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마음이 청정함에 머물 때에는 청정함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까?"
"청정함에 머묾을 얻었을 때에 청정함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청정함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공에 머물 때에는 공에 집착한 것이 아닙니까?"
"만약 공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곧 공에 집착한 것이다."
"만약 마음이 머묾이 없는 곳에 머물 때에 머묾이 없는 곳에 집착한 것이 아닙니까?"
"다만 공한 생각을 하면 곧 집착할 곳이 없으니,
그대가 만약 머물 것이 없는 마음을 분명하고 밝게 알고자 한다면 바로 좌선할 때에 다만 마음만 알고,
모든 사물을 생각하여 헤아리지 말며, 모든 선악을 생각하여 헤아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생각하여 헤아리지 아니하면
과거의 마음이 스스로 끊어질 것이니,
곧 과거의 일이 없다고 하는 것이요, 미래의 일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바라지도 아니하고 구하지도 아니하면
미래의 마음이 스스로 끊어지니 곧 미래의 일이 없다고 하는 것이요,
현재의 일은 이미 현재이기에 일체의 일에 집착할 것이 없는 것을 알뿐이니,
집착함이 없다는 것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곧 집착하는 것이 없는 것이기에
현재의 마음이 스스로 끊어져서 곧 현재의 일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삼세를 거두어 모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삼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만약 일어날 때에 따라가지 아니하면 가는 마음이 스스로 끊어져 없어지는 것이요,
만약 마음이 머물 때에 또한 머묾에 따르지 아니하면 머무는
마음이 스스로 끊어져서 머무는 마음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머무는 곳이 없는 곳에 머문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밝고 밝게 스스로 알아 머묾이 머묾에 있을 때에는 다만 사물이 머물 뿐이요,
또한 머무는 곳이 없으면 머무는 곳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이다.
만약 밝고 밝게 스스로 알아 마음이 일체의 처소에 머물지 아니하면
곧 본래 마음[本心]을 밝고 밝게 본다고 하는 것이며,
또한 성품을 밝고 밝게 본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일체의 처소에 머물지 아니하는 마음이란 곧 부처님의 마음[佛心]이며,
또한 해탈한 마음이며, 또한 깨달은 마음이며, 또한 남이 없는 마음이며,
또한 색의 성품이 공한 것이라 부르나니, 경에 이르시기를,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했다.'고 하는 것이 이것이다.
그대들이 만약 이와 같이 아직 체득하지 못하였을 때는 노력하고 노력하여
부지런히 공력을 더하여 공부를 성취하면 스스로 알 수 있으니,
그러므로 안다고 하는 것은 일체의 처소에 무심(無心)한 것이 곧 아는 것이다.
무심(無心)이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되어 참되지 않는 것이 없으니,
거짓됨이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인 것이며 참됨이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다만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곧 두 가지 성품이 공한 것이니,
두 가지 성품이 공한 것이란 자연해탈이다."
--[돈오입도요문론 (頓悟入道要門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