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김씨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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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순례길 (2014)] [1 Day] 2014년 3월 2일 생장 드 피드포르 - 론세스바예스. 27km. (0) 2016/12/23 PM 05:52

 


불 과 몇 시간 전 이 곳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비가 너무 많이 퍼 부어서 내일 출발이나 할 수 있을까...?

첫날부터 꼬이는건가? 이런 생각과 함께 낯선이들과 첫 알베르게에서 자느라 뒤척....이진 않았고 잘 잤다.

파리에서 걸렸던 감기와 초겨울 같은 피레네 아랫 공기 덕에 컨디션은 영....


전 날 순례자 사무실에서 만들었던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과 론세스바에스까지의 지도를 다시 한 번 체크한다.

(사진에서 지도 보고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 줄리오. 어제 밤에 같이 생장에 도착한 나의 첫 순례 친구들 중 한명이다.)


지난 밤 피레네에 또 폭설이 왔다고 한다. 적설량은 2미터. 산을 넘는건 위험하니 피레네를 넘는 '나폴레옹 루트' 대신 '발 카를로스 루트' 로 우회하라고 순례자 사무실에서 이야기한다.

피레네를 꼭 넘고 싶었는데 발 카를로스 루트가 더 오래된 루트고 눈 산에 파묻히긴 싫으니 그냥 우회하기로 결정.




카미노 데 프랑세스의 시작 점이기도 한 생장은 마을 곳곳에 이렇게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가비 표식이 바닥에 붙어있다. 앞으로의 일정 중 대도시에서 이와 같은 바닥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생장을 떠나기전에 기념사진 한 컷....근데 유럽애들이 찍어주는 사진은 마음에 안든다. ㄱ-



저 이정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피레네 산맥, 오른쪽으로 돌면 발 카를로스 길.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피레네만 넘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생장 구 시가지 성벽을 따라 돌담길로, 돌담길에서 순례자의 길로.

아직 이 곳은 프랑스라 프랑스어로 표지판이 써 있다.




도로를 끼고 잠깐 걷다보면 솔뫼성지를 가던 길과 비슷한 시골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날씨는 비가오다가 눈이오다가 해가 뜨다가.....정말 거지 같다.

하지만 공기는 굉장히 맑고 상쾌하다. 





얕은 오르막으로 이어진 시골길을 계속 걷는다. 높게만 보이던 피레네 산 능선과 눈높이가 점점 맞아간다.

식수대 앞에 발 카를로스 고개가 끝났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발 카를로스 고개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샤늘마뉴 대제가 무어인들의 나라로 불리던 당시 스페인을 정벌하기 위해 아홉 기사들과 기병대를 이끌고 진격했던 길인 동시에 전투에서 패배하고 가장 아끼던 기사 롤랑을 잃고 초라하게 퇴각하기도 한 길이라고 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런 애들이 마음놓고 돌아다니고 있다. ㄱ-




보고 흠칫 놀랐다.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허수아비.... 심약한 사람은 혼자 다니다 이거보고 기절할수도 있겠더라.



그리고 1시간을 더 걸어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발카를로스 고개만 넘으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는 피레네를 빙~ 돌아왔던거고 이제 이바네바 고개라고 해발 고도가 상당히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오늘 이미 20km 넘게 걸은지라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걸어야지. 발 카를로스 루트에서'Vante' 라는 국경마을 식료품 매장 이후에는 물도 가게도 아무것도 없다. 

이바네바 고개의 압박이 굉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배낭 무게를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물을 충분히 사야한다.




이바네바 고개 거의 다 올라간 후 내려가야 하는데 물이 다 떨어졌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건지 눈 폭풍이 시작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짓말 안보태고 앞이 안보인다. 

사람 두명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산길, 옆은 낭떠러지. 시야는 폭설. 

발 한번 잘못 디뎌서 스틱 한쪽이 여기서 부러졌다.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40분 정도 가만히 앉아있으니 눈이 그친다. 이거 한 장 찍고 바로 이동.

사진에서 보듯 또 언제 퍼부을지 몰라서 급했다. 그래서 이 날 더 이상의 사진은 없다.

고개를 내려와 도로와 합류. 1시간을 더 걸었다.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서 오후 4시. 론세스 바예스 도착.

참 힘들었던 카미노 신고식이었다.

크레덴시알에 세요를 찍고 전 날 늦게 도착해서 못 챙겼던 콘차(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가비)를 하나 샀다.



론세스바예스 수도원의 저녁미사.

나바라 왕국의 왕이 묻혀있는 곳이라고 하다.

여기 보좌신부님이 겨울 순례자들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온 건 처음이라며 와인을 내주었다.

이탈리아 아저씨 줄리오가 스페인어, 영어를 다 구사하기 때문에 수도원에 있는 나바라 왕국 박물관 투어(원래는 유료)와 수도원 투어를 들을 수 있었다.


내일은 좋은 날씨가 되길 기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하지만 다음 날 영 좋지 못한 날씨가.....ㄱ-)





vante 식료품 5유로.

알베르게 6유로

콘차 2.5유로


총 13.5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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