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는 큰 키에, 험악한 인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헛기침을 한 뒤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흠!.. 흠흠! 저기요."
"무슨일이지?"
그제서야 검은 남자는 염소를 알아챘는지, 시선을 주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쫄뻔했다.
"여. 여긴 제 자리인데요."
티켓을 그에게 내밀어 좌석 번호와 확인 시켰다. 보통의 반응이라면,
'이런, 내가 자리를 착각했군.' 이거나 가벼운 사과를 하는 것이겠지만, 검은 남자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흐음~ 그래서."
"에?"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그래서.' 라니, 이렇게 뻔뻔할 수가.
"그러니까, 지금 제 자리에 앉아 계신 거라고요!"
"그래서 내가 묻잖나. 그게 어째서 라고."
염소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자리는 내가 먼저 앉았다. 그러니 내가 비킬 권한은 없어."
염소는 울컥했다. 당장이라도 주먹으로 이자의 얼굴을 치고 싶은 욕망이 차올랐다.
"그리고, 널린게 빈자리 인데. 꼭 이 자리에 앉아야할 이유가 있나?"
그의 말대로 주변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객석의 손님도 염소와 이 남자 둘 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다른 자리에 가서 앉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염소는 가지 않았다.
여기서 이 남자의 말대로 다른 자리에 얌전히 앉으면, 굴욕감과 패배감을 맛보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았으면, 얌전히 다른 좌리로- 어?"
검은 남자의 눈에 염소의 몬스터볼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너 트레이너였냐?"
검은 남자는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하야테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작게 한번 끄덕였다.
"그럼 말은 달라지지, 자, 앉아 앉아."
검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태도가 이렇게 바뀌니 혼란스럽거니와, 주먹다짐까지 예상했던 염소는 맥이 풀려버렸다.
결국 염소는 본래 자신의 자리에 앉고, 검은 남자는 마주보는 바로 앞자리에 턱 하니 걸터 앉았다.
아직도 어리둥절해 하는 염소를 향해 검은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난 블랙잭. 의사 겸 트레이너지 넌?"
"염소. 일단은 트레이너에요."
이런 수상한 남자에게 본명을 알려주기 싫었기에, 그는 일부러 별명을 썼다.
"염소? 특이한 이름인데."
(남이사)
염소는 생각했다.
"암튼 좋아. 여기서 트레이너를 동지를 만난 것은 행운이야. 따분하지 않겠어"
"따분?"
"서로 목적지에 도착 할 때까지 포켓몬 정보교환 어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염소에게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정보교환을 요청한 의사 겸 트레이너인 블랙잭은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의외로 좋은 사람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사용하는 포켓몬은 3마리 모두 얼음 타입으로 한정있었다.
"그래서 닥터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대화 도중 블랙잭을 부르는거엔 닥터란 호칭을 쓰게 되었다
"난 지금 친구한테 가는 거야. 영원시티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친구지."
블랙잭은 염소의 포켓몬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런 너는?"
"일단은 정게시티로 가보려고요."
정게시티는 이 루리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세계의 모든 정보가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량의 정보가 넘치는 곳이었다.
"모험을 시작하는 새내기 트레이너로선 교과서적인 선택이군. 하지만 지금은 가지 않는게 좋아."
"에?"
닥터와 염소는 서로의 포켓몬은 돌려주었다.
"아직 소식이 퍼지지 않은 건가?"
닥터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 졌다.
"암튼 내 충고를 기억해. 지금 정게시티엔 가지않는게 좋아. 잘못하단 죽을거다."
헛소리로 흘려 들어 버릴까. 라고 생각도 했지만, 블랙잭의 진지한 표정은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자세한 사정을 알수 있을까요?"
염소는 말했다.
"나도 자세한 전후 사정은 잘 몰라. 하지만 며칠 전부터 대규모 시위단체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어."
염소는 그런 소식은 처음 들었다. 자신의 마을이 터무니 없을 시골인 탓이겠지.
닥터는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시위단체의 전모가 포켓몬 트레이너란 말도 있고 해서, 정부는 근처의 트레이너를 모조로 잡아 들이고 있다나봐."
만약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정게시티에 갔다면 어찌 됬을지 생각하니, 염소는 순간 오싹해졌다.
"그러니까, 얌전히 다른 곳을 찾아가는게 좋을거야."
- 정게시티 -
"히카리 여신 만세!!"
"루리 정권타도! 여신찬양!"
"하앍하앍! ㅊㅊ드림"
3일 간 계속되는 시위의 여파는 굉장했다. 팻말을 든 사람들이 건물을 부수고, 기재를 손상시킨다.
모든 정보가 원할하게 흐르지 못할 뿐더라, 일부 신문사나, 방송국은 이런 괴 단체에게 점령되 버렸다.
시위대 무리의 진행 방향 정면에 검은 갑옷의 인파가 벽을 쌓고 있었다.
"경고탄 준비!"
"준비 완료!"
"쏴라!!"
붉은 경고탄이 시위대를 꿰뚫는다. 주장을 외치펀 시위대의 목소리는 비명과 소음이 되었다.
"경고탄을 쏴라!"
지휘관의 명령에 맞춰 경고가 발사된다.
잠시 후 눈앞에 해일처럼 밀려오던, 시위대는 흔적도 없이 도망쳐 사라졌다. 허나 이것은 잠시 뿐이리라.
곧 다시 어디선가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다시 괴한 구호를 외치며 다가올 것이다.
지휘관은 서둘러 장비의 재정비를 서둘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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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잠깐, 근데 난 언제 나오지?
시위 주도자 리본즈 알마크
범죄자 하야테
트레이너 염소
닥터 블랙잭
교수 레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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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