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9시쯤에 일어나서 전날 조사했던대로 지브리 미술관 티케팅을 시도한다능.
근데 외국인전용 페이지에서 결제하면 페이팔이 아니라 한국의 카드 결제 시스템으로 결제해야되는데 계속 오류뜸 ㅡㅡ
결국 현지인 전용 페이지에서 결제하고 로손에서 티케팅하기로 했다.
현지인 전용과 외국인 전용 표가 따로 있는지, 외국인 페이지에선 이미 동나버린 시간대도 현지인 페이지에선 여유로웠다.
17일 목요일로 티케팅하고 유미랑 놀러갈 준비를 한다.
유미랑은 십자말풀이 할때 말곤 얘기한 적도 없고 심지어는 둘이서 얘기해본 적도 없는데, 놀러갈 약속도 덜컥 잡고 한달이나 뒤에 이미 약속을 잡다니; 진짜 친화성이 대단한 누나다
게이세이선을 타고 우선 우에노 역을 가서 우에노부터 구경해보자고 하길래 ㅇㅋ 하고 우선 우에노로 간다능.
우에노는 항상 어딜 가도 지나치는 역인데 직접 구경해본 적은 없었다.
건물들도 엄청 높고 세련된 느낌이 아닐까 싶었는데 부평 같은 느낌이라 깜짝 놀랐다…
골목골목마다 그냥 길가에 테이블을 늘어놓고 장사를 하는 가게가 많아서 완전 시장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사람도 엄청 많아서 고생했다…
물건을 보는 건 아무래도 무리고, 그냥 분위기를 느끼는 정도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방향 틀때마다 고기방패로 유미를 보호해줬닷
시장가를 나가고 좀 한적해지자 유미가 우리 이제 친구니까 반말해! 하길래
3살 이상 차이나는 누나한테 처음으로 말을 놨당… 일본어로 반말하는 건 처음이라서 엄청 어색했다.
이름도 유미상이 아니라 유미라고 부르라길래 그리 했다능.
서로 도쿄에서의 1호 친구넹? 잘부탁행~ 하더라능
얘기하다 걸어가는데, 아사쿠사의 시장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도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아키바처럼 도로를 봉쇄하고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해놨다.
사람이 무척 많았지만 음식점 진열대에 두는 플라스틱 음식모형 같은걸 만드는 곳이나 식칼을 만드는 곳 등의 재밌는 가게는 꼭 둘러보고 나왔다능.
사실 여기는 이전에 유미가 살았던 쉐어하우스가 있던 곳인데,
그 쉐어하우스는 사람들도 거실로 잘 안 나오고 심심한 하우스였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니, 아사쿠사 하면 떠오르는 카미나리몬이 보였다.
역시 주말이라 그런지 북새통이었다.
치하루누나가 아사쿠사에 가면 아게망(만쥬튀김)을 꼭 먹어보라고 해서 유미한테 말했더니 유미가 제일 맛있는 가게가 있다고 날 데려가줬당.
다른 가게들에 비해 손님은 거의 없었는데,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게망에 엄청난 자부심이 있으신 것 같았다.
맛도 엄청 부드럽고 바삭하고 맛있었다 ㅜㅜ
오미쿠지 뽑는곳이 있길래 뽑았는데…
흉 ㅋㅋㅋㅋㅋ
센소지는 흉이 엄청 많이 나오는 신사라고 위로받았따 ㅜㅜ
하지만 흉이 나온 오미쿠지를 묶으면 괜찮아진다길래 꽉 묶었는데..
시바 힘을 너무 많이 줘서 끊어져버렸다ㅋㅋㅋㅋㅋㅋ
센소지도 들여다보고 소원도 빌어보고 슬슬 시장가를 거닐며 구경한다.
여기도 우에노랑 비슷한 느낌으로 길가에 테이블이 즐비한 술집이 많아 활기찬 느낌이었다능.
대부분의 좌석이 긴 테이블로 되어있어서 자연스럽게 합석이 되어 좋은 것 같다.
우리는 적당히 사람이 많아보이는 집의 야외 바에 앉았는데, 왼쪽에 중년 남녀와 젊은 여자 두명이 있었다.
