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말들이 많았던 뜨거운 감자라..
굳이 본인까지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진보적 언론에서
파시즘의 발로다. 일그러진 애국주의의 표상이다
는 글들이 나와서 다소 오바스럽긴 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하기엔
꺼림직.. 한 느낌이 들어서 굳이 이렇게 글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이 악플과 반대의견은 환영이므로 댓글을 달아주시면
늦더라도 꼭 답변은 드리겠다. 라는 점을 밝히고.
1. 째범, 결국 걔 잘못이잖아?
맞는 말이다. 5년 전이지만, 18살에 불과한 놈이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서 문화적 후진국이라고 느꼈던 선민사상이 없잖아 있었겠지만-
그런 배경 상황을 빼고 DC인사이드에서 제보했던 그대로 째범이가 마이스페이스에 한국을 비하하는 .. 다소 허세가 심하게 섞인 글을 여러차례에 걸쳐 올렸던 것은 사실이고,
언론에서 뭉뚱그려서 다소 순화시켜 말하는 수준 이상의 글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언론에서 말하는 파시즘이니 애국주의니 하는 말에 분노 하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진짜 아무것도 아닌 수준에 화를 내는게 아닌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는 것에서 화가 나는 거야.
어쨌든 팩트만 놓고 볼때, 18살 허세가 하늘을 찔렀던 아메리콴 째범이의 잘못이지.
2. 마이스페이스에서 글을 삭제하지 않았던건 뭐야?
이건 좀 솔직히 말하자. 글을 삭제하거나, 삭제하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글을 삭제 했으면 또 전에 이런 글 올려놓고 삭제하면 없던 일이 되는 거냐?! 일을 덮으려고
무마시키는 거냐?!
지금은 삭제 했지만 마이스페이스에 이런 글이 올라왔음 인증 샷.
이라고 또 돌겠지. 결국 문제는 다시 커졌을걸? 삭제하지 않았던 것은 그 일이 이렇게 커질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을 거고, ..5년전 방명록의 글을 다시 볼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어. 솔직히 댁이나 나나 미니홈피 몇년전 방명록 보면 참.. 가관이잖아?
아.. 그땐 이랬구나.. 싶은 거지. 과거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이 그만큼 괴리가 있는거야.
뭐 또 변명 같지만, 얘네 스케줄이 얼마나 살인적 일텐데 한가하게 인터넷 하면서 기억도 안나는 5년전 방명록 보고 있겠냐?
3. 기자회견 대신 왜 탈퇴야?
마찬가지지. 기자회견 해봤자, 모두가 아는 수준의 이야기만 나올거거든. 5년전 어렸을때 했던 말이고, 이게 이렇게 문제가 될지 몰랐다.. 죄송하다. 자숙하겠다. 지금은 한국을 사랑하고 있다. 안봐도 비디오 잖아?
그리고 사람의 감정 이라는게 이렇게 이성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잖아.
이성적으로 볼때,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고 18살 풋나기 고삐리때 한 일이니까 개인과 개인의 일이라면 넘어 갈수 있는데 "국가"라는 문제를 들먹였기 때문이지. 내가 열받는 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초 강수다 어쩐다 말이 많은데.. 사실 탈퇴는 이후의 여론을 뒤집기 위한 계산이 아니라, 23세에 불과한 젊은.. 혹은 어린 째범이가 택할수 있는 최대한의 사과이자 최대한의 양보 였을 거야. 제가 싫다면, 가겠습니다. 백번 사과의 말 대신 한번의 행동으로 보여준거지.
잘못하긴 했지만, 사과는 확실하게 했어.
4. 파시즘? 애국주의? 그건 맞냐?
이건 좀 애매한 문제인데, 그런 성격이 전혀 없다- 라곤 말 못해. 아다시피, 개고기를 안먹는 나도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이 개고기나 먹는 야만의 나라다- 라는 말을 들으면 뚜껑이 열렸던 것처럼, 국가주의는 한국에 있어서 어떠한 정치적 성격이 아니라, 공유하는 감정적 공감이니까. 너도 한국인 나도 한국인 월드컵 4강 올림픽 야구 우승.. 뭐 그렇잖아?
그런데 파시즘이다 애국주의다 라는 단어가 좀 '과격' 해서 그렇지 파시즘이면 째범이를 욕한 네티즌이 무솔리니의 추종자라는 거야 뭐야.. 네티즌들이 뭐 독도가지고 장난치는 일본 우익 애들이랑 같은 수준이라니!! 라는 점에서 뚜껑이 열리고 열받는 거지.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파시즘 맞거덩. 정도의 차이가 있지, 감정의 온도를 봤을때 파시즘에 가까운건 사실이야. 우리는 한국이란 나라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 있지 않아.
우리가 보아온 객관적인 한국의 모습이래봤자 미수다에 나오는 '맵고 뜨거운것을 잘먹고, 화끈하며 정이 많은 한국인' 이거나, 세계에서 한민족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는 '세계속의 한국인' 정도 겠지. 그것도 아니면 좆선에서 보아왔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구석에 ***왔다감 이라고 방명록을 남기는 '부끄러운 한국인' 이었거나.
