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김씨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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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순례길 (2014)] [2 Day] 2014년 3월 3일 론세스바예스 - 라라소니아 27.4km (0) 2016/12/23 PM 06:01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걸까. 

전 날 저녁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는데 새벽 내내 눈이 왔다.




아침 7시.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 앞.

저게 발자국만 찍혀서 얼마나 눈이 왔는지 체감이 어려운데 성인남자 종아리 3분의 1정도.

대략 15cm 정도 왔다고 보면 된다.



-크리스가 따봉을 하고있다. 


아침에 짐 싸는 중. 알베르게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침실에는 침대만 있는 도미토리, 하숙집처럼 공용 세탁기와 주방이 있는 구성.

공용 세탁기는 돈 내고 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샤워하면서 같이 손 빨래. 내 옷들은 나잌히 드라이핏 종류가 대부분이라 빨면 4시간이면 마른다. 덕분에 카미노 내내 빨래 안마르는 걱정은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기록적인 3월 폭설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동네 제설시스템은 상당히 신속해서 도로변이나 마을 제설은 아침 7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완료.

우리나라였으면 쓸데없는 공무원 비상대기와 지지부진 제설로 출근길 헬게이트가 열리겠지.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까지 남은거리 790km.

부산에서 서울을 왕복하는 거리. 이 때만해도 저걸 언제 다 걸어나가 싶었다.
스페인으로 넘어와서 본격적인 시작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저 표지판 앞에서 사진 촬영 파티(?)가 벌어졌다.





론세스바예스를 뒤로하고 눈 덮...아니 제설이 끝났지만 20분 사이에 눈이 저만큼 쌓인 길을 걸어간다.

가끔 눈 알갱이가 얼굴에 맞을때가 있는데 따갑다. 우리나라 겨울은 기온만 낮지 얌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변을 걷다 작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저 폭설을 뚫고 산을 넘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눈은 계속 온다.

겨울 산길도 뭐 운치있지. 우리나라에서는 눈 오면 절대 안나가니까. 라고 위안 삼으려고 했는데 잘 안된다.




배낭 레인커버는 이런 기후 속에서 잠시 쉴 때 이렇게 또 하나의 기능을 발휘한다.




걷기 시작한지 3시간 반. 아우리스베리 성당에서 잠시 쉬다 간다.

날씨는 눈 오다 바람불다 개었다가 눈오다 반복. 옷, 양말. 신발은 이미 젖었다.


 

다시 길을 나선다. 농장지대를 지나 야산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이정표가 보인다.

일단 오늘의 목적지는 주비리.





그 지겹던 눈이 어느새 멎었고 빠르게 녹기 시작한다.

바닥은 진흙탕 반, 눈 반, 살얼음 약간. 그래도 눈폭풍 보다는 이게 낫다.




해발 900미터. 알토 데 메스키리스. 오늘 일정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스키장 슬로프 정상에 올라간 것 같은 쾌감. 산 봉우리와 마을들이 발 밑으로 보인다.



얼마나 또 걸었을까. 오후 1시 30분경, 주비리까지 6.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걸어보니 10km 넘게 걸리더라.

스페인 놈들. 거리 감각이 용산 전자상가에서 물건 값 마음대로 부르는 수준이다.

사실상 10km 라던지... 걸어보니 1km가 4km... 

대부분의 사기꾼들이 그렇듯 ookm 남았다고 써있고 그 보다 적은 경우는 없었다. ㄱ-




6.9km 라며!! 망할 스페인 놈들!! 을 되뇌며 걷다가 마주한 도로. 

저 트럭은 뭘까? 해서 봤더니 순례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물과 음료. 빵 등을 파는 트럭이었다.

물론 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패스.



나중에 또 다루겠지만 이 동네는 이렇게 로마시절 유적부터 오래된 유적지, 건물 등이 길에 아무렇게 널부려져 있다.

'벤타 델 푸에르토' 라고는 하는데 스페인어는 간단한 인사와 음식이름밖에 보르는 관계로 더 이상 뭔지 알 수 없음.



급 내리막길과 진흙탕의 압박을 견디다 보니 나오는 마을.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늘의 도착 예정지 주비리 도착. 요시 그란도 시즌!!

마을로 들어가는 이 다리의 이름은 '라비아 다리' 'Rabia' 라는 단어는 공수병을 뜻 하는데 이 병에 걸린 동물을 

데리고 저 가운데 아치 주변을 세 번 돌면 병이 완치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주비리로 들어왔는데 시에스타(스페인 낮 잠 시간. 이 시간엔 공무원들도 사라짐)에 걸렸다.

공립 알베르게는 부활절 전에는 운영이 되지 않는다.

사립 알베르게는 가격이 1.5배 정도 비싸서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 그냥 더 가기로 결정.

아직 몸이 카미노에 적응하지 않아서 체력은 이미 고갈되있는 상태였다.




라라소니아 가는 도중 쉬는데 길냥이들이 몰려온다.

먹을거라도 주는 줄 알고 왔나본데... 없다. 있으면 내가 먹지....고양이조차 외면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마저 공립 알베르게가 닫았거나 숙박시설이 없으면 끝장이다.

원래 일정보다 5km 조금 넘게 더 걸어서 도착한 라라소니아.




다행스럽게도 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크리스. 줄리오. 줄리안. 윌리안. 디에고. 생장에서부터 같이 온 사람들은 이미 다 와 있었다.

자기들은 이미 도착해서 씻고 빨래 끝내고 쉬고 있었으면서 1시간 반 늦게 온 나보고 대단하다고 해줘서 뻘쭘했다.

암튼 씻고 저녁 먹을 준비. 이 날 식사는 다 함께 파스타를 해먹었는데 줄리오가 나서서 만들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만드는 파스타는 무슨 맛일지 궁금했는데 그냥 양만 많았다.

간이 안맛길래 파스타면 따로 얻어서 고추장으로 비빈게 훨씬 맛있었다는게 유머.

고추장을 보고 신기해 하던 크리스는 고추장 파스타가 맛있다고 했지만 크리스에 낚여서 한 입씩 먹어 본 다른 사람들은 테러블이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베르게 벽에 붙어있던 프랑스 길 위의 마을들과 랜드마크를 그려놓은 그림.

언제 저 끝까지 가려나??




알베르게 6유로.

식료품    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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