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힘들게 기다린 버스가 오고.. 피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 앉는다.
폰을 꺼내본다. 음.. 시간이 꽤 늦어졌네.
익숙한 번호를 누른다.
? : 어~ 마쳤어?
나 : 응 이제 마치고 집가는 버스 탔어
? : 오늘도 늦게 마쳤네.. 집오면 꽤 늦겠는걸~ 오늘도 힘들었지?
나 : 뭐 매일 똑같지 ㅎㅎ 일 마치고 계속 집에 있었어?
? : 내가 어딜 가겠노 ㅋㅋ 오늘도 애들 말 안들어서 엄청 고생했다 ㅋ
나 : 어이구 또 할 이야기가 산더미겠네 ㅋㅋ 집 가면 이야기 들어줄께 ㅎㅎ
? : 응 알았어 ㅋㅋ 빨리와 ㅋㅋ
.......
그 순간 익숙한 벨소리가 들린다.
엄마 : 아들~ 이제 일 마쳤어?
나 : 응..
엄마 : 몇시쯤 집에 올꺼 같아?
나 : 아직 잘 몰겠다.. 출근한지 얼마 안됐잖아..
엄마 : 배고프제? 저녁 해놓을테니깐 얼른 온나
나 : 알따 끊을께
.......
갑자기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현실로 돌아온다.
항상 퇴근하면 집사람에게 전화먼저 하는게 일상이었다.
어차피 집에 가면 볼꺼.. 어차피 대충 일 마치는 시간 다 알꺼..
그래도 괜히 잘있나 싶어서.. 괜히 목소리 듣고 싶어서.. 그렇게 매일마다 전화를 했었다.
사실 전화는 내가 먼저 걸었어도 항상 난 듣는 역할이었다.
뭔 그리 매일마다 에피소드들이 많은지.. 해도해도 끊나지 않는 집사람 이야기들..
귀찮은듯 건성으로 대답하며 들어주는게... 그게 나의 일상이었다.
아무것도 없다.
평소 일하던 도중에도 수도 없이 날라오는 카톡들, 그녀의 전화들..
어느세 내 폰에서 다 사라졌다.
항상 듣는 역할만 하던 내가..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그녀가 날 떠나며 가져가버린건... 다름 아닌 나의 "일상"이었다.
궁금하지 않다. 궁금해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해주지 않는다.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써주지 않는다.
어느세 난 그렇게 말한마디 하지 않는... 외톨이가 되어있었다.
......
그녀와 집을 나서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며..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그 후 기다리던 버스를 올라타며..
바깥 풍경을 같이 바라보다가.. 그렇게 목적지에 다다르고..
그때까지도 끊이지 않던 그녀의 수다들을 난 항상 묵묵히 듣기만 하며 대꾸도 건성건성으로 했었다.
이제는 정말 꼼꼼히 다 새겨듣고 리액션도 방청객들처럼 엄청 다양하게 하며
나도 같이 폭풍수다에 어울려주고 같이 놀아줄테니....
그때 그런 수다를.. 다시 한번 나눠보고 싶다.
그간 못한 이야기도 나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