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 나는 팽이가 좋다
제군, 나는 팽이가 아주 좋다
공방전이 좋다
지구전이 좋다
맹공전이 좋다
방어전이 좋다
장기전이 좋다
밸런스전이 좋다
속도전이 좋다
포인트전이 좋다
RC전이 좋다
평원에서 마을에서
참호에서 초원에서
동토에서 사막에서
해상에서 공중에서
진흙에서 습지에서
이 세상에서 행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팽이배틀이 아주 좋다
전열을 잡은 블레이더의 슈터가 굉음과 함께 스타디움을 뒤흔드는 것이 좋다
하늘 높이 날려올려진 적 팽이가 집중 공격으로 너덜너덜하게 될 때 마음이 춤을 춘다
블레이더가 지휘하는 RC팽이의의 한방한방이 적 팽이를 격파하는 것이 좋다
비명을 울리고 조각나지는 팽이로부터 다가오는 와인더를 MS로 갈겨버릴 때 같을 땐 가슴이 구원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해비디스크로 무장한 팽이의 횡대가 적의 회전을 유린하는 것이 좋다
공황상태의 신형기가 이미 회전을 멈춘 적팽이를 몇번이나 공격할 때 같을 때는 감동조차 느낀다
링아웃하고 도망가는 놈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공격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
울부짖는 팽이들이 내가 흔든 손가락과 함께 바람소리를 내는 메탈로 걸레가 될때까지 공격하는 것도 최고다
가여운 조합팽이들이 잡다한 어택링으로 꿋꿋하게 대항하는 것을 해비메탈시스템이 경기장을 누비며 가루로 만들어 버릴 때는 절정조차 느낀다
챔피언에게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 좋다
필사적으로 지키려했던 경기장이 깨지고 베이스와 비트가 부러지고 깨져나가는 꼴은 매우 매우 슬픈 일이야
대륙놈들의 물량에 밀려서 섬멸당하는 것이 좋다
스메쉬에 쫓겨다니며 해충같이 경기장바닥을 기어다니는 것은 굴욕의 한계다
제군, 나는 팽이배틀을...
지옥과도 같은 배틀을 바라고 있다
제군, 나를 따르는 대대 블레이더 제군.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나?
한층 더의 배틀을 원하나?
동정, 용서 없는 빌어먹을 배틀을 원하나?
철풍뇌화의 한계를 다하고
3천 세계의 까마귀를 죽이는 폭풍과 같은 경기를 원하나?
좋다... 그렇다면 배틀이다.
우리는 만신의 힘을 다해서
지금 그야말로 내려치기 직전의 꽉 진 주먹이다
그러나 이 어둠의 밑바닥에서
4년이란 시간동안 참고 견뎌온 우리들에게 평범한 배틀 따위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대배틀을...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대배틀을...!
우리들은 겨우 일개 블레이더대
천 명에 달하는 패배자에 지나지 않는다
허나 제군은 일가당찬의 노련한 블레이더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제군과 나로 총병력 백만과 한명의 집단이 된다
우리들을 팬스의 저편으로 쫓아내고 잠자고 있는 놈들을 두들겨 깨우자
디스크를 붙들어 끌어내리고 링을 열어 기억나게 해주자
놈들에게 패배의 맛을 기억나게 해주자
놈들에게 우리의 회전소리를 기억나게 해주자
하늘과 땅의 틈새에는 녀석들의 철학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기억나게 해주자
일천명의 블레이더단으로... 경기장을 불태워주자
자, 제군
지옥을 만드는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