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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장르소설 시장 이야기. (10) 2016/12/12 PM 03:06

 장르 소설 투고를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습니다.

 

 가끔 네이버나 다음을 보면 웹 소설이 잘나간다. 매출이 얼마다 그러는데.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접촉한 경험으론 마냥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제가 허니앤파이와 계약했던 시기, 대충 이 년 전엔 신규 웹툰/웹 소설 플랫폼이 유행처럼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폭삭 망했어요. 이들의 공통점은 작품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이 터무니없이 떨어지며 투자(원고료)를 하지 않고 저수입을 원하는 곳이었습니다.

 대충 설명하면. 작가님들 우리 플랫폼에서 연재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유료연재 수입을 7:3으로 해드릴게요. 작가님이 7가져가고 우리는 3만 먹습니다. 우린 작가님들 작품에 어떤 관여도 안 하고요 표지 정도는 만들어 드릴게요. 여기서 관여를 안 한다는 건 우리는 작가한테 원고만 받아서 그대로 업로드 하겠다. 그 내용이 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뜻입니다. 그리고 쫄딱들 망했죠.

 

 반면에 오픈 마켓은 흥하고 있습니다.

 문피아, 조아라, 북팔, 카카오 같은 곳을 말하는 겁니다. 보통 기사에서 대박을 쳤다 하는 웹 소설들은 오픈 마켓에서 성공한 거고 거의 99% 확률로 로맨스 장르입니다.

 

 오픈 마켓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장, 단점이 있어요.

 독자의 경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입 할 수 있고 작가의 경우에도 개인이 손쉽게 유료연재를 설정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점은 작가 개인이 판매하다 보니까 관리,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습니다. 즉 작가가 멋대로 장기 휴재를 하고 미완으로 작품을 종결지어도 독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죠. 매니지먼트가 끼어 있는 작품들도 있는데 이는 다수가 아니고요.

 작가도 마찬가지예요. 수익을 얻는 건 좋은데 이게 오로지 유료연재 수익이라 엄청난 대 스타가 아니라면 일일 연재를 강요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오래전 대여점에서 양판소가 유행했을 땐 말이죠 한 달에 한 권 꼴로 책이 나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쓰레기 같던 책들이 범람하던 시절인데 요즘 오픈 마켓을 보면요 한 달에 두 권을 뽑아낸다고 할 만큼 분량이 엄청나요.

 

 독자들은 오픈 마켓에서 무슨 대작을 원하는 건 아니에요. 이들이 작가에게 원하는 건 100원짜리 유희지 그 이상이 아니라는 거죠. 작가들도 이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머리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하고 빤히 보이는 즉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포르노 같은 작품이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의 모음집을 원하는 시장입니다. 물론 시장 전체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다수를 자치하는 몸통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요즘은 스낵 컬처라고 잘도 꾸며 말하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도 이건 포르노가 맞아요.

 

 위에서 로맨스 소설이 잘 나간다 했는데. 이를 조금 더 파고들면 보면요. BL 시장이 탄탄해요. 지금 라이트 노벨 시장은 신간 국내 작품 출간은 중단됐다고 할 수 있는 정도로 괴멸적입니다. 그런데 BL 레이블은 제법 많아요, 레진 노벨을 보니까 이쪽은 GL 다른 말로 백합 장르를 어필하더라고요. 전 이걸 보고 생각한 게 결국 꾸준히 잘 팔리는 웹 소설은 포르노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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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전 위 같은 이유로 오픈 마켓에서 연재하기 싫었어요. 그렇다고 오픈마켓에서 연재를 안 해봤냐 그건 아니에요. 네이버 북스에서 판매한 경험이 있거든요. 이게 진짜 웃깁니다. 표지도 개떡 같고 내용도 마니악하며 어떤 광고, 홍보도 없었는데. 팔려요. 글만 써서 먹고 살 정도는 아니지만, 수입이 생기긴 생기더라고요.

