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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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세계, 활자를 조립하는 즐거움에 대하여 (0) 2026/03/18 AM 01:20

소설을 쓰다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웹툰 혹은 만화를 보면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는데 왜 굳이 소설을 써야 할까? 소설은 그저 만화나 영화, 드라마의 원작 역할이 아닌가? 소설이 더 나은 점은 분량밖에 없지 않나?

 

이런 생각들을 하곤 했습니다. 당시 레진 코믹스에서 재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즐김과 동시에 자격지심 같은 것도 같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시기심을 느꼈던 거 같아요. 여기에다 어떤 글을 써야 하나라는 고민도 같이 있었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답을 찾긴 찾았습니다.

 

만화는 독자에게 이미지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즐거움을 준다면 소설은 오히려 반대로 보여주지 않음으로서의 장점이 있더라고요. 상상하고 추론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소설의 매력이란 걸 알았습니다. 생각이 정리되니까 마음이 다잡아지고 그때부터 진지하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프로의 길을 걷지 못하더라도 아마추어로서 계속 글을 써가며 독자가 즐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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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작가도 아니고 아마추어로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글을 쓰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있다면 난 끝까지 글을 쓰겠다! 이런 사명감? 존경할 만한 마음가짐이긴 한데. 저는 그러지 못할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글은 읽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글을 쓰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껴서 쓰고 있습니다.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걸로 비유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것도 괜찮고요. 전 손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공작 숙제나 음악 실기 시험 같은 걸 보면 성적이 매우 안 좋았어요. 완성품의 형태가 정해져 있고 이걸 그대로 만드는 걸 힘들어했습니다.

 

반면에 글은 그렇지 않거든요. 기본적인 플롯을 짜고 작업에 들어가도 완성된 플롯이 탐탁지 않으면 과감하게 지워버리고 다른 식으로 바꿔나가며 조금씩 형태를 완성하는 과정이 제겐 너무 재밌습니다. 만족이 될 때까지 계속 깎으면서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형태로 만들고 그걸 남들에게 보여 즐거움을 줬을 때의 희열을 정말 좋아합니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구름도시는 우리를 보지 않는다는 제가 만든 작품들을 모아둔 작품집입니다. 고양이 좋아하니까 고양이 나오고 탐정 소설 좋아하니까 탐정 나오고 이능력 배틀 좋아하니까 배틀물도 있고 그런 소설집입니다. 모든 편이 다 재밌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거 하나쯤은 있을 그런 작품입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며 고민했던 것들 그리고 제 창작물을 여러 많은 사람들에게 보고 싶단 마음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독자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줄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여러 가지 주제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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