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고 왔더니 마이피 최신글에 군대 이야기가 있네요.
그럼 나도 군대경험담이나....
미리말하는데.. 난 진짜 이때 오줌 지릴뻔.. ;;;;;
여튼 때는 2008년 1월 쯤인데 정확히는 기억 안남..
군단도 아니고.. 사단도 아니고.. 인제에 있는 왠 군단소속 휘하 찌끄레기 부대로 발령받아서
시덥잖은 군대생활을 보냈지만 그나마 딱!! 하나 정말 다행이었던건 대대장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었음..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자대배치 받고 딱 1년 되던날.. 대대장님이 바뀌었음..
엎친데 덮친격으로.. 새로온 대대장이 초임 대대장... 즉, 대대장 업무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 상황..
거기다가 위에 잘 보일려고 샤바샤바 기질까지 섞여있으니.. 말 그대로 진짜 최악의 대대장이었음..
이 대대장이 연병장에 개인 낚시터 만든 사건도 있었는데.. 뭐 그건 담에 적고.
여튼 2월 군번이라 전역 한달 남겨놓은 말년병장인 나도 그 대대장의 마수로부터 벗어날수 없었으니..
어차피 군인이니.. 말년에 혹한기 끌려갔던건 인정함... 그냥 군번 꼬인거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말년인데.. 진짜 전역까지 2주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강원도 gop체험을 하러 가야 된다 함... 그 나쁜 대대장이!!
여튼 전 부대원 다 이끄시고 산 위 gop로 ㄱㄱ!
근데 문제는.. 그땐 눈이 너무 많이 오던때라 그 gop 사단에서도 오지말라 하던 시기였지만
우리의 그 샤바샤바 대대장에겐 그런 고난 따위 개나 줘버렷!! 하고 당당하게 올라가버렸단거지.
육공이 산 타며 잘 올라가다가 눈길에 슬슬 미끌어지기 시작한건 큰일도 아니었을 정도..
(거기다가 난 운전병이라 전역 얼마 남기지도 않았는데 차 밑에 기어 들어가서 눈 맞으며 타이어에 체인도 감고...)
고생끝에 gop도착하고.. 일부 병사들은 밤에 gop 경계체험도 해야 한다는데.. 재수없게 거기에 또 걸림-_-;;;;
어쩔수없이 낮에 대충 짐 챙기고 또 올라감.....gop경계초소로..
여긴 경계가 교대가 없더군요. 즉 밤새 경계를.... ㅎㄷㄷ
하지만 나랑 같이 근무 서줬던 병사는 제가 말년 병장이란걸 알고 그냥 편히 놀다 가라고..
말년에 이런데 끌려와서 불쌍하다고 정말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었기에.. 나도 이참에 gop체험이나 해보자며 올라갔음..
해가 지고 슬슬 어두워지자 저 멀리부터 철책에 불이 하나하나 켜지던 그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음...
사건이 터진건 새벽 1시쯤.
같이 근무서던 병사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눈 좀 치우고 오겠다고 해서 내려가고 30분쯤 있었을때였나..
밤에 저 멀리 북한쪽을 바라보며 혼자 조용히 노래나 부르며 시간 때우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등 뒤에서 소리가..
뒤돌아보니.. 불빛이 오고 있음........ 딱 봐도 간부임..
사실 여기까지 보면 별일 아니지만... 문제는... 내가 암구어를 안 봤다는거.. ㅠㅠ
정확히 말하면 같이 근무서는 병사에게 듣긴 했는데 이놈도 대충 말하고
'어차피 제가 옆에 항상 있을꺼니깐 형은 외울필요 없을꺼예요~' 라는 말에 넘어가 숙지를 안한 내탓이려나..
여튼 저 멀리서 불빛은 다가오고... 눈치우러 갔다는 이놈은 오지도 않고...
여기가 일반 초소도 아니고 gop인데..! 듣자하니 gop에선 암구어 안하면 총도 쏜다는데..!!!!!
진짜 ㅂㄷㅂㄷ거리며 다리는 후들후들... 속으로는 와나 나 어쩌냐 등등 진짜 종교라도 찾고 싶었을정도;
결국 그 간부는 초소 아래 계단까지 왔고.. 일단 나도 어쩔수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지만..
아니 암구어를 알아야 수하를 하지 ㅠㅠ... 결국 그냥 멀뚱멀뚱 서있었음;; 먼 말을 해도 통할거같지가 않기에;;;
차라리 가까이 왔을때 사정설명이라도 하는게 낫지 않았나 싶지만 그땐 그럴 겨를도 없었을정도로 긴장하고 있어서..
한 10초정도 멀뚱히 서있었던가? 밑에서 간부가 ㅈㄹㅈㄹ 하기 시작함
'야 임마 너 뭐야? 수하 안해? 이 ㅅㄲ가 빠져가지고~ 블라블라'
....도저히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음... 결국 한 10초정도 욕 듣다 보니 정신이 차려졌음
'..........아.. 저 gop체험하러 온 병사입니다..'
........................ 진짜 이거말고는 할말이 아무것도 없었음.... 정말 눈물날지경
근데 더 웃긴건..
한 5초의 정적이 흐르고.....
간부 : ............아~? 그러셨어요~? 에이 진작 말씀하시지~~~
나 : -_-;;;;;;;;;;;;;잘 못들었슴다..?
간부 : 추운데 고생 많으시죠? 안에 서있지 마시고.. 여기여기 구석에 앉아서 편히 쉬세요 ㅎㅎ^^ 이 망할 xx는 어디갔나요? ㅎㅎ
나 : 아... 눈 많이 와서 눈 치우러 간다 했는데...
간부 : 아 그럼 조만간 올꺼니 그냥 여기서 눈 좀 붙이고 계세요~ ㅎㅎ 그럼 그놈 오면 저 왔다갔다고 전해주시구요~
....그리고 간부 퇴장..
먼지 모를 상황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난 긴장해서인지 바로 털썩 주저 앉아서 잠들어버림..ㅋㅋ
나중에 눈 뜨니 옆에 그 병사 있고 날 보면서 씨익 웃더라... 고생 많았다며.. 난 진짜 총 맞는줄 알았는데.... ㅠㅠ
그리고 다시 자대로 복귀 해서 일주일 후에 말년 후가 갔따가 무사히 전역!!
..............막상 적고보니 그닥 잼있는 이야기는 아닌가..
그럼 담엔 부대 몰래 후임이랑 절에서 치킨 뜯다가 타부대 중령에게 들킨 이야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