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번역관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던 하다 보면 빡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쪽 업계에서의 빡치는 케이스 하나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퇴근을 30분 앞둔 오후 5시
A과장한테서 메세지가 날아옵니다.
A: 백곰과장님, 저 지금 한국어->중국어 번역 발주할건데, 언제 받을수 있나요?
나: 지금요? 지금은 무린데요- 어차피 지금 보내나, 월요일에 보내나 번역 작업은 월요일에 시작해요.
중국어 번역사들도 지금은 다 퇴근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번역 납기는 최소 하루 걸린다 생각해주세요
A: 긴급한 건이라서 그런데요...그럼 언제쯤 받을수 있나요?
나: 번역할 분량은 얼마나 되는데요?
A: 어...글쎄요..잘 모르겠는데...한 2페이지 정도?
나: 그정도면 화요일에 받을수 있을거예요
A: 알겠습니다.
번역 필요하다고 요청하면서 정작 얼만큼 번역이 필요한지, 이런건 전혀 모르고
그냥 언제까지만 달라고 징징대기만 합니다..
그러고 시간은 흘러 퇴근하는 길인 5시 40분.
한참 집으로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나: 네, 백곰입니다.
A: 과장님, 저 지금 번역 발주 했는데...퇴근하신 거예요? (아니 왜 퇴근해?? 라는 말투로)
나: 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오늘 보내나, 월요일에 보내나 번역은 화요일 도착이라구요..
A: 아니, 그래도.....흠 알겠습니다.
대체..내가 아까 한 말은 뭘로 듣고 퇴근하는 사람한테 전화를 하는지....
그리고 번역 일정 문의하면서 분량도 모르고, 유럽, 남미도 아닌 아시아권 언어 번역을 요청하면서
금요일에, 퇴근시간인 5시 40분에 발주를 하면서, 월요일에 받을수 있냐고 물어보니...이 인간들은
번역이 무슨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듯이 그냥 넣으면 바로 띡 나오는줄 아나 생각에 화딱지가 났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오늘, 오후 5시 10분 저 A과장한테서 또 메세지가 날아옵니다.
A: 백곰과장님, 저 지금 한국어->중국어 번역 발주할건데, 내일 받을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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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지난주에...오후 5시 넘으면 번역사들 다 퇴근해서 작업은 무조건 내일부터 시작하고
납기는 기본 하루정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대체 내가 말한건 다 그냥 잊어버린건가 싶었네요
진짜...이런 사람들 때문에 명이 하루에도 조금씩 조금씩 짧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내가 니사정 알겠는데.... 그래도 이렇게 계속 재촉하면 급한거니까 빨리 해줄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