난 한자를 못 읽어서 유미가 대신 적당히 시켜줬는데,
곤약돼지고기조림, 코다리조림, 계란말이와 일본주를 시켰다.
와 진짜 밥이 먹고싶어지는 그런 맛이었다능…
계란말이는 한국 술집에서 자주 먹던 바로 그 맛이어서 뭔가 집생각이 났다능.
얘기하다보니까 뒤에서 꽝 소리가 나서 보니 어떤 남자가 자판기를 때린 모양인데,
여친으로 보이는 여자는 뜯어말리고있고 남자는 막 주먹 휘두르고 있었다…
술 꼴아서 여자나 때리고 진짜 한심하다 하고 있었는데, 또 꽝 소리가 나서 보니까 누가 불렀는지 경찰관 두명이랑 대치하고 있었는데, 여자는 뜯어말리고 남자는 여자 뿌리치다가 여자 땅바닥에 쓰러지고…
또, 웬 꼬맹이가 고무호수 잘린 걸 들고 남자한테 덤비고 있었다.
얘기 들어보니까 아들인 모양인데, 아들까지 있으면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있는 어르신들이랑 그런 얘기 하다보니까 유미가 날 한국인이라고 소개해줬는데 아주머니께서 욘사마욘사마 거리시면서 요즘 고양이 어쩌구하는 드라마가 재밌다고 자꾸 드라마 얘길 꺼내셨다ㅋㅋ
또 술예절 같은 한국에 남아있는 유교문화같은거 칭찬해주셨는데 술 따를때 어떻게 따르는지 같은걸 물어봐서 알려드렸다능.
근데 무슨 얘길 해도 마지막엔 한국 드라마 재밌다로 끝나서 엄청 웃겼다ㅋㅋㅋ
스낵바 같은데 들어가서 얘기해보면 사람들이 티비에 나오는 콩트를 평소에도 자주 쓰는 게 정말 웃기다.
다 먹고 슬슬 일어나서 인포메이션 건물 옥상에서 아사쿠사를 내려다보며 얘기하다가
설렁설렁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강가 벤치에 앉아서 사온 커피와 타케노코 과자를 먹으며 얘기했다.
미래에 어떤일을 하고싶은지랑 어떤 친구를 사귀고 싶은지 같은 평소엔 잘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을 들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까먹었는데, 나중에 유미가 말하길 이때 내 대답이에 너무 기특해서 일이나 친구들을 자꾸 소개해주고 싶어진 거라고 하더라능...
이뻐보여서 먹은 떡? 귤 맛이 났다.
슬슬 쌀쌀해지고 유미도 피곤한 것 같아서 설렁설렁 집으로 같이 돌아갔다.
집에 와서 오늘은 10월10일, 1010 = 1000(센)+10(토)라서 센토의 날(목욕탕 날)
이라며 같이 목욕탕 가자는 말이 나왔는데,
역시 토모코누나는 센토의 여신답게 이미 다녀왔단다 ㅋㅋ
잉글랜드인 개리는 망설이다가 결국 안 간다길래 유미랑 둘이서 가기로 했다.
집에 오는길에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어졌다길래 미니스톱까지 걸어가서 파르페를 사먹었다능.
파르페는 바나나 파르페를 사먹었는데 330엔치고는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한 느낌이었지만 목욕후 먹은 거라서 엄청 맛있었다능.
일부러 조금 먼 미니스톱까지 가자고 하면서 오늘 재밌었다고, 신경 못써준 부분이 있는것같아 미안하다니까
초 상냥했다면서 뭐가 미안하냐면서 깜놀하더라능
오히려 너무 상냥해서 나한테 게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외모는 마초인데 존내 상냥한 사람들은 대부분 게이였다고.
쇼타도 나쁘지 않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로리콤이라고 말해서 오해를 풀었다.
일본에서 몇번 데이트 해보며 느낀 건데,
한국에선 당연한 행동이 엄청 상냥하다는 소릴 들을때가 많다.
한국인은 상냥한 게 맞다.
집에 와서 오미야게로 사온 인절미+흑설탕시럽 떡을 다같이 만들어먹었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