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입니다.
현재 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하 ' 아청법')이 일으키고 있는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법조계 및 관련 업계 관 계자들의 연합체인 '오픈넷 아청법 대책회의'의 일 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만화가 및 어떤 형태로든 만화 창작 활동하시는 여러분께 이 아청법의 최대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제2조 제5호 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위한 탄원에 동참해주십사 부탁 말씀 올리기 위하여 이 글을 씁니다.
아청법? 웹툰 심의 끝났는데 이번엔 또 뭐란 말이 냐?
불과 지난해였습니다. 만화가분들이 거리로 나오 셔서 기자회견도 하시고, 연구문도 발표하고, 끝끝 내 웹툰 자율심의를 쟁취해내셨던 게 지난해였습 니다. 심의와 탄압 이슈에서 만화가가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얻어낸 값진 승리였지요. 그 여 운이 가시기도 전에 아청법 이슈가 터져 나왔습니 다.
아청법은 말 그대로 아동과 청소년을 성 매매와 성 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기본적으 로 아동과 청소년을 납치하거나 동원해 음란물을 제작하는 행위 등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란 이름이었 다가 아동도 보호 대상으로 포함한다는 취지로 이 름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로 바꾼 게 2 009년, 그리고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 석용 의원이 지금 이 시점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을 넣은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이 개정안이 문제가 되 는 건 정의 부분에 해당하는 제2조 제5호 때문인데 요. 그 내용이 다음과 같습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 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 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 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 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 을 말한다."
이 개정안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 또는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범 위를 넓혔는데요. 바로 이 때문에 처음엔 분명 좋 은 취지였을 법이 느닷없이 대중문화 탄압법으로 돌변합니다. 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항목에 직격탄을 맞는 게 바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일러스트레이션 입니다. 그리고 이 조항의 가장 큰 문제는 가상 표 현물 속 등장인물의 연령대를 그림 또는 그래픽으 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 단속자의 자의적 판 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1997년 청소년 보호법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 사안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기준으로 창작물의 표현을 제한합 니다. 다시 말해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응당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데요. 지금까지 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아청법 이슈가 심각한 이 유는 걸렸을 때 받아야 하는 처벌의 수위 때문입니 다.
최저 징역 5년 신상등록 20년 취업제한 10년
-입니다. 단속자가 보기엔 어린 애들이 야해 보이 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만화가는 음 란물 제작, 유포, 소지 등의 죄목을 뒤집어 쓸 수 있 는 겁니다. 그런데 벌금 얼마 맞고 끝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저 처벌 수위는 실제 아 동을 납치해다 포르노를 찍었을 때 처벌받는 수준 입니다. 만화가는 연령이 어려보이는 그림을 그렸 다가 이 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심각하지요?
웹툰 심의 사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얼마 되 지도 않은 시점에 나오다보니, 게다가 바로 심의를 받을 것도 아니어 보이고 그리시는 만화가 별로 성 적인 표현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 다 보니 이 화제에는 심드렁하신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 하나 걸리면 그 때 움직이지, 정도가 지금까지 작가분들의 대응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에 이 법으로 말미암은 수많은 범죄자들이 양산되 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찰 입장에선 실제로 뛰어다니기보다 컴퓨터로 잡아내는 게 실 적 올리기도 좋고 편하니까입니다. 아직은 불법 공 유를 하다 걸린 이들이 중심이라곤 하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모방범죄로 이어지는 폐해가 있다' 는 명목으로 처벌 대상에 올라 있는 한 그걸 제작하 는 만화가들에게 언제 화살이 돌아올지 알 수 없습 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분들이 실제로 수위 조절 을 요구받거나 외주 일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었고 요.
그렇기에 이 법은 현재진행형이자, 다른 누구보다 도 만화가들이 경각심을 품고 대응하고 있어야 할 이슈입니다.
