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빈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로 갑니다.
급작스러운 일정인지라 현지 사정이나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프라하와 비슷하다니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서역 OBB 발권하는곳에 가서 물어보니, 브라티슬라바는 유레일 적용이 안돼 그냥표를 사야한답니다.
그래서 끊은 브라티슬라바 하루(?)권. 출발 시간이나 도착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자율권입니다.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찍가야 좀더 많은것을 볼 수 있을테니 빨리 갑니다.
표에는 서역에서 출발한다고 되어있지만, 실제론 동역에서 출발합니다.
동역에 도착해 얼마간 기다리니, 기차가 도착합니다.
기차에 자리를 잡고 앉는데, 왠지 사람이 별로 없으니 불안 합니다.
그래서 옆자리에 탄 노부부에게 브라티슬라바로 가는기차가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해주십니다.
맞다는 말에 안심하고 창밖을 보면서 도착하길 기다린지 2시간.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도착했습니다.
브라티슬라바의 중앙역. 이곳의 중앙역은 여태껏 지나왔던 다른 도시들의 중앙역보다 작아 보입니다.
서유럽 보다 관광객이 없는 탓인지, 인구가 적은탓인지...
어쨌든 일단 도착했으니, 인포메이션 창구에가 도시 안내 책자와 지도를 받아야 겠습니다.
근데 점심시간..ㅋㅋ 밥먹으러 갔는지 창구직원이 한명도 없습니다. ㅎㄷㄷ
지도가 없으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한 1시간 쯤 기다리니 어슬렁 들어와 창구를 엽니다.-_-;
인포메이션 에서 받은 도시 안내 책자와 지도.
사실상 이곳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니 이거라도 보고 어딜 갈지 정해야겠습니다.
아침에 출발해서 도착하고 보니 점심시간...
딱히 배가고픈건 아니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밥때를 놓칠때가 많으니
역안에 있는 간이 음식점(?)에서 버거 같이 생긴것을 하나 주문합니다.
우와.. 무지막지한 크기... 베네치아 에서 먹었던것 보다 1.5배는 더 큽니다.
빵보다 안에 껴있는 고기덩이가 더 큽니다. ㅎㄷㄷ
소스가 없어서 약간 뻑뻑 하지만, 고기에 양념이 돼있는지 그렇게 밍숭맹숭한 맛은 아닙니다.
한손엔 빵을들고 역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장난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람들로 몰려야할 역 앞은 도시가 작은탓인지, 그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역에서 받은 지도를 보면서 시내로 향합니다.
지도에 따르면 아래쪽으로 난 길을 죽~ 따라 이동하면 대통령 궁이 나오는듯 합니다.
시내로 가는 길은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차들도 간간히 지나갈뿐, 도시전체가 조용합니다.
역에서 나와 30분 걸으니 대통령 궁이 나옵니다.
슬로바키아의 대통령궁. 앞쪽에는 분수대도 있는데, 아직 아침이라서 그런지 작동은 안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대통령이 있는곳이 허술하다 싶을정도로 사람이 없습니다.
흠... 어찌되도 상관없다는건 아닐테고. 그 만큼 개방적인거라 생각됩니다.
대통령 궁에서 오른편을 바라 보면 저 멀리~ 브라티슬라바의 성이 보입니다.
가까워 보이는듯 하니 바로 이동해야 겠습니다.
...
더워...
가까워 보이는데 막상 걷다보니 멉니다. 게다가 오르막길이라 오르니 덥습니다.-ㅁ-;;
땀을 흘리며 올라가는데, 길 옆 집들의 벽이 인상적입니다.
오래되서 떨어진건 아닌거 같고 일부러 저렇게 해논듯 합니다.
헥헥거리면서 한참 오르다보니 성의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얼추 다 올라온것 같으니 안쪽으로 빨리 들어가봐야 겠습니다.
성 앞의 안내문을 대충 읽어보니 13세기에 처음 지어진것을
합스부르크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화려하게 개축한것 같습니다.
그러던것이 1811년 화재로 무너지고 20세기 중반에 재건하여,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듯 합니다.
성안의 박물관은 별로 관심이 없으니 바깥쪽 풍경이나 살펴봐야 겠습니다.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이동하면 시내를 관통하고 있는 도나우강(다뉴브) 너머 시가지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습니다.
도나우강 너머 시가지는 지도에 포함이 안돼있는것을 보니, 신시가지 인듯 합니다.
도나우강에 걸쳐있는 현수교 의 탑은 UFO 형상을 하고 있는데, 설명을 보니 고급 레스토랑인듯 합니다.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고 성의 모습도 찍었으니, 이제 반대편으로 내려가야겠습니다.
