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하님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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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5) 2009/06/15 AM 02:39
안녕? 나는 올해 스물 일곱살의 슈하 라고 해.

반말로 얘기해서 미안한데, 같이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입장에서 편하게 말하고 싶어서 그런거야 이해해.

나는 스톰이란 하드락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어.

뭐 이렇게 말하면 거창한거 같지만, 자작곡은 달랑 한곡이고

그나마도 제대로 모여서 연습을 못하는 통에 결성 이후로 꽤나 긴 시간 동안 활동휴지

중이지.

그래, 너도 음악이 하고 싶구나?

충고라긴 뭣 하지만 내 이야길 좀 할께. 지루하겠지만 들어줘.

내가 처음으로 음악 이라는걸 좋아하게 되었던 때가 9살 쯤인거 같아.

나보다 세살, 여섯살 많았던 사촌형들의 영향을 받아 가요에 빠지게 되었지.

기억하겠지만 91년 쯤의 가요는 지금의 아이돌 세상과는 달리 다양한 개성을 지닌 뮤지션

들이 빼곡하게 앨범을 내곤 했었어. 이승환 이라던지 윤상 이라던지 신해철 이라던지

전람회 라던지.. 서태지와 아이들 이라던지.

돌아보면 나도 가장 좋아했던건 서태지와 아이들 이었던것 같아. 취향이 독특해서 2집에서

죽음의 늪 이라던지 3집에서 재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곡들을 좋아했지.

돌이켜 보니까 그때도 좀 묵직하고 스피드감 있는 락 취향이었던 것 같아.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서 넥스트의 2집을 듣게 되면서 아, 내가 좋아하는게 이거구나

하고 알게 된거야.

어렸을때부터 장기자랑에서 노래하는걸 좋아했거든 뭐 그땐 정식적인 안무 같은게

없던때라, 음악에 맞춰서 그냥 추면서 특징적인 몇개 회오리춤 같은거만 해줘도

우와 멋지다- 했던 때야. (아 부끄러워지네;) 어쨌든.

그때까지만 해도 가수가 되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참 철없어 보였어.

도대체 앨범 제작비라는 몇억은 어디서 벌 것이며 화려함에 눈이 먼것처럼 보였거든.

그런데, ...중학교 3학년때 정말 음악이 좋아지더라.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기분이 좋았어. 공연때 그 화려한 액션이라던가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음악 이라는게 좋았거든.

그로부터 몇년이 또 지나서 군대도 갔다 왔고.. 이젠 특별히 날 구속하는게 없는데도

뭐가 진척이 안돼. 벌써 스물 일곱이나 먹었는데 음반 한장도 내지 못했고

제대로된 실력도 없어.

그래, 나처럼 될까봐 걱정도 될거야. 그런데 있잖아...

음악이라는게 좋은거야, 인기스타가 되고 싶은거야?

아마, 난 나이도 많고 장르도 장르인지라 티비에서 화려하게 나오는 그런 인기가수는

영영 안될지도 몰라. 아니 아마 안되는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그럼 뭐 어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하면서 음반 만들고 내 음악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주면, 그래서 그 장르에서만 이라도 인정받으면

그걸로 된거 아닐까?

좀 스케일이 다르지만 잉베이는 아마 앞으로 빌보드 1위 같은건 못할거야.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잉베이가 이제 의미 없는건가? 아니잖아.

그래도 여전히 우린 잉베이를 사랑하잖아.

음악을 시작하려는 친구, 있잖아.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래.

그런데 인생만 그런걸까? 음악도 그렇지 않을까?

이제 음반 한장 내는데 몇억이 아니라 돈 한푼 들이지 않고도 낼수 있는 세상이잖아.

우린 어쩌면 행운보다 행복을 얻은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힘내고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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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몬스터    친구신청

네 노력하겠습니다.

godcore    친구신청

뭔가 진척이 없는것은 니가 루리질을 하기 때문이야 나도그래 ㅋ

내눈에CCTV    친구신청

엄한 화성학에 쩔고있는 제 어깨를 토닥이는 글...

*린다린다린다*    친구신청

음악에 스타고 뭐고 그 어떤 선긋기도 사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한참 멀고 먼 사람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일이건
남들이 안할 시간에 그것을 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 스스로의 만족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너무 높은 곳을 바로보고 그 어떤일을 시도했다간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된 상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

노력해서 얻는 이득은 신이 주시는 선물이므로 겸허히 받는것.


잉베이가 빌보드 1위를 해도 좋은거고,
지금도 수많은 기타를 잡게되는 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존재인 것만으로도 좋은거다.
어느쪽으로든 노력의 결과물에 의한 신만이 알 수 있는
결과물이겠지만 결과물은 일단 그 영역에서의 스타.

스타는 노력 후 결과물의 산물이지만
절대 겉포장된 빈수레엔 따라가지 않는다.
겉포장의 스타는 인공적인 가짜 별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녹색번개    친구신청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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