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오늘은 어딜갈까 하고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주인 어머니께 여쭤보니,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 있는 츄크슈피체 산에 가보는것이 어떠느냐고 하십니다.
시내 구경도 이제 거의 다 본것 같으니 오늘은 그쪽엘 가봐야 겠습니다.
아직 아침시간인데도 중앙역은 붐비고 있습니다.
일을 하러 가는듯 정장을 입은 사람부터, 아침 부터 맥주(!)를 들고다니는 아저씨까지 천차만별 입니다.
역 가운데 쯤에는 생과일 주스도 팔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파는것과 똑같습니다.
근데 가격은 한잔에 3유로에서 6유로(4000원~8000원)
완전히 미친듯한 가격입니다. 국내에선 1000원~2000원 하는게 물건너오니 3배 넘게 뛰다니...
이 놈의 나라 물가가 비싸다는게 새삼 느껴집니다.
뮌헨역 곳곳에는 전광판이 걸려있어 어디로 가는 기차가 몇번 플랫폼에 몇시에 오는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시간표를 보니 엊그제 퓌센으로 갔던 28번 플랫폼에서 출발하는듯 합니다.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딱히 표를 끊을 필요가 없으니 날짜 개시만 해주고 탑승합니다.
기차에는 가르미슈로 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등산배낭에 지팡이 까지 들고 있는것이, 저처럼 관광이 아니라 하이킹으로 올라가는 등산객들인가 봅니다.
창 밖 구경도 하다보니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가르미슈와 파르텐키르헨은 서로 인접한 다른 동네였는데,
산이 유명해지고 관광객들이 유입되자 하나로 합해버렸다고 합니다.
기차에서 내리면 바로앞에 추크슈피체 정상까지 가는 간단한 지도가 있습니다.
정상까지 가는길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산악기차를 타고 가는방법이고,
두번째는 아이프제(EIBSEE)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서 올라가는 방법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짜피 아이프제까진 기차를 타니, 반절은 케이블카를 타는게 좋을듯 합니다.
산행기차를 타기전에 매표소에서 카드처럼 생긴 표를 끊습니다. 가격은 42유로.ㅎㄷㄷ
꽤나 비싼 가격이지만, 여기까지와서 돈때문에 돌아갈 수는 없으니 과감히! 표를 삽니다.
산행열차의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깔끔합니다.
솔직히 이런곳에 있는 산행열차는 조금 낡은 구식모델 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타보니 초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ㅎㄷㄷ
산행열차를 타고 한시간~정도 지나니 아이프제에 도착했습니다.
열차에서 내려 숲을 둘러보니 나무들이 하나같이 삐죽삐죽 위로 곧게 뻗어있습니다.
건축양식중 하나인 고딕양식은 게르만족이 살던 숲의 모양에서 따왔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숲을 보니 그 말이 정말인것 같습니다.
바로 올라갈 것도 아니고, 천천히 아이프제 호수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 호수는 해발 1000m에 있는 호수 라던데, 호텔 같은 건물로 가로막혀 잘 보이지 않습니다.ㅜ
호수를 보려면 위로 올라가야 할 듯 합니다.
대충 한바퀴 휘~익 둘러보고 케이블 카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들어갑니다.
정류장 입구에는 독일아와 일본어로 씌여있는데, 일본어를 보니 왠지 모르게 씁슬 합니다.
일본에서 돈을써서 설치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인이 많이오니 독일에서 설치 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어 대신 한글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씁슬함을 뒤로 하고, 도착한 케이블 카에 몸을 싣습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이동하면 해발 1000m에서 2900m에있는 정상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계속 올라가다 보니 케이블카 옆으로 운해雲海 가 펼쳐 집니다.
산 아래에 호수가 있어서 인지 구름이 굉장히 많은듯 합니다.
케이블 카를 타고 5분~10분쯤 지나니 정상인 추크슈피체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는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습니다;
기념품 상점들도 죄다 문이 닫혀있고;
건물안은 딱히 볼게 없는듯 하니 전망대 밖으로 나가 봐야겠습니다.
밖으로 나와 정상쪽을 바라보니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안전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
아무리 줄 사다리가 설치 되어있다지만, 저 발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입니다. ㅎㄷㄷ
그런곳을 맨몸으로 올라가다니...음... 제정신이 아니거나 산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추크슈피츠 정상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십자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정상의 풍경은 마치 사막같습니다....
밑에 있을땐 몰랐는데, 올라와보니 이곳 정상엔 눈이 하나도 없습니다.
3000미터 가까이 되는 산이라길래 내심 만년설을 기대하고 왔었는데...
