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대학교 2학년때 2004년....
용돈은 부족한데 알바할 시간은 없고 고뇌의 날들이 이어지던 그 때...
10년간 갈고 닦은 야매 일본어를 써먹어보자는 생각에
당시 자주 드나들던 모 사이트에 번역 알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글을 올렸었다.
당시 나름 이름있던 덕사이트였던지라 번역일 하시는 분들도 좀 있던 곳이라...
근데 대뜸 달리는 댓글
'번역 알바 있는데 한번 해보실래요?'
참고로 루리웹 회원들도 알만한 모 잡지에 글도 기고하던 분이었다.
대뜸 받은 일은 바로 AV 번역.
대충 기억나는게 AV를 수입해와서 넷에서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하는 회사였던것 같은데
영상을 보면서 대사를 기록하고 자막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별 생각없이 돈 준다기에 OK하고 서울 한번 갔다오고 일감이 도착하고 일은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고 당시 우리 기숙사 분위기는 니 방 내 방이 없고 니 옷 내 옷이 없는
그런 분위기.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아무도 없는 빈 방에 빈 떡볶이 용기만 덩그러니 있었던
때도 있었다.
때문에 친구들 모두 이 사실을 알고 놀려대었지만 다 방밖으로 쫓아내고 작업을 시작했다.
... 들리지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이야 전문 성우가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니 발음이 깨끗하게
들리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AV의 촬영환경은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좋은 씬 중에 한마디씩 흘러나오는 대사는 교성과 뒤섞여 알아듣기 힘들었다.
내 기억에 수십편 정도 되었던걸로 알고 있었는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았닼ㅋㅋㅋㅋ
한 10초 구간을 한시간씩 돌려서 보던때도 있었다.
또 AV에는 속된 표현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어서 인터넷사전으로
찾아봐도 나오질 않았다 ㅋㅋㅋ 못된 표현들...
이틀쯤 이 짓을 반복하자 대략 정신이 혼미해져오기 시작했다.
좀 쉬었다하자 한게 삼일이 경과.
약속기한이 2주일이라 겨우 10일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도저히 번역하고 자막만들어서 타이밍 맞출 시간이 없었다 ㅋㅋㅋ
10번정도 들어보고 안들리는건 대충 지어내어서 만들었다. 뭐 그리 중요하진 않았을거다.
AV의 대사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길래 나도 사람을 한명 썼다. 당시 기숙사에서 남자들에게 '거지형' 이라고 불리는
형이었다. 꽤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맨날 거지꼴로 다니고 방도 쓰레기장급이라 그렇게 불렸다.
이 형은 본인 방에 인터넷 넣는 돈이 아까워서 홀의 공용 피씨 인터넷에 자기 컴퓨터 인터넷 선 꽂아놓고
야동을 다운받던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튼 이 형도 꽤 일본어 능력자였고 특히 야동에 대한 내성이 높았다. 라기보다 우리의 공급처였다.
아무튼 이 형이 15만원을 받기로 하고 한웅큼을 떼어갔다.
겨우겨우 완성을 하고 메일로 자막파일을 전송했다.
소설을 써서 욕먹고 돈도 못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왔다.
거지형한테 15만원 떼어주고나니 60만원이라는 거금이 생겼다. 당시 내 두달치 용돈.
갖고싶었던 MG 뉴건담을 사고 베이직하우스 티 3장 사고 당시 좋아하는 후배한테 과일 5만원어치 선물하고
기숙사 친구들 모두 모아 피자 파티를 열었더니 60만원이 모두 사라졌다.
이 이후 소개팅을 포함해 누군가에게 날 소개할 때는 꼭 빠지지 않는 경력이 되었다.
야동 자막 알바 썰 끗.
...응? 잠시만요??? 소개팅에서 소개할때 안 뺀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