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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헉.
일어나자마자 시계부터 봅니다.
새벽4시...
시바...
분명 잠깐 눈만붙인것 같았는데...완전 좆됐습니다.
오늘 뮌헨으로 넘어가는 기차가 새벽6시에 출발이라 산 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숙소에서 역까지 가는데
미로 같은 길을 건너 가야 하기 때문에 기상 시간을 3시로 정해놨는데 눈을 떠보니 4시...
절망적입니다. 이 기차를 놓치면 손해가 대략 250유로가 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타야 합니다.
자기전 미리 챙겨둔 짐가방을 싸들고 허겁지겁 뛰쳐 나와 정신없이 리알토 다리까지 갑니다.
시계를 보니 4시 30분... 기적적일 만큼 빠르게 도착 했습니다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30분만에 섬 중앙에 위치한 리알토 다리까진 왔지만, 그보다 더 먼거리를 1시간 안에 가야만 합니다.
게다가 이길은 어제 한본 와봐서 쉽게 왔었지만, 앞으로 갈길은 가본적 없는 길입니다.
어찌됐든 지금은 생각하기보다 움직여야 할때입니다.
정신없이 리알토 다리를 지나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는데...
길이 없어...
아니 길이야 있겠지만, 여기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ㅜ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다보니 도착한 곳은...
다시 리알토 다리... 리알토 다리부터 한시간동안 이나 싸돌아 다녔는데 결국은 원점에 돌아온 것입니다.
아... 절망적입니다. 바포레토 운행시간은 6시부터라 그걸 탈 수도 없고...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하는순간. 옆을 스치고 가는 게 있으니...
(전에 찍은 사진)
바로 수상택시 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아직 포기할때는 아닌가 봅니다.
택시를 타자마자 시계를 확인합니다. 시간은 아직 5시 30분.
기차 출발시간인 6시까지 늦지는 않을까~ 불안해 하니, 택시 아저씨가 6시면 늦지 않으니 걱정말라고 합니다.
택시를 타서도 늦지는 않을까 불안했었는데, 걱정말라는 말 한마디에 긴장이 탁 풀립니다.
긴장이 풀리니 택시비 60유로가 아깝기 시작합니다.
택시를 타자마자 돈 걱정부터 하는 전 나쁜놈 입니다.ㅜ
아니 배한번 탔다고 60유로나 내라니, 날강도 아닙니까? 곤돌라처럼 노래를 불러주는것도 아니고...
어찌됐건 260유로 손해가 60유로 손해로 줄었으니, 씁슬하지만 잘된거라고 자위해 봅니다.
역 앞에서 내려 짐 나르는것 까지 도와준 아저씨께 감사하단 인사를 한 후, 바로 기차를 탑니다.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가는 기차는 직통이 없어서 베로나에서 한번 갈아타야 합니다.
베네치아에서 베로나 까지는 1시간 거리.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탑니다.
베로나에서 내리자 마자 뮌헨으로 가는 기차표를 확인합니다.
9시 출발이니 1시간 30분 정도 여유가 있지만, 새벽부터 삽질을 했더니 앉아서 쉬고 싶습니다.
역안에 있는 대합실에 앉아 새벽처럼 늦을까 잠은 못자고, 기차탈 시간이나 됐으면 하고 기다립니다.
기차 도착하기 10분전에 미리 나와 승차장에 서있는데...
기차가 안ㅋ와ㅋ
ㅋㅋㅋㅋㅋㅋ 아 미치겠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한번도 연착 한적 없던 기차가 떠나는날 연착이라니 ㅋㅋㅋㅋ
나 이 기차 놓치지 않을라고 새벽에 60유로나 퍼주고 택시 까지 탔는뎈ㅋㅋㅋㅋㅋㅋ
아... 성질도 안납니다. 그냥 미친놈 처럼 히죽히죽 웃을뿐...웃어도 웃는게 아닙니다.ㅜ
진이 다 빠집니다. 아...늦게 일어난 내가 병신입니다.ㅜ
한참을 멍때리다 보니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원래 도착했어야할 시간에서 1시간30분이나 늦어서...
피곤해서 화낼 기력도 없습니다. 빨리 기차에 탑승해 잠이나 자야겠단 생각뿐...
