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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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군대 면제 받은 썰 (15) 2018/02/07 AM 10:05

2014년 8월. 무덥던 날 나는 다시 병무청을 찾았어요.

 

군 면제 사유가 생겨서 신청했고, 재검을 받아야 했기에 먼 길을 달려 가야 했거든요.

 

신검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한 서류를 꼼꼼히 챙겼죠.

 

먼저 의사 소견서.

 

무슨 소견서가 대학원 논문마냥 100페이지에 가까웠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쏼라쏼라 되 있는데 이거 하나면 다 될 것 같았음.

 

또 MRI CD도 고이 가슴에 간직한체 길을 나섰죠.

 

신검일이라 그런지 파릇파릇한 청춘들로 가득찬 곳에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어리버리를 까게 되더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창구에 갔더니 나라사랑 카드를 달라고하네요.

 

그런거 없다고 하니 그럼 임시/발급을 받아야 한다고 군무원인지 공무원인지 안경쓴 아저씨가 나를 한켠으로 인도해 주셨죠.

 

거기에는 나처럼 얼타서 나라사랑카드를 가져오지 않은 아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소였던 것 같아요.

 

겨우 임시카드가 발급되었고, 나는 주황색 조끼를 하나 입고 신검장소인 2층으로 올라갔음.

 

첨엔 이 조끼가 뭔지 몰랐는데, 소수의 사람이 나처럼 조끼를 입고 좀비처럼 배회하는 사람들을 보니 알 것 같았죠.

 

거 왜 있잖아요. 관심병사의 스마일뱃지 같은 느낌?

 

이 사람은 몸에 이상이 있으니 순서대로 하지 않고 관련된 곳만 다녀가면 되는 표식이란걸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나와 관련있는 군의관 앞으로 가니 나보다 먼저 온 조끼맨이 군의관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어요.

 

시큰둥한 군의관의 반응에 쟤는 어정쩡한 사유로구나라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죠.

 

저는 확실했거든요.

 

앞의 조끼맨이 축 처진 어깨를 보이며 비켜선 다음 드디어 제 차례가 됐어요.

 

자신있게 건낸 서류.

 

자니파이브가 책읽듯 후르르르륵 넘겨버리는 군의관.

 

군의관의

 

"안타깝네요. 현역이었으면 면제인데."

 

라는 말에 나는 씨익 웃으며 화답했어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짧은 면담이 끝나고 신검 결과를 받기 위해 결과표를 받는 곳에 섰어요.

 

이미 신검을 끝낸 시꺼먼 사내새/끼들이 우글거리는 그곳 맨 뒤에 자리잡아야 했죠.

 

-삐빅 2급 현역 대상자입니다- 따위 소리를 쉴세없이 뱉어내는 기계와 함께 탄식과 한숨이 가득한 공간. 

 

나도 예전에는 저랬었지하며 옛날생각에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군무원인가 공무원인가 안경쓴 아저씨가 헐래벌떡 나에게 뛰어오는거임.

 

"결과 나오셨어요. 면제입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였지만 주위가 일순 조용해지는 것을 느껴졌죠.

 

순간의 정적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꼽혔을때 쾌감이란...

 

시기, 질투, 부러움 따위가 가득 담긴 시선 속에서 나는 여유롭게

 

"그런가요? 그럼 이제 가도 되나요?"

 

그래도 얼굴의 미소만큼은 가릴수 없었나 봄.

 

"이건 어떻게 할까요?" 안경쓴 아저씨가 뽑아온 공문을 보이며 말하길래 난 다시 한번 기고만장하여

 

"필요있을까요?"라고 말하니 "에이 기념인데 가져가세요"라며 억지로 내 손에 쥐어줘서 그냥 지금까지 가지고 있네요.

 

어쨌건 그렇게 나는 시선속에 쾌감을 느끼며 병무청을 빠져나와서 여친이랑 인천으로 놀러감.

 

 

 

 

여기까지 예비군 5년차에 동원끝난 예비군이 파릇파릇한 20대와 함께 재검받고 민방위로 편입됐던 썰임...

 


 

 

짤은 그때 받은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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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주민    친구신청

현역 면제보다 어렵다는 예비군 면제!!???!

그것도 동원 다 끝나고!?

눈바라미    친구신청

예비군 5년차... 아스트랄하네요

포켓풀    친구신청

어머낫 부러워랏!!!

FANFARONADE    친구신청

저도 상도 주민인데 방가방가

루시아    친구신청

이게 실존하는 거였구나;

원자력장판    친구신청

예비군 5년차라.. 뭔가 안타깝네요

엘사아렌델    친구신청

나라사랑 ㅎㅎ

우타우타    친구신청

오잉 군번까지 있네요.
전 신검만 4번받고 면제받아서 없는데..
저 때는 신검에서 '삐빅 5급 제2국민역입니다' 나오는 사람만 따로 모아서 그날 오후에 면제심사(?) 같은걸 했습니다.
4명인가 남았는데 1명은 지체장애라 부모님이 같이 있었고 나머지 3명은 꽤 멀쩡해 보였다는..

ฅʕ◕ᴥ◕ʔฅ    친구신청

병장 전역 후 면제라 군번이 있죠. 님은 그냥 면제. 당연히 님이 훠얼씬 더 좋은거임요.

토끼남편호랭    친구신청

사촌형 전역 2개월 후 친동생에게 간기증 수술함

토끼남편호랭    친구신청

예비군 풀면제!!!

ฅʕ◕ᴥ◕ʔฅ    친구신청

안타깝네요. 현역이었으면 면제인데 ㅜㅜ

Laughing Man    친구신청

동원 끝났으면 향작 6시간만 2년 남은건데
미묘한 이득이네요 ㄷㄷ

서퓨    친구신청

그 민방위도 끝난 나는 뭔가...

카푸치노    친구신청

전 신체검사하러갔을때 ct cd랑 소견서 등등 들고갔는데 6급인가 나와서 보충서류들고 보라매?쪽에 있는 곳으로 다시 조직검사 한것 들고 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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