아청법의 현재 진행 상황
지난해부터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제2조 제5 호 개정과 관련해 토론회를 열고 개정을 시도하였 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명 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이란 구절을 넣어 수정한 안 이 통과돼 올 6월부터 발효 중입니다. 그리고 그 사 이의 많은 단속 이슈와 논란을 거듭하면서 경찰도 개정안 발효와 함께 새로운 지침을 내렸는데요. 이 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산경찰의 아청법 개정안 발 효 안내문을 한 번 보시죠.
아동을 묘사한 야애니나 망가도 아동음란물이며 다행히, 성인여배우가 교복을 입고 나오는 야동은 아동음란물이 아닙니다. -라고 하지요? 다행은 무슨 다행.
최소한 배우가 성인이면 안 잡겠다고는 하는데, 만 화와 애니는 단속권자가 보기에 아동이나 청소년 으로 보이는 애가 나와서 단속권자가 보기에 야해 보이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예술 적이라 안 잡지만 표현물은 어려보이니까 잡습니 다.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상당수가 웹하드나 토 렌트에서 파일을 내려받는 것이다 보니 차라리 불 법복제, 차라리 음란물 유포로 처벌받는 건 그렇다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내려받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규정돼 처벌 수위 가 끝갈 데 없이 높아지는 건 지나친 법 남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소가 징역 5년인데요. 그게 일본 것으로만 국한될 리도 없습니다.
다행인 건 현재 사단법인 오픈넷과 같은 표현의 자 유 운동단체의 헌법소원과 위헌제청 등이 이어지 고 있다는 것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아직 상당수 판검사들은 이 사안이 왜 문제인지를 모르 고 있어 관련 사건에 유죄판결이 나는 사례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바이블 블랙」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이슈
「바이블 블랙」.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입니다 만, 이쪽 에로 애니메이션 계열에선 전설적 대히트 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죠. 현재 이 작품을 유포했 다는 사람이 아청법으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경찰 은 이와 관련해 "반드시 실재하는 아동이 등장하지 않아도 아청법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죠. 「바이블 블랙」이 어떤 작품이고 수작인가 졸작 인가 이런 걸 따지고 들 필요까진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재하는 아동이나 청소 년이 아닌 그림으로 캐릭터를 표현된 콘텐트는 어 느 누구에게도 성적 피해를 입히지 않으며, 이를 보 는 걸로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그거가 전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덴마크 등지에서 나와 있 는 상태입니다.
7월 20일에 「바이블 블랙」 공유자에 관한 재판 이 열립니다. 저는 웹하드나 토렌트를 이용하는 게 잘 했다고 주장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 피고의 연 령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지었다 고 할 수 있는 죄가 아동을 데려다 포르노를 찍은 사람과 똑같이 징역 5년형을 받을 만한 무게라고 는 볼 수 없습니다. 그건 지나칠 뿐더러, 표현물이 아동과 청소년을 동원하여 실제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닌 이상 부당합니다. 이에 얽힌 문제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아동이나 청소년을 이용해 제작하는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판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후 판결들이 걷잡을 수 없이 업계에 불리한 방향 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1997년 청소년보호 법 사태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당장 지난해 폭력 성 시비로 문제 시끄러워지고 한 시점에 야후는 안 그래도 장사 안 되는데 잘됐다는 식으로 만화 서비 스를 휙하고 내려놓았습니다.
아청법 대책회의의 제안 - 만화가 여러분, 탄원서 작성에 참여해주세요
오픈넷 아청법 대책회의는 그래서 판례를 나쁜 방 향으로 끌고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건을 판결할 판사에게 보낼 탄원서 작성을 만화 가분들에게 제안합니다. 방향은 "「바이블 블랙」 공유가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가상 표현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만화가들의 입장입니다. 이 저지선이 뚫리면 아청법의 다음 대상은 만화가 일 수도 있습니다. 희생양이 생기고 나서 움직이려 들면 이미 늦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죄 통틀어서 강간범과 동일한 취급을 당한 후일 테니까요.
