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출발하기 직전에 그쳤다.
오늘 목적지는 팜플로냐. 카미노에서 만나는 첫 번째 대도시.
실제로는 이 곳에서부터 카미노를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왜냐면 대도시라 교통이 편해서 + 피레네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or 눈 많이 오면 통행불가.
겉 보기에는 허름하지만 이 걸 쓰는 지금까지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았던 알베르게.
마을을 나서던 중 본 집인데 마당안에 순례자 산티아고 석상과 노란 가리비, 지팡이와 호리병 물병을 세워놨다.
카미노 선 상에 위치한 마을들은 편집적으로 느껴질정도로 집이나 도로, 마을에 가리비와 야보고상, 혹은 순례자에 관한 그림을 그려놓는다.
선조들이 남겨준 문화유산을 잘 활용하는 동시에 가지고 있는 '컨텐츠'를 잘 전승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것도 때려부수고 시멘트부터 붓는 우리나라가 생각이 났다.
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여전히 흐림. 역시나 시골길, 산길, 마을 중간을 통과해서 걷는다.
한국사람이 많이 오기는 오나보다.
한글로 '열려있으니 들어와서 뭔가 사 먹고 가시죠 호갱님' 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냥 저렇게 쓴 거 같은데..
실제로 난 쉴 생각도 없었는데 가게 밖에서 가게 벽에 페인트 칠하다가 쉬고 가면서 내 그림 좀 사달라고 호객행위하시는 주인장님.
카미노 길은 이렇게 도로 옆에 따로 보행자 전용 길이 있다.
실제로 800km 구간 중 차도 옆을 걷는 위험한 상황은 극 소수.
산 하나 넘고 제법 큰 마을 보이길래 팜플로냐 거의 다 온 줄 알고 설렜는데 설레지 말았어야 했다.
가까이 와보니 이 곳은 팜플로냐가 아니고 팜플로냐의 위성도시 '트리나다드 데 아레'
다리 끝에 벽이 조금 벗겨진 저 건물이 이 마을의 알베르게라고 한다.
수도원에서 운영한다는데 시간은 오후 12시 20분.
팜플로냐까지 가는것도 짧은 거리라 그냥 강행돌파 하기로 하고 다리를 건너는데 줄리오 일행도 마침 식사 중.
(이때부터 걷는게 익숙해져서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 같다. 1시간 전에 출발 한 애들을 만남 ㄷㄷ)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지금까지 산 길, 시골 길, 시골마을만 지나왔는데 길이 저렇다.
심지어 마을도 안끝난다.
(나중에 알고보니 트리니다드 데 아레는 신촌에 이대와 홍대가 붙어있듯 팜플로냐에 붙어있는 위성도시 ㄱ-)
이 다리를 건너면 팜플로냐다.
시간은 오후 1시 40분. 시에스타 전. 날씨가 슬슬 맑아진다.
줄리오 일행은 오늘 30km를 채워서 걷는다고 한다.
피니스테레까지 걸어가야해서 시간이 촉박하다고..
그래서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고 같이 사진 한 장 찍었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좋은 여행길이 되기를.
팜플로냐의 길 거리에는 이렇게 가리비가 새겨져 있다.
알베르게 3군데로 가는 길 안내와 사수르메노르, 서쪽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팜플로냐 시청과 대성당이 보이는 거리. 6월에 여기서 유명한 소몰이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 가 열린다고 한다.
물론 난 3월이기 때문에 그런거 없다.
기념품 가게마다 소 머리 모양의 기념품과 뿔나팔을 전시해놨다.
대도시답게 마트도 시에스타 ㅈ까!!고 영업중이라 식료품 조달도 무난했고 정육점에서 파는 쵸리스와 하몽이 대박이었다.
지금도 가끔 맥주 한 잔 하다보면 스페인에서 먹었던 하몽맛이 떠오를 정도...
알베르게 헤수스 이 마리아는 깔끔하고 편안하며 세탁시설에 주방에 와이파이 빵빵함과 고급스러운 외관 등 , 준 호텔 수준이었지만 놀랄만큼 저렴한 가격 7유로였다.
대도시도 왔고 그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오늘 저녁은 '메뉴 델 페레그리노' 순례자 정식으로 먹기로 한다.
주문하면 와인 한병, 바게트 빵 갖다준다.
바게트는 더 달라면 더 달라는 대로 주고 와인은 무조건 1병. 1명이 시켜도 1병. 여러명이 같이가도 1병.
보통 저렇게 코스요리로 나오고 본 메뉴는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육류 or 해산물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나중엔 닭고기 스튜나 토끼고기 등 그 동네 특산물에 따라서 메뉴 구성이 달라지고 식당마다 디저트나 주 메뉴의 종류가 다르다.
순례자 정식은 싼 동네는 7유로. 비싸면 10유로인데 1유로 대충 1,500원으로 잡으면 비싸야 15,000원 아래다.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코스로 저렇게 먹으려면 18,000원으로는 어림도 없는 걸 보면 순례자 메뉴는 절대 사치가 아니다.
다만 내가 돈 조금 들고가서 거지같이 다니느라 많이 못 사 먹고 재료사다 해먹었을 뿐이다.
알베르게 7유로.
순례자 정식 9.95유로.
물 & 식료품 1.92 유로.
총 18.87 유로 사용.
축제로 갔는데.. 아 그러고 보니 방 찾아 헤메지말고 알베륵르게 갈걸
포르투갈에선 알베르게 할인 좀 받았었는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