아래쪽에서 찍은 브라티슬라바 성, 꽤나 전망이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은 손을 꼽을정도로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10명도 안되는 수준.
확실히 이쪽은 프라하에 비해 아직 덜 알려진 모양입니다.
성을 내려와 구 시가지로 가는길에 콜라를 삽니다.
1L 짜리 콜라 하나가 1.5유로... 정말 쌉니다.
문득 여행초반 로마에서 500ml짜리를 4유로 주고 사먹은게 생각납니다.
ㅡㅜ
콜라를 조금 마시고, 병을 배낭 옆에 쑤셔 밖은뒤, 발길을 옮깁니다.
시내 중심쪽에 위치한 작은 교회. 시내로 가면서 이곳에 있다는 홈플러스(TESCO)를 찾아봅니다.
딱히 뭘 살건 아니지만, 이곳 대형마트에선 무엇을 파는지 궁금해 졌습니다.
시내 중심가 쪽으로 발을 옮기다 보니 한쪽에 학교인듯한 곳이 보입니다.
체육시간 인듯.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고 있는데, 하나둘 저를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웅성웅성 대며 쳐다보는 것이, 제가 잘생겨서 그런가 봅니다.
...그럴리가 없죠.ㅜ
이 근방에 베낭매고 싸돌아다니는 동양인이 없으니 신기한 모양입니다.
시내쪽으로 가면서 본 동상. 손에는 총을 들고 있습니다.
흐음... 전쟁기념비 라던지...무장공비 라던지... 뭐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브라티슬라바 성에서 반대편으로 30분 정도 걷다보면, 이런 구시가지가 나옵니다.
이곳에 들어서야 사람들이 좀 돌아다니는것 같습니다.
넓지않은 길을 걸으며, 이곳저곳 돌아보고 있는데, 케밥집이 눈에 띕니다.
케밥집과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이곳에서도 케밥은 인기메뉴 인가 봅니다.
하나 먹어볼까 하다가 홈플러스에 가면 먹을게 널려있을테니 참기로 합니다.
케밥집을 벗어나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나옵니다.-ㅁ-
슬로바키아의 중국집.-0- 정말이지 중국인은 세계 어딜가나 존재하는듯 합니다.
관광객으로도, 아니면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도
여태껏 도시를 지나올때마다 중국인/중국식당을 보지못한적이 없습니다.
문득 피렌체 가죽시장에서 현지인들 틈에 껴서 장사를 하고 있던 중국인이 생각납니다.
시내를 벗어나 이곳저곳을 해맵니다.
역에서 받았던 관광 지도엔 대형마트가 표기가 안돼있으니 그냥 무작정 묻거나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마트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저 멀리에서 기차가 옵니다.
엉? 바퀴가 있습니다? 트램이 다니는 레일로 오길래 기차인줄 알았더니, 기차모형을 한 자동차 입니다.
앞쪽에 브라티슬라바 라고 써있는게, 아마도 관광객을 위한 투어버스인듯합니다.
성을 보고, 시내를 지나 길을 해맨지도 한시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홈플러스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니, 마침 자기도 그쪽으로 간다고 같이가자고 합니다.
피부병이 심한듯 병원에서 나와보이던 이 '청년'이 같이 트램을 타고 가면서 길안내를 해줍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음악얘기도 하는데, 이곳억양이 너무 심해 솔직히 10% 도 못알아 듣겠습니다.-0-
하지만 말이 안통하는 사람을 기꺼이 데려다 주다니, 어려운 사람을 돕는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트램에서 내려 잠깐 걷다보니 맞은편에 TESCO 라고 쓰인 건물이 보입니다!
테스코는 영국 기업으로 우리나라에선 삼성의 이름만 빌려 홈플러스로 장사중인데, 이곳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그간 유럽의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대형마트를 한번도 볼 수가 없었는데 동유럽에 와서야 본다는게 뭔가 좀 이상합니다.
그런거야 어쨌건 안으로 들어가 바로 식품매장쪽으로 내려갑니다.
사실 매장을 구경하러 온것이 아니라 목적은 술을 싸게 사가는 것이니까요. 헤헤
지하로 내려가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술이 많은 것에 놀랍니다.
지하매장 전체가 술인듯 엄청나게 많은 술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맥주 한가지만 해도 종류가 수십가지... ㅎㄷㄷ.
반대편엔 와인이나 보드카 등등의 술들이 또 엄청나게 있습니다.-0-
가격은 우리나라에서 사는것보단 싸지만, 현지물가를 생각한다면 그리 싼편은 아닙니다.
