라노 특산품인 유리로 만든 공예품들도 있습니다.
하치만 베네치아 하면 역시 가면이죠.
엄청난 수의 가면들이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눈만 가릴 수 있는 가면에서부터 얼굴 전체를 가릴 가면까지,
크기 모양 색 등 전부 다른 가면들이 엄청많다~라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양입니다.
이런 저런 가게를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니, 섬 중간에 위치한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의 리알토 다리. 이 다리는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다리로 16세기까지 나무로 만든 임시 다리를 사용하다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나무다리나 배로 운반하는게 한계에 이르게 되어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눈 앞에 펼쳐진 베네치아의 풍경을 감상합니다.
시간이 늦어 곤돌라는 운행하지 않지만 수상 버스인 바포레토는 밤 늦게까지 손님들을 실어 나릅니다.
이탈리아는 지방마다 독특한 색깔이 있지만, 베네치아는 그중 가장 특별한것 같습니다.
고대와 중세가 어우러진 로마와도,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와도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잠시동안 이지만 다리에서서 지나가는 관광객들 구경도 하고, 베네치아의 대운하도 감상하니 시간이 어느새 10시가 됐습니다.
너무 늦으면 내일 일정에 차질이 가니,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가야 겠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찍은 사진. 처음에는 늘어진 구두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시계 입니다.
베네치아에는 이런 꽤나 특이한 아이템들이 많습니다.
여러 가면들중 단연 돋보이는 태양과 달 가면. 모양도 독특하지만, 그 크기도 엄청납니다.
베네치아에 오자마자 하루가 빠르게 흘러간 느낌입니다.
흥겨운 도시 베네치아. 내일은 베네치아의 주변섬들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