 당시에 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소설가로 글을 쓰고 있지만, 이걸 그대로 상품으로 판매할 정도로 염치가 없진 않다. 소설을 독자에게 팔수 있게 전문 편집인의 손을 거쳐야만 나 독자에게 돈을 받아도 부끄럽지 않겠다.

 그래서 허니앤파이와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재계약을 하지 않았죠. 편집부가 아니라 단순 업로더였거든요. 지금은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하여 일을 맡기고 있다.'라고 하던데 전 이제 그쪽 사람이 아니라 진짜 그런진 모르겠습니다.

 

 허니앤파이에서 나오고 나서도 편집부가 있는 소설 플랫폼을 계속 찾았어요. 레진이 웹 소설 서비한다고 했던 때 기억하시나요? 그때 말이죠 다른 웹툰 플랫폼도 영향을 받았었나 봐요. 정식 공지는 하지 않았는데 웹 소설을 투고 받는다고 하는 플랫폼들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물어봤었고 우리도 웹소설 오픈 하겠다. 준비 중이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결론은 오픈은커녕 웹 소설이 있는 플랫폼도 축소하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론 오픈 마켓에 밀려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오픈 마켓이 잘 나가서 플랫폼이 망한 게 아니라. 오픈 마켓에 밀릴 만큼 아무런 특징을 보여주지 않은 나태함 때문이라고 봅니다.

 

 앞서 말했지만, 오픈 마켓 플랫폼이라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단점이 확실히 존재하고 이것에 불평을 가지고 있는 작가, 독자들이 존재해요. 이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이 웹툰을 서비스하며 얻은 노하우와 편집 시스템을 가진 플랫폼인데. 이걸 실행하는 곳이 아무 곳도 없어요.

 

 우리는 플랫폼에선 무단 연중이 없습니다. 작가를 혹사하지 않고 전문 편집인이 있어 글의 퀄리티도 준수합니다. 멋진 표지와 삽화도 존재합니다. 완결 후 텀블벅을 통해 종이책 출간도 검토합니다.

 

 이런 것들을 어필하면 오픈 마켓에 실망한 독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오픈 마켓과 싸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

 

 전 구름도시 이야기라는 소설을 씁니다.

 첫 장편이고요. 마니악하고요, 부족한 점도 있어요. 하지만요 세상에 이런 소설은 나밖에 쓸 수 없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제가 청소년 시절 양판소를 읽고 분노했던 것처럼. 지금의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열심히 쓴 소설입니다. 양판소 보다 좋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계속 권수를 늘려가고 탈고를 하면서 투고 또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진 투고에서 떨어져도 하긴 내 글이 마니악 하긴 하지. 부족한 점도 많지. 이러면서 자신을 다그치며 계속 글을 썼어요. 근데 이제는 투고할 곳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투고했던 곳에 다 떨어져서 추가로 투고할 곳이 없다는 게 아니라. 투고할 장소가 없어요. 단 레진은 모르겠습니다. 여긴 메크로 답변만 받았거든요.

 

 구름도시 이야기를 시작한 게 2013년 이었고 1권을 완성한 게 2015. 이후 세 권의 글을 더 완성했습니다. 여기저기 무료연재를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참 고마운 이야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꾸역꾸역 왔는데 한계를 느낍니다.

 

 구름도시의 4권을 대충 정리하고 신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리볼버를 쓰는 마녀가 주인공이고요 섹스 씬 나오고 약간의 스팀펑크도 나와요. 나름 현실에 순응해서 선정적이고 읽기 편한 글을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투고를 할 플랫폼이 없어요. 그렇다고 오픈 마켓은 싫고요.

 

 장르소설을 쓰려고 마음먹은 건. 과거의 저 같은 학생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냥 좋은 소설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쓴 소설을 제대로 가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거. 제가 바라던 건 이런 당연한 거였는데.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사라지고 있네요.

