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김씨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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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순례길 (2014)] [12 Day] 2014년 3월 13일 카르데뉴엘라 - 부르고스 16.7Km (2) 2017/01/09 AM 10:42


오늘은 부르고스까지만 갈 예정이다.

16km 조금 넘는 길이라 12시 전에는 도착 할 것 같다.

대도시인 만큼 여유있게 동네 구경도 하고 싶었고 살면서 명동성당만 딱 세번 가봤기에 부르고스 대성당 처럼 거대한 대성당을 천천히 오래 보고 싶었다.


그리고 12시 조금 넘어서 부르고스 도착.

그러나....



구 시가지를 에워싸는 신 시가지의 도시 형태로 부르고스 들어와서 4km 정도 걸었다.

팜플로냐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대도시가 갑자기 확 나타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방금 전까지 순례길을 걷는 RPG 게임의 주인공이었는데 갑자기 게임 밖으로 튕겨 나왔고 튕겨 나온 후에 주변을 보니 그냥 유럽의 한 번화가에 떨어진 기분이랄까..




적응이 안되는 마음을 추스리며 구 시가지에 도착.



요기를 지나가면 부르고스 대성당이 나오고 주변에 알베르게가 모여있다.

다시 순례길의 세계로 로그인 한 기분.



알베르게 앞 쪽에서 본 부르고스 대성당 후면.

알베르게가 킹왕짱 좋아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2시에 문여는 알베르게를 12시 30분에 문을 열러줄리가..

하는 수 없이 근처 술집에서 시간이나 떼우려고 했는데 생장에서 부터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여기서 다 만나버렸다.


그렇게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술을 한잔씩 시키다가...... 

알베르게 문 열리고 겨우 들어가고 씻고 잤다.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완벽한 시에스타....

일부러 조금 걸으면서 성당 구경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망했다.




숙취로 아픈 머리를 달래고 뒷산을 아주 조금만 올라가면 부르고스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술 깨는데 좋다는 말에 올라가는데.... 속았다. 

무슨 조금만이 땀 뻘뻘 흘릴 정도냐...ㄱ-


그래도 그렇게 올라가서 좋은 구경은 했다.





DSLR을 들고 갔으면 오래도록 볼만한 사진을 하나 남겼을텐데...

(하지만 무거웠겠지...매우....)






잠시 구경하다가 하산(...)

알베르게를 들어가보니까 옛날 사진들에 글귀에 뭐에 잘 꾸며놨다.

스페인 학생들이 과제를 하러 온건지 셋이서 순례자들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뭔가 하고있다.

한명은 질문을 하고 한명은 녹음을 하고 한명은 받아적고.


앉아서 구경하는 겸 무슨 말들을 하나 들어보려고 했는데(당연히 잘 못알아들음)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때 로비에 있던 동양인이 나 혼자여서 신기했는지 나한테 왔다.

다행스럽게도 바로 직전에 얘네랑 인터뷰를 한 할배가 독일에서 온 교수라서 영어를 잘 해서 통역을 해줬다.

왜 왔냐. 혼자 왔냐. 기회가 된다면 또 올거냐. 이런 평험한 질문들이었다.

문제는 평범한 질문에 평범하게 대답하면 되는데 영어도 스페인어도 능숙하지 못해서 답이 힘들었을뿐.



인터뷰가 끝나고 시에스타도 끝났고 배고 고파져서 겸사겸사 부르고스 구경에 나섰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옛날 만화중에 태양의기사 피코라고 있다.

거기서는 성들이 거인으로 변해서 싸우는데 막 거인으로 변해서 싸울것 같이 생겼다.

성당 앞 광장도 넓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화구 펼쳐놓고 그림 그리고 싶은 성당이었다.



부르고스 성당은 앞 부분은 개방되어있고 안쪽은 돈 내고 들어가서 구경이 가능한데 순례자 여권이 있으면 공짜다.

다만 내가 순례자 여권을 안들고 나왔고 폐장 시간이 가까워져서 여기까지만...

이때부터 순례자 여권은 무조건 들고 다닌다.



성당 광장을 빠져나와서 구시가지 정문.

옛날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펜스도 안쳐놓고 저렇게 잘 조화를 이뤄서 사는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면 일단 펜스로 막고 보수는 시멘트 부어서 하다가 망하겠지.



어느새 해가 진다.

자 이제 저녁을 먹어보자. 오늘의 저녁메뉴는 라면정식. 

부르고스 가면 라면 판다고 해서 위치는 미리 찾아놨고 슬슬 라면 같은게 땡기던 시점.



심지어 쌀밥도 준다.

맛은 그냥 신라면. 내가 스페인어를 더 잘했다면 새로운 라면 레시피를 알려줬을텐데 조금 밍밍해서 아쉽지만 론세스바에스 이후 처음 먹는 라면이라서 신나게 먹었다.

아! 라면 사먹는데 라면 나오기 전에 바게트 빵도 준다. 

이 동네 사는 스페인 사람들은 매워서 잘 안먹는다고 하더라.



배도 채웠고 이대로 들어가서 자기 좀 아쉬운 마음에 산책을 해본다.




이렇게 성벽이 밝게 빛나는게 엄청 신기했다.

멀리서 불빛을 쏴서 성벽 전체가 빛을 반사시켜서 빛나는 원리 같았다.



부르고스 대성당이 이렇게 빛이 들어오더라.

성당 자체에서 불이 들어오는건 하나도 없고 성당 벽 아래 땅에 저렇게 등 심어놓은게 전부인데 이렇게 밝은게 진짜 신기했다.

그러나 일교차가 심해서 급 추워진 관계로 야경을 더 볼 수 없었다. 아쉽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밤에 이 순서로 밝아진다.



어느새 순례길 일정의 3분의 1 지점이다.

내일부터 순례길 풍경의 정점을 찍는 메세타 고원에 들어간다.





알베르게 5유로

점심식사 6유로

다음 날 식재료 6유로

저녁식사 8유로

커피 2.4유로

술값 기억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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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셔토깽이    친구신청

피코 ㅎㅎㅎㅎㅎ
전 그 위쪽의 대도시 산탄데르에서 시작했네요 ㅎㅎㅎ
공항이 거기에 있길래;;
참 멋진 대도시네요. 전 미러리스 하나 들고 갔었는데 일정중에 한번 떨궈서 수리하느라 고생 좀 했지요 ㅎㅎ

강동김씨    친구신청

저는 폰카 + 2007년도식 똑딱이 하나 들고 가서 사진이 뭐 쓸만한게 많이 없더라구요ㅠㅠㅠ
개인적으로 프랑스길 대도시 중에서는 부르고스가 규모도 적당하고 제일 좋았어요.
레온은 너무 크고 관광지 같아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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