제안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흑백이든 칼라든, 여러분의 캐릭터를 한 컷 그려주 세요. 사인회할 때 해 주는 정도만 되어도 좋습니 다. 말풍선으로든 피켓을 들고 있든 "모호한 기준으로 가상 표현물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보지 마 세요" 또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기준 모호한 아청 법 2조 5호를 반대합니다" 같은 메시지를 담아주세 요. 방향은 세로가 긴 것으로 통일합니다. 서명을 함께 첨부해주셔도 좋습니다. 7월 16일까지 iam@seochanhwe.com 로 보내주 세요.
모두 바쁘신 줄 압니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말씀 올려왔듯 이 문제는 다름 아닌 여러분의 자리에 직 접적으로 적용됩니다. 목에 칼이 들어오기 직전입 니다. 좀 더 안전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게끔, 여러분의 그림 서명 한 장을 부탁합니다.
아청법 대책회의의 양홍석 변호사께서 작성하신 탄원서를 말미에 첨부하오니 참고해주십시오.
- 서찬휘 올림
탄 원 서 사 건 2012고정2192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 한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피고인 한○○
재판장님께서 심리중이신 일본성인애니메이션 ‘ 바이블블랙’ 시리즈 중 한 편을 웹하드에 업로드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이라 합니다)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하 였다는 위 사건에 관하여 아청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고, 아청법의 위헌성을 고려하셔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기대하면서 이 탄원서를 드립니 다.
‘바이블블랙’ 시리즈는 바이블 블랙: 라 노체 드 발 푸르기스(Bible Black: La noche de walpurgis)라 는 성인용게임을 원작으로 한 성인용 애니메이션 으로 일본, 미국 등에서 인기를 얻었고, 국내에서도 IP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현재 아마존 등 DVD판매사이트를 통해 DVD판이 유통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류의 성인애니메이 션을 음란물로 규제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 하여 유통을 제한하는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작품 에 등장한 캐릭터가 아동·청소년이고 이들의 성을 표현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아동포르노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잉규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행 아청법 제2조 제5호 중 ‘아동·청소년 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부분으로 인 해 화,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는 창작캐릭터의 성행위 묘사까지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평 가할 여지가 있고, 실제 경찰, 검찰에서는 만화, 애 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아청법을 적용하고 있는 실 정입니다.
그러나 아청법이 현실세계에서 아동·청소년에 대 한 성학대나 성착취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 려하면, 성학대나 성착취 문제와 무관한 가상세계 에서만 존재하는 창작캐릭터의 성행위 묘사까지 아청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상상을 옥죄는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현행 아청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규제의 위 헌성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위헌 법률심판제청결정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가상표현물을 아동·청 소년이용음란물로 보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 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청법 시행 이후 모호한 법규정, 수사기관의 과도 한 법적용으로 인해 청소년의 사랑이나 성을 표현 하는 장면이 상상하고 그리는데 자기검열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 쳐야 할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입니다.
그래서 재판장님께서 진행하고 계시는 이번 ‘바이 블블랙’ 사건의 결과에 저희 만화가들과 만화업계 종사자들은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비록 일본애니메이션이기는 하나 이번 ‘ 바이블블랙’ 사건의 처리방향이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만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셔서 재 판장님께서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아동·청소년 의 성착취, 성학대 문제와 무관한 상상의 영역에 대 해서는 아청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전례를 만들어 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현행 아 청법 제2조 제5호의 문언상 가상표현물을 아동·청 소년이용음란물로 볼 수밖에 없다면, ‘아동·청소년 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라는 표현 이 갖는 모호함, 모호함으로 인한 수사기관의 광범 위한 재량, 가상표현물과 실사표현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법률규정에 의해 처리하는 불합 리, 과도한 신상등록 및 취업제한 등을 고려하셔서 아청법 제2조 제5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결 정을 하여주시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2013. 7. .
요약
바이블 블랙 유포했다가 잡힌 사람이 있음
아청법에 근거해서 판례 남길 첫 재판이라 주목할 필요있음
이 판례에 따라 향후 재판에도 영향이 클 예정
모에칸 사건도 이 판례 적용될듯.
7/20 첫 재판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