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직 게임 기획자로 정확히 3년 4개월 이란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좀 길게 일하다,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갔다가 회사의 대표와 의견 마찰로
장렬하게 퇴사하고는 좀 작은 규모의 회사에 들어갔다가 사내 정치 싸움에 껴 이력이나 또 퇴사한
불명예스러운 이력을 가지고 있지요.
대략 10개월에 이르는 기간동안 그동안 벌어놓은 적금을 까먹으면서 일본도 다녀왔고
제가 글을 쓰는 잡지에 취재도 열심히 다녔습니다.
운 좋게 한동안 공석으로 있던 밴드의 기타리스트도 구해서 신곡과 싱글 녹음 작업도 진행 중이구요.
그러다 문득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수입원을 만들어야겠단 결심이 서서 게임잡 이란 게임업계
구직 사이트에 다시 '취업중' 상태로 자기 소개서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카피캣과 얄팍한 상술로 모바일 게임계가 쿠소게로 가득찬 판국에 다시 회사를 들어가는게 맞나
하는 불안과 오래도록 쉰 상태에서 과연 면접이나 제대로 올까. 하는 회의감이 겹쳐 있었던 상황에서
운좋게 면접 요청이 와서 오늘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엔 그저 작은 모바일 게임 회사겠거나 하고 보고 왔는데 CJ 넷마블 계열 회사더군요.
그저 평범한 문답이 오가던 면접에서 인상깊은 몇마디의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만약 입사를 하게 되신다면 지금 하고 계신 밴드와 잡지 기자는 그만 두셔야 될겁니다."
"제가 밴드나 기자를 하루 이틀 한것도 아니고, 이전 회사에 있었을 때부터 몇년간 병행하면서 제 일을 해왔습니다.
무슨 20대 초년생도 아니고 프로로서 제 일과 취미(라고 표현한게 스스로 자괴감이 듭니다만) 는 구분할 수 있습니다."
라는 대답에
"저도 이 업계에 들어오기 전에 밴드를 했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 그만 뒀습니다. 병행하기 어려울겁니다. 일에 영향을 미치더라구요. 제 경험상"
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성향상, 저처럼 머리에 뿔난 기획자를 그런 대기업에서 뽑진 않을듯 합니다만, 문화를 제일 잘알고, 제일 잘한다고
수십억의 광고를 쏟아붓는 회사에서 한다는 소리가 너무 고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회사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일을 하는 곳이지 회사를 다니기 위해 인생을 희생하는 삶은 받아들이기 힘들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좀 적은 월급을 받더라도 즐겁게 일할수 있는, 그런 회사 어디 없을까요. |
자발적 노비들로 이뤄진 이 개한민국.. 어찌해야 하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