 

 내 글을 읽고 좋다는 사람 한 명이 있으면 어딘가에 분명 두 명째가 있을 것이고 세 명, 네 명도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니까 계속 버텨내면서 실력을 쌓아올리면 언젠간 제대로 소설을 판매할 수 있는 날이 올지 알았어요,

 

 아니 진짜. 제가 학생 때 그렇게 경멸했던 양판소가 웹 소설로, 오픈 마켓으로 진화해서 시장을 집어삼킬지 예상도 못 했습니다. 뭐랄까. 양판소를 경멸했던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나 같은 사람이 다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인지 알았는데. 실은 반대였다는 것에 충격입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의 마무리가 아니라 소설을 쓰는 거 자체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답은 있어요. 글은 취미로 쓰면 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취미로 글을 쓰기엔 소설은 제게 너무 큰 의미로 다가와요. 연구하면 할수록 매력적이고 계속 높은 단계에 도전하고 싶어요.

 

 1인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방법이 있긴 한데. BLGL 전문이라고 대놓고 외치는 곳들이 과연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지 의심이 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어쩌다 보니 신세 한탄 글이 됐네요. 혹시나 웹 소설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오픈 마켓 말고요,)을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그리고 즉흥적으로 쓰는 글이라 오타가 제법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여러모로 심란해서 자세히 검토하지 못하겠네요. 부디 양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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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우    친구신청

조아라나 문피아가보면 이세계, 환생, 전생 같은 진부한 소재들의 소위 양판소라 불리는 소설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죠... 동감합니다

사평.    친구신청

그런 시장이 있는 거 자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다른 제가 노리고 있던 시장이 축소되는 걸 보고 있자니 힘드네요.

양철나무꾼    친구신청

이런 글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유명 영화감독들 예]
잘 팔릴 상업영화, 내가 만들고 싶은 예술영화, 잘 팔릴 상업영화 순으로 번갈아가면서 써보셔요.
[톨킨의 예]
톨킨은 자신의 허구적인 이야기들이 인기를 얻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호빗》은 톨킨의 자녀들을 위해 쓴 소설이었다. 톨킨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반지의 제왕》은 출판사의 요청에 의해 시작하였고 10여 년에 걸쳐 반지의 제왕을 쓰게 된다.
[코난도일의 예]
개고생 해서 쓴 역사소설이 전혀 안 팔려 더 대중적이고 돈이 될만한 걸 쓴 것이 셜록홈즈

전 개인적으로
"프로" 라면
대중이 듣고 싶은 얘길 써야 하고
"취미" 라면
자기가 쓰고 싶은 얘길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타협해서 번갈아 쓰던지요 ㅋ. 힘내세요.

사평.    친구신청

프로든 아마추어든 독자를 위해 글을 쓰는 건 당연한거죠.
다만 어떤 독자를 위해 쓰는가 정도는 선택할 수 있지 않나요?

루리웹-4841593139    친구신청

장르소설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지만 독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정해져 있습니다.
판타지, 무협, 로맨스, BL...
확고히 형성된 독자층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글을 쓰신다면 인기는 포기해야죠.

사평.    친구신청

마니악 하다고 해도. 기존의 장르를 벗어나는 정도는 아니에요 ㅎㅎ

효자손    친구신청

취미로 글쓰는 입장에서 많이 배워 갑니다.

사평.    친구신청

뻔한 이야기죠.

루리웹-4841593139    친구신청

좋은 글을 쓰시고 싶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자기 고집으로 글을 쓰시려면 흥행 욕심은 버리셔야 합니다.
글로 밥 벌어먹고 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내 글을 누가 읽어줬으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이시라면 차라리 다른 일을 하시면서 취미로 글을 쓰시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겁니다.
실제로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위해서 겸업을 하시는 작가분들도 많고요.

사평.    친구신청

저도 많이 들었던 말이고. 무슨 말인지 이해도 하고 있어요.

타협하고 양판소를 쓰면 다 끝나는 일인데. 그래도 꾸역꾸역 지금까지 온 건. 그래도 발들일 최소한의 공간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 틈마저 사라졌으니 황당할 뿐입니다. 아무래도 타협해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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