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시까지 빈둥거리다가 샤워하고 알바갈 준비를 했는데
늦을리가 없을 터인데 이상하게 시간이 촉박해져서 불안했지만 다행히 5시 30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보니 점장은 아직 오지 않았고 옆집 이탈리안바의 점장님께서 나오셔서 곧 있으면 올거라고 기다리라고 해주셨다.
일본에서의 첫 알바, 게다가 면접도 없이 소개로 바로 일하게된 터라 너무 긴장되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약 5분쯤 기다리니 점장님이 오셨는데 유미말과는 사뭇 다른 인상..
레옹의 장 르노를 떠올리게하는 외모에 다소 차가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좀 많이 차가웠다 ㅜㅜ
유미야 했던말과 다르자나
한자를 못 읽는다는 말에 인상을 찡그리셔서 아 이건 글렀다 싶긴 했는데,
발음대로 메뉴를 읽으며 적고, 협업하는 옆집 이탈리안바 알바생누나와 얼굴 내밀러 온 유미의 도움을 받아 메뉴를 다 외우긴 했다.
열심히 외우고 털리고를 반복하다보니 벌써 여덟시… 헐 시간 개 빨리갔다.
그리고 그동안 손님은 0...
하지만 마카나이로 에비 아히죠를먹는 동안 유우상의 친구분인 후지상께서 오셨당
후지상은 한국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한국 친구분도 많고 한국에도 먹으러 자주 오셔서 한국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손님들과 대화할때의 요령등도 알려주셨는데, 모두들 한국인을 좋아하니까 한국인이라는 걸 장점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자기쪽에서 꺼내 화제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긴장하고 멍때리다 실수하고 혼나고… 를 반복하다가 오늘은 9시쯤에 들어가라는 말을 듣고 일을 끝내고 후지상과 얘기했다
유우상이 와인을 한 네 잔을 계속 따라주시는데…
삼마 콘퓌도 만들어주셔서 진짜 맛있게 먹었다.
뼈도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뼈채로 씹어먹을 수 있었는데 화이트와인이 뒷맛을 깔끔하게 해준다.
메뉴판 가져가도 된다는 둥, 일하려면 음식에서 어떤 맛이 나는지를 알아야한다며 계속 음식같은거 내어주시고
딸 사진도 보여주시는거 보면 내가 맘에 드신 모양이다.
일 끝나고 옆집 누나한테 인사하려고 들렀는데 안에 계시던 손님께서 소개해달라고 부르셔서
들어가서 한 시간 정도 누나, 나, 손님 두 분 이렇게 계속 얘기했다.
와인도 따라주셔서 아주 조금만 마셨다… 너무 머리가 아파서 ㅜㅜ
정말 재밌게 얘기했는데 일 할 땐 이런식으로 얘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누나한테 들은 얘긴데, 이때 얘기한 손님들이 유우상한테 내 얘길 엄청 잘 해주셨다고 한다 ㅜㅜ
돌아갈 때 같이 돌아갔는데,
역에서 각자 플랫폼으로 헤어지기 전에 아 혹시 라인 같은거...
라고 하자마자 폰을 꺼내시길래 라인을 교환하고 잡담하다 집으로 돌아왔당
근데 유미가 날 소개할 때 오타쿠라고 소개한 모양이다...
물론 사실이지만 ㅎㅎ
근데 이 누나는 나보다 더 오덕이엇다...
집에 돌아오니 유미가 온 집안 사람들을 거실에 모아놓고 나 위로회를 열어줬다능 ㅋㅋ
소파고 의자고 꽉 차있어서 뭔 일 났나 싶었네...
근데 솔직히 실수한 걸 털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론 좋게좋게 알려주는 게 좋지만,
난 멘탈이 튼튼해서 어느 쪽이든 그닥 상관 없다고 하니까 다들 이구동성으로 '젊네...' 하더니 최고령자 토모코누나는 자러 갔다 ㅋㅋㅋ
유미는 내가 털리는 걸 봤기에 점장 엄청 잘났어! 이러면서 사람 완전 차별한다고 엄청 욕해줬다.
난 괜찮아 유미야 성인 한국 남자는 적어도 6개월 동안은 실수 하나당 30명한테 털리곤 하기에 멘탈이 튼튼하단다 (찡긋)
이제 해산하는 분위기였는데 린,킬런,치하루누나가 퇴근하고 돌아와서 또 넷이서 티비보면서 얘기했다능.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증말
유미 덕분에 한국인 친구도 생기고 2주일 식비도 벌고 욕먹어서 수명도 늘고 넘 좋은 하루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