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X년 무더운 여름날.
내가 23개월된 병장이었을 때 일이다.
한창 일과시간중이었지만 통신소대 말년인 수송반 말년인 동기는 즐겁고 신나게 닌자놀이를 하고 있었다.
사실 닌자랄것도 없었다. 찾는 사람도 없었으며, 연병장 끝자락에서 대놓고 느릿하게 걸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때 저쪽에서 수송관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동기가 말을 꺼냈다.
"저새끼 진짜 또/라이야"
"소위가 다 또/라이지. 삼사출신이면 더 그런거 아냐?"
아무말 대잔치로 대꾸했더니 동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쟤는 진짜 쌩 또/라이야. 너 요즘 주임원사 레토나 배치때문에 시끄러운거 아냐?"
동기의 말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소시적부터 아싸로 유명한 나는 군대에서도 동기나 말걸어주는 진성 찐따 아싸 통신병이었기 때문이다.
"주임원사 배차가 항상 있는건 알지?"
"그건 알지. 맨날 나가잖아."
"그래서 우리가 자동배차를 한단말야. 일주일에 5일. 그런데 수송관(임관 후 처음배치되서 실무들어간지 한달됐고 아직까지 독신자기숙사에 못들어가서 병들과 함께 생활하는 리얼 아쎄이 소위)가 주임원사는 왜 배치 공문 안내냐고 난리쳤어."
"뭐 그거야. FM대로 하면 그게 맞으니까. 어쩔수 없지."
"근데 직접 와서 신고하래"
우리 연대본부 주임원사라 하면 가슴에 30년 근속의 상징 화살표 3개 휘장을 단 인상좋은 할아버지였다. 부대에는 이 화살표를 단 사람이 3명있었는데, 연대주임원사와 통신소대 부소대장, 그리고 공수교육대장으로 3대장 소리가 절로 나올 연대 실세이자 복날에는 셋이서 들개를 사냥해 몸보신을 하는 호전적인 할배들이었다.
"우리가 중간에서 어떻게 중재좀 해보려고 했는데 말이 안통하더라. 결국 그말 실제로 들었다. 내가 높냐 주임원사가 높냐."
"와 그거 말로만 듣던 시/발 바로 그 대사 아니냐.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연대장님이 중재하겠다고 주임원사랑 쏘가리 부른자리에서 연대장님보며 한 말인데."
"와우..."
감탄사를 남기며 아쎄이 소위가 있을 수송반을 슬쩍 바라보았다.
종종 힘들때면 생각나는
전역이 한달도 안남았던 나보다 먼저 부대를 떠난 수송관이 생각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