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먼저 이 글은 일의 시작이 됐던 제 댓글이 삭제돼서 그에 대한 항변 혹은 분노 때문에 쓰는 글이 아닙니다. 통보도 없이 글이 지워진 순간 들었던 생각은.
와, 루리웹이 정말로 아틀라스라는 회사를 정말로 좋아하는가 보다. 이 정도 감상뿐이었습니다. 사실 루리웹은 게임언론이라 보다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의 100% 커뮤니티 사이트라 그러려니 할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게시글에 달려있던 댓글들을 모두 다 읽어봤습니다. 평범했어요. 어느 때와 같은 루리웹이었습니다.
제가 주목한 건 그 댓글의 내용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 겁니다. 뭔가 했더니 짹짹이라고 표현하는 트위터에서 본 것과 똑같은 성격의 글들이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일이었나요? 루리웹을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가 트위터에서 서로를 감싸들며 정신승리를 하는 그들을 모습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누가 자기들의 뜻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그게 누구든지 상관 않고 물어뜯는 모습. 그들의 불법판매 활동을 신고했다는 글엔 조롱으로 답하며 자위하는 모습.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행동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도 정작 자신들은 서로를 핥으며 애무하고 보듬습니다.
루리웹에서 페르소나5에 관해 우익이야기를 할 때마다 조롱과 비아냥을 하며 막는 건 위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루리웹 커뮤니티의 관리자 차원에서 금기시하고 있죠.
제 글에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을 글들을 보면 태반이 다 비아냥과 조롱입니다. 전자애국 말이 나오고요. 인터넷으로 장문을 쓰는 사람의 글은 어쩌고 어쩌고 하는 기억에 남지 않는, 의견도 없고 내용도 없는 글이 태반입니다.
댓글을 보면 페르소나의 우익 상징물 사용에 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직접 언급하진 않더라도 지겹다 그만해라. 이런 뉘앙스의 댓글과 이번 예판은 널널하겠네 같은 간접적인 조롱 글이 대다수입니다.
일베, 메갈, 오유, 루리웹. 어디 규모와 성향에 차이점이 있을 뿐이지. 어디가 더 깨끗하고 어디가 더 더러운지 같은 비교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베나 메갈이 정상적인 커뮤니티란 것이 아니라 다른 곳도 똑같이 한쪽에 편향되어 있고 특정 사건에선 그들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단 겁니다.
웹툰에 관해선, 성차별에 관해선 그렇게 열을 내고 비판하던 루리웹이 정작 게임에 관해선 입을 다물고 자기들끼리 뭉치는 것처럼 다른 커뮤니티도 똑같은 모습을 보일 거란 말이죠.
예를 들면요. 만약 웹툰 판에서 내용은 거기서 다 거기고 단순히 그림에 팬티 샷만 넣어서 작품을 양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할게요. 이걸 가지고 소설 판에서 ‘이러니까 국내 만화는 미래가 없다.’ 비판하다가 정작 소설판에서 양판소, 표절이 사건이 터지면 ‘그럴 수 있다. 다른 곳도 다 그런다’ 하면서 쉬쉬하는 것과 같은 거죠.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겁니다. 진짜 이렇다는 게 아니고요.
참으로 재밌는 현상이에요. 이전까지는 단순히 SNS만 구제불능인지 알았는데 사람이 모이는 어느 곳이나 똑같아질 수 있단 뜻이잖아요. 사람이란 현실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님비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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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페르소나5 불매가 옳은 일이고 여기에 호응하지 않는 루리웹은 매국노다.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커뮤니티와 싸우는 독립투사 같은 일은 할 생각이 없어요. 페르소나 불매가 애국이라 생각하지도 않고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 양심이, 마음이 불편하니 사지 않겠다는 거지. 이런 일에 애국이라니. 듣는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근데 전자애국이란 말엔 할 말이 있어요. 실제론 애국하고 않으면서 손가락만 움직여 애국하는 척만 한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애국하겠단 마음이 아니라 순전히 제 마음이 불편해서 나를 위해 하는 일이긴 하지만, 불매라는 또렷한 행동을 하고 있거든요. 저 또한 행동하지 않는 외침을 혐오하기에 일부러 사족을 남깁니다. 각자 자기 형편에 맞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그 이상의 행동을 강요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죠. 비아냥 이런 건 이런 겁니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무의미한 말들이요. 앞서 말한 행동하지 않는 외침이요.
페르소나5를 사냐 마냐는 개인의 선택이에요. 법적으로 문제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요. 매국노라 손가락질받을 일은 더욱 아니에요. 단 논란을 만드는 것이 무서워서, 어떤 비판도, 의견도 조롱하며 파묻는 루리웹의 모습에서 한 달 전 트위터에서 울어대던 그들의 모습을 봤고. 서로를 혐오하는 그들이 모습이 실은 같은 모습이란 걸 모른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근데 그걸 얼토당토하지 않는 이유로 우익 실드치는 사람들이 그저 바보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