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도울 줄 모르는 신흥(주가,차트) 졸부 나라’.
국제 사회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세계개발센터(CDG: The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가 부자 22개국의 저개발국 지원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인색하고, 개발도상국의 최대 수출품인 쌀 수입을 막고 있으며, 저개발국 노동자의 이주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2003년 이 지표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5년 연속 꼴찌였다가 지난해 한국이 22번째 부자 국가로 포함되면서 겨우 최하위를 면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과 일본 2곳만 22개국에 포함됐으나 저개발국 지원에선 나란히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CGD는 매년 7개 부문으로 나눠 경제규모를 감안해 부자 22개국의 저개발국 지원을 평가한 ‘개발공헌지수(CDI)’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기술과 투자 부문을 뺀 나머지 5개 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저개발국 노동자 이주 허용 ▶평화 유지 공헌 ▶저개발국에 대한 무역 장벽 ▶인도적 지원 부문에서 점수가 낮았다.
이와 달리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지원 부문에선 스페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가난한 나라의 개발을 돕기 위한 투자 부문에서도 22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점수는 지난해(2.4)보다 약간 높은 2.8을 얻었다. CDI 지수를 개발한 데이비드 루드맨은 “한국은 지난해 부자 22개국에 포함된 신흥(주가,차트) 부국”이라며 “부자 나라에 낀 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 경쟁관계인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가난 퇴치를 위한 경쟁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7개국(G7)도 저개발국 지원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2개국 중 상위 10위 안에 G7 국가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11위를 한 캐나다의 순위가 가장 높았다.
특히 미국은 ▶환경 보호에 소홀하고 ▶경제규모에 비해 인도적 지원도 짜 17위에 그쳤다. 이와 달리 상위권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차지했다. 스웨덴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는 2위,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공동 3위에 올랐다.
특히 스웨덴의 인도적 지원 공헌 점수는 한국·일본의 16배에 달했다. 저개발국 이주 노동자에 가장 관대한 국가는 오스트리아로 나타났다.
CGD 낸시 버드샐 소장은 “국가 간 관계가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어 부국도 저개발국의 가난과 사회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며 “가난과 사회 불안은 세계적인 안보 위협과 경제 불안, 질병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난 퇴치를 모토로 하고 있는 CGD는 2001년 록펠러 재단 후원에 의해 워싱턴에 설립된 싱크탱크다.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CGD를 전 세계 싱크탱크 중 15위로 평가한 바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아직은 우리 사회가 국제화시대에 발맞춰가기가 쉽지 않은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