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국경마을 생장에서 시작,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대성당 앞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가로지르는 800km 길.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에 관한 전설이 있는 길.
지금은 종교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거나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찾는 길이 되었고 파울로 코엘류의 <순례자>에도 언급된... 나머지는 검색해보면 다 나오니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걷기 열풍과 힐링이 난무하면서 이 길이 유명해지기 몇 년전부터 이 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서른 되기전에 꼭 가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도 함께.
2013년 9월
출근하고 퇴근하고 사람 만나고, 평범하게 사는게 바쁘고 지쳐서 아무 생각도 없이 살고 있던 어느 날.
카톨릭 신자라면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가는 매일미사 표지 삽화에서 잊고있던 산티아고를 다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만 한장 찍어놓고 곧 잊어버렸다.
2014년 1월.
일을 그만뒀다, 성당에서 하던 청년 단체활동 마저도 생각 차이로 그만 둔 후였다.
그 과정에서 신앙적인 모독까지 당했고 내가 하지도 않은 말, 행동이 뒷 담화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건 당연지사였고 한순간에 패배자가 된 기분도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정리나 하던 어느 날, 묵혀두었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곧 바로 일어나서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티켓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2014년 2월 24일.
1월 말에서 2월초는 홀린 사람처럼 비행기, TGV 티켓만 알아봤다.
스페인어 하나도 모른다. 그렇다고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약 10,000km 떨어진 나라에서 40일안에 혼자 800km를 걸어야 한다.
나이는 벌써 서른을 바라보고 있고 당장 새 직장을 구하거나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한 공부를 해도 바쁠판이다.
심지어 오라는 회사가 있었음에도 한귀로 듣고 흘리고 여기를 가려는게 정상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저 수 많은 가지 말아야 할 이유와 함께 이 돈이면 편하게 놀 수도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물어보면 '지금 아니면 못 갈것 같아서' 라는 한가지 이유밖에 대답 못 하겠다.
오늘로부터 5일 후, 나는 산티아고를 향해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