원래는 선물용 발렌타인이나 사가려고 했는데, 가격이 비싸 그냥 아이리쉬 크림? 이라는걸로 삽니다.
애당초 목적이었던 술은 못샀지만, 어쨌건 하나 샀으니 밖으로 나옵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5시가 다되 갑니다.
이곳에서 빈으로 돌아가는 막차가 언제인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가야겠습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청과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를 벗어나면서부터 과일을 꽤나 못먹은게 생각납니다.
마침 배도고프니, 과즙이 많은것보다 그냥 바나나를 사서 먹습니다. 가격은 역시나 싼 1.5유로.
바나나를 까먹으면서 아까 왔었던 반대길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길에 본 우체통. 우체통 주제에 무슨 예술작품처럼 생겼습니다. ㅎㄷㄷ
오지 않았던 길로 돌아돌아서 다시 대통령궁에 오니, 해가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녁때가 다되가니 대통령궁 앞에 있는 분수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걸어다녀 더웠었는데,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는게 보는것만으로도 더위가 사라지는것 같습니다.
대통령궁의 울타리너머 건물 입구에는 근위병들이 서있습니다.
여느나라 근위병들이 그렇듯. 이들도 꼼짝않고 서있습니다.
군바리는 어딜가나 힘든 존재인것 같습니다. ;ㅁ;
대통령 궁을 지나 골목길 한쪽에 있는 쪽문으로 들어가니, 이런 공원이 나옵니다.
대통령 궁 바로 옆에 개방 공원이라니...ㅎㄷㄷ
원래부터 공원은 아니고, 대통령궁 정원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원에는 여느 공원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나와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앉아서 아이들 사진도 찍고, 공원도 찍으면서 하루종일 걸은 다리도 풀어줍니다.
계속 앉아 있고 싶지만, 기차가 언제 있을지 모르니 이만 일어나야 겠습니다.
역으로 돌아가 기차 시간표를 확인 해보니, 얼마 안있으면 빈으로 가는 기차가 옵니다.
오래 기다릴것도 없이 잠깐 앉아있으니 기차가 도착 바로 탑승해 빈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2시간이 걸려 빈으로 돌아오니, 거리엔 어둠이 깔리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길가에 있는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엔 사람들이 많아지는듯 합니다.
골목길 사이사이로 돌아다니다 보니 조그맣게 시장도 열렸나 봅니다.
그동안 지나온 도시들의 시장은 대부분 새벽에 시작해 오후가 되기전에 끝났는데,
이곳은 저녁까지 계속하나 봅니다.
링크 안쪽의 볼거리들을 한번씩 싹 훑고 지나가니 슬슬 배가 고픕니다.
오늘 저녁도 어제 먹었던 케밥! 입에 아주 맞아버린듯 이것 말고 다른것은 못먹겠습니다.
어제 갔던 케밥집으로 가니, 아저씨가 또 왔냐며 웃습니다.ㅋㅋ
어제와 똑같이 전병에 말린 케밥을 주문해 덥썩베어 뭅니다.
케밥을 먹으며 어제도 왔었던 이자리를 다시 옵니다.
매일매일 다른곳을 보고 싶은데, 제일 흥미거리인 이탈리아를 먼저 봐서인지 몸이 늘어지는것 같습니다.
도시간 일정을 늘린게 몸은 덜 피곤해서 좋지만, 같은곳에 계속 있다보니 늘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케밥을 먹으며 밥을 먹지 않아 쓰린 속을 달랩니다.
여행오기 전엔 "도시마다 유명한 맛난것만 쳐먹고 다녀야지~" 라는 개념없는 생각을 똥꼬발랄하게 했었는데
막상와보니 한국식 밥과 국이 그렇게 땡길 수가 없습니다.
곧있으면 추석인데(09년 10월4일) 집에서 만든 전이 먹고싶습니다.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숙소로 돌아갑니다. 빈에서의 숙소는 손빨래 밖에 할수 없기 때문에
옷을 세탁하려면 근처의 세탁방으로 가야합니다. 숙소에서 가진 옷을 몽땅들고 세탁방으로 향합니다.
어짜피 돈내고 세탁할 거 그동안 손빨래만 했던 것들을 걸치고 있는 옷만빼고 모두 세탁기에 집어넣습니다.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면서 옆의 자판기에서 맥주 하나 뽑아 먹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오스트리아의 일정도 마지막 입니다. 빈에 도착한지도 얼마 안된것 같은데 오늘로 벌써4일째.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다보니 시간이 더 빨리흐르는것 처럼 느껴집니다.
To be continued...
처음에 저 버거는.. 고기 두께에 자비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