기차를 타고 한,두시간 쯤 지나니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를 지나갑니다.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왔는데, 생각했던것 만큼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냥 얼굴 한번 스~윽 보고 지나갈뿐, 여권조차 보여달라고 하질 않습니다.
EU로 통합되고 나선 장보러 옆나라로 간다더니, 그말이 진짜인가 봅니다.
3시간쯤 더 지났을까. 드디어 뮌헨역에 도착 했씁니다~
처음 도착해서 본 뮌헨 중앙역의 느낌은... '굉장히 넓다'란 생각밖에 안듭니다.
30개가 넘는 선로에서 수없이 들어오는 기차들과 그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
분명 이 역 어딘가에 있을 지하철 역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혼자 지하철 찾기는 실패... 역안에 수두룩 빽빽 있는 경찰인지 직원인지를 붙잡고 물어봅니다.
직원이 말하기를, 1층은 기차역이고, 지하철은 지하에 있으니 지하로 내려가랍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도 몰라 우왕좌왕 대다 겨우 찾아 내려 갑니다.
뮌헨 중앙역은 7개의 지하철이 통과하고 위에선 기차들이 모이는 중앙역 인지라 굉장히 복잡합니다.
복잡한 중앙역에서 숙소가 있는 Giesing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5시...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하루 일정이 다 끝나가고 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선 마침 세계 3대 축제중 하나인 옥토버 페스트를 하니 가보는게 어떠냐고 하십니다.
근데...
나 맥주 싫어해...
안먹는건 아니지만 맥주만 먹으면 포-_-풍 설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제대하고부턴 입에 잘 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지나다보니 어느새 소주파...
한국에 있는 주당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그 놈들이라면 환장하고 달라들었을텐데...
쩝. 이럴땐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게 불편합니다. 그냥 축제분위기나 보러 가야 할듯...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가려면 일단 중앙역을 거쳐야 합니다.
중앙역에 와서 보니, 각종 핫도그를 만들어 파는 상설 가판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새벽부터 지금까지 목구멍에 집어넣은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축제에 가면 먹을걸 팔겠지만, 축제치고 싼것 없으니 그냥 여기서 때우고 가야겠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버거킹 치킨버거...아.. 유럽와서 이런 햄버거를 먹을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ㅜ
하지만 배가 고프니 일단 쑤셔 넣고 봐야겠습니다. 게눈감추듯 후다닥 먹고 지하철을 탑니다.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Donnersberger-bucke 역에서 내린다음, 사람들이 몰려 가는곳을 따라 다니면 됩니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으로 가는길.
축제 기간엔 남녀 할것없이 바이에른 지방의 전통 복장을 입기때문에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따라간지 20분쯤 됐을까. 드디어 길 건너편으로 행사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일과가 끝날때쯤 되자 축제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어 보입니다.
길을 건너 가보니 눈앞에 옥토버 페스트 환영간판과 행사장이 펼쳐집니다.
우와... 이곳에 올때 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사람이 많습니다. ㅡ.ㅡ;
넓은 유원지에 발 디딜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가운데로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이동중이고, 길 옆으론 각종 먹을거리와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전통복장을 입고 술집을 향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멜빵 7부 쫄바지에 무릎아래까지 오는 양말을 신었고, 여자들은 앞치마를 단 복고풍 옷입니다.
처음엔 이게 일상복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축제기간 동안에만 입는다고 합니다.
오... 다른건 몰라도 옥토버페스트 2009가 새겨진 후드티는 가지고 싶습니다.
이런 커다란 축제에 다녀온 증거라고 할까. 돈도없는 주제에 이런욕심은 많습니다. 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여서인지, 여기저기에서 방송국 카메라들이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축제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입니다.
오~ 전통복장을 입고 지나가는 여인네들...ㅎ
타지에서 온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은 대부분 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듯 합니다.
다른곳에서도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사람만 미어터지는 놀이공원 같은데, 현지에서 이렇게 방송을 할정도면 엄청난 인기인가 봅니다.
하긴 세계 3대축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이상할것도 없지만요.
별로 오래 돌아보지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눈이 깜빡깜빡하면서 피곤해 집니다.
아무래도 새벽부터 삽질한 결과인듯 합니다.ㅜ
시간은 저녁 7시. 이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저녁생각도 별로 없고 숙소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바로 자리에 눕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