음... 아무래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반대편엔 전망대와 야외 음식점 등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구름이 뒤덮어 사진찍기가 힘듭니다. 안그래도 못찍는 사진 더 안찍힙니다.ㅜㅜ
9시에 출발해서 산꼭대기에 올라오니 어느덧 3시가 다 돼 갑니다.
점심도 못 먹고 배도 고프니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겠습니다.
점심을 먹기전 안쪽에 있는 기념품 가게를 구경 하러 가는데, 왠 새가 가까이 날아 옵니다.
아니 이놈의 새가 겂도 없이 사람이 밥먹는 곳에...
음. 까마귀는 아닌듯 한데, 정상근처에서 꽤나 많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구석에 있는 기념품 점에선 여러가지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추크슈피체 정상 기념 열쇠고리 라던가, 독일 전통 맥주컵이라던가.
하나같이 가격이 캐비싼게 특징입니다. 열쇠고리 하나에 4.5유로라니... 어처구니 없을 따름입니다.
돈주고 기념품 살것없이 기념품 사진을 찍으면 언제고 볼 수있으니 더 좋습니다...는 개뿔 ㅜ
그래요. 사실 돈없어서 안사는 거에요.ㅜㅜ
어쨌든 원하는 기념품(사실은 사진)은 얻었으니 배나 채워야겠습니다.
간이 음식점 처럼 간단한 음식과 어디서나 빠지지 않을듯한 맥주를 팔고 있습니다.
저는 간단히 소시지 스프 하나만 주문합니다. 가격은 5유로.
바가지를 예상했던 거완 달리 의외로 가격이 쌉니다.
한끼 식사 대용으론 조금 부족한 듯 하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적당합니다.
맛은 뭐... 크림스프에 캔터키 후랑크를 썰어넣은듯 한 맛입니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식당뒤편의 전망대로 갑니다. 걸어다니다 보니 전망대가 꽤나 넓습니다.
이런 고산지대에 어떻게 이런전망대를 세웠는지...
전망대 한쪽에 있는 나무조각상.
왠 뜬금없는 나무조각상인지...'걸어서 산을 정ㅋ벅ㅋ' 했다는 의미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_-
정상도 다 봤겠다. 밥도 먹었겠다. 슬슬 내려가야 겠습니다.
기념품가게 옆 으로 가보면 올라왔던 출구와 다른 곳이 있습니다. 아마 이곳에서 내려가는 듯 합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곳에 전망대가 세워지기 까지의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안으로 더 들어 가려는데, 안쪽에 앉아있던 창구원 같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뭐? 왜 못들어가지? 왜 못들어가냐고 물었더니, 이곳부터는 오스트리아 땅이랍니다.-_-;
여권인지 표인지 뭔지가 없으면 이쪽으로 들어 올 수 없다고 합니다.;
저도 국경넘어 오스트리아로 갈 생각은 없으니 발길을 돌립니다.;
내려올때도 케이블 카를 타고 내려옵니다.
올라갈때는 구름이 껴서 잘 보이지 않던 아이프제 호수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케이블카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다시 아이프제 역에 도착. 기차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 역에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가는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여성분이 말을 겁니다.
"저...혹시 한국분?"
우왓. 레알 놀랬습니다. 머나먼 이국땅 한복판에서 한국말을 듣게 될줄은 ㅋㅋ
깜짝 놀라 어떻게 아셨냐고 물으니, 혼자다니는 걸로 봐선 중국인은 아니고, 체형(ㅜㅜ)으로보니 왠지 한국사람 같았다고 합니다.
저는 몰랐는데, 올라올때 부터 보신듯 합니다. 긴가민가 해서 말을 걸어봤는데 한국사람이어서 다행이다고 하십니다. ㅋㅋ
뮌헨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도 합니다. 독일 대학에서 연수중인 연구생인데, 가끔이렇게 여행을 한다고 하십니다.
오는길도 갔던길과 마찬가지로 두시간쯤 걸려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이렇게 헤어지긴 아쉬우니 밥이라도 한끼 같이 먹자고 하십니다.
역 한쪽에 있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 우동?비슷 한 면종류와 맥주 한잔을 마십니다.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밥 한끼 그냥 사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레알 천사.ㅜ
어찌됐든 저야 좋은 일이지만, 사람이 염치가 있지. 초면에 어떻게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냥 제가 내겠다고 하니, 기어코 자신이 계산을 해버립니다. 으헣헣ㅜㅜ
한국사람들 정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역시 머나먼 타국땅에서 보니 없던 정도 생기는 듯 합니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그만 헤어지기로 합니다.
나가는길에 젤리과자 한보따리를 삽니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어짜피 하루 볼 사람인데 뭐"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생겼었나 봅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찰나의 인연을 통해 그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게된 하루 였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