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천에서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길 수 있을까. 지난 19일 청계천 광교 부근에서 여자 외국인 세 명이 민소매 옷과 비키니 상의를 입은 채 일광욕을 즐기는 광경이 국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예년에 보지 못했던 이색 풍경이다.
하의에 민소매까지 OK
이들이 청계천에 발을 담그고 계단에 엎드려 햇볕을 즐기는 모습은 유럽의 강변을 연상시켰다. 두 명은 짧은 핫팬츠에 민소매 옷을 입은 채 대화를 나누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아예 비키니 상의 차림으로 누워서 햇볕을 쬐었다. 청계천 시설관리팀은 "비키니까지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올해 처음 봤다"며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청계천에서 노출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상일 청계천 운영팀장은 "하의에 민소매 옷을 입은 정도라면 일광욕이 가능하지만 비키니 차림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청계천 이용에 관한 조례 제1조가 그 근거다.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생활을 방해하는 행위는 제재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광욕을 특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서울광장 역시 이와 관련한 제재 규정은 없다.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껴 신고하면 경범죄처벌법에 근거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서울시청의 한 관계자는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한다면 경찰의 판단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종로경찰서 생활질서계 측은 "과다 노출의 정도를 누가 구분할 수 있겠는가. 이와 관련한 법 규정을 적용할 때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불편' VS '자유'
도심 하천변 일광욕에 대한 입장은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은 아주 관대한 편이다. 프랑스는 센강 강변도로에 인공적으로 모래톱을 만든 뒤 야자수와 파라솔을 놓아 시민들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가장 큰 공원인 티어가르텐도 마찬가지다. 공원 곳곳에서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다. 반면 이란은 지난해 테헤란 유프라테스강 인근이 여자들의 일광욕 장소로 각광받자 "율법에 어긋난 행동"이라며 일광욕을 금지시켰다.
서울 시민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6살 짜리 아들과 함께 청계천을 찾은 주부 임미정(36)씨는 "아이들과 함께 청계천을 자주 찾는 편인데 누가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하고 있다면 불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호주에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온 대학생 이재상(25)씨는 "호주에 있을 때는 공원에서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즐겼지만 한국에선 할 만한 장소가 없다"며 "청계천 같은 곳은 외국인도 많이 찾는 관광지인만큼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란도시즌!
이게 그렇게 문제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