어느쪽도 우리가 우리를 객관적으로 보는 모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확인한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에 지나지 않아. 당신과 나는 한국인 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고, 우리의 선택이 아닌 우연 혹은 필연으로 대한민국 이란 나라에 남한에, 한국어란 언어로 교육받으며 자라온것 뿐이야. 다시 말해서 우리가 영국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사용 했다면 그 상황 자체는 우리와 다를게 없다는 것이지.
우리가 객관화 라는 것에 얼마나 낯설게 느끼는지 볼까? 여기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아이가 있어. 아이의 이름은 김영수. 올해 5살이야. 그런데, 아이의 머리는 심한 곱슬이고 아이의 피부가 검어. 아버지나 어머니가 흑인 이었던 모양이지.
...우리는 이 아이를 한국인으로 부를까? 아마 우리가 아는 '평범한 한국인' 황인종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한국인이 아닌 이유로 차별받을 확률이 높겠지.
축약해서, 파시즘이란 단어가 과격하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객관화 보는 것에 익숙치 않아. 그런 나머지, 우릴 객관화 해서 바라보는 시각에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에 컴플렉스 적인 반발심이 생겨나는 것이지. 그것을 타인의 시각으로 볼때 "파시즘, 애국주의" 라고 해.
5. 객관화가 도대체 뭔데?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 진중권, 강준만 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도 남을 유명한 논객으로 파리의 택시운전사 출신인 홍세화 씨와 러시아 출신의 박노자 씨가 있어.
이분들은 언제나 이성적이고 따뜻한 눈으로 한국의 문제를 짚어보고, 한국이 보다 진보적인 보다 사회적인 성숙함을 갖도록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지. 그런데, 이분들의 글에 반박하는 대다수의 논리가 뭔지 알아?
홍세화씨의 경우는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어. 단적인 예로 프랑스에서는 "경찰"도 파업한다지.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니까. 그런데 그런 홍세화씨를 가장 쉽고도 치사하게 놀려먹는 방법이 뭐겠어. "그렇게 프랑스가 좋으면 프랑스 가서 살아라."
야. 죄도 없는 사람을 국가 보안법으로 20년 넘게 먼 나라로 유배 보내 놓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와서 가슴 아파 하는 사람에게 도로 떠나라니.
박노자씨의 경우도 비슷해. 러시아에서 한국에 매료되어 한국으로 귀화 했고, 노르웨이에서 한국 관련 교수로 재직중이지만, 우리는 박노자씨를 한국인으로 부르지 않아. 언제나, 귀화한 외국인 일 뿐이지. 러시아의 실패와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박노자씨의 글에
"어차피 넌 외국인 이니까" 라는 말로 성분을 나눠 버리는 거야. 그게 우리의 마음에 위안을 주니까. 박노자의 말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과정이 너무 불편하고 아프거든.
그래서 박노자를 외국인으로 치부하는 거야. 더럽고 비겁하게.
6. 왜 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찬가지야. 째범의 글이 나왔을때 가장많이 달린 댓글들이 딱 요 수준 이었거든. 미국으로 꺼져 임마. 한국에서 돈버는 주제에 감히 한국을 욕해? 순간 오버랩 되는게 패티김과 조영남이네. "여러분, 돈 떨어지면 오는 가수가 또 왔습니다." 컴플렉스지. 째범이라는 불과 스물 셋에 불과한 청년이 많은 팬을 지녔다는게 배도 아프고,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게 맘에 들지도 않고. 잘걸렸다 싶은거지. 대중은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파워를 느끼고 자위 하거든.
어때, 이 천박한 광대들아. 가만히 쳐 웃으면서 재롱이나 떨어.
노무현 시대 이후. 대중들은 누군가가 자신들보다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거야. '겸손이 미덕에서 도덕' 으로 변한 세상이 된 거지.
7. 결론
길게 이야기 했지만 한 줄로 요약해서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국가주의나 파시즘 같은 흉폭한 공격이 아니라, 23세에 자신의 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청년이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 할수 있는 "관용" 이었어.
우리가 용서 했다면, 그때도 째범이가 "한국은 참 쉬운 나라야. 이런 잘못해도 넘어가고."
라고 생각했을까? 좀 다른 이야기지만 우린 용서가 필요한 순간에 분노하고 분노해야 할 순간에 용서 하는 것 같아. 위에 쉬운나라 운운은 2002년 효순양과 미선양 사건의 용의자 였던 두명의 미군이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내뱉은 발언이라지.
...당신이나 나나..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꼴이 된거야.
요즘은 참 팍팍한 세상이란 기분이 들어. "겸손은 필수 지만 관용은 미덕" 이 되어버린..
예수님이 이런 말씀을 남겼지.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네 눈에 들어있는 기둥은 보지 못하냐?"
뭐 앞서 말했듯이 가열차게 반대의견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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