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서 짐 싸고 출발.
어느새 봄이다.
순례길 처음에는 날씨 한번 지독하더니 메세타 들어온 다음부터는 쾌청.
마을 나가는데 여기에 캠핑장 있더라..
그런거 없을 것 같이 생겼는데 신기해서 놀라고 캠핑하면 입 돌아갈 날씬데 캠핑하는 사람이 있어서 또 신기.
마을 외곽에는 성당 + 학교가 있다.
대학 순례자 여권을 신청했으면 동네마다 있는 대학교에서도 순례자 여권 도장을 따로 찍고
대학 카미노 완주했다는 인증서도 따로 준다는데 난 그런거 몰랐으니 패스.
돌 위에 뭐라 뭐라 써놨는데 뭐 모르겠다.
메세타는 아무것도 없다.
먼저 가는 사람, 지평선, 나 끝
밭 한가운데 저건 뭘까.
화장실은 아닌것 같고 아직도 궁금하지만 굳이 찾아보기에는 귀찮아서 패스.
앞만 보이는 길만 쭉 따라가다보면..
오늘의 중간 휴식지가 등장.
순례길 초반에도 이렇게 적응이 잘 되어있었으면 훨씬 행복했을텐데...ㅠㅠ
이제는 18km 정도는 12시 딱 되면 거뜬하게 들어온다.
점심먹고 출발.
오늘 지나갈 마을들, 내일 지나갈 마을의 거리, 지명이 써있다.
이 귀퉁이를 돌면 나오는 오늘의 목적지는 마을에 아무것도 없고 성당기사단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알베르게 하나다.
이름은 심지어 '자크 드 모레이'
근데 이 사람이 살아있었다면 자기 이름 걸고 장사에 환장한 사람들 보면서 밥상 엎을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사꾼들은 참 별로다.
딱 절반 왔다.
이제 남은거리 395km.
어느새 나의 순례 여행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는 분기점까지 참 열심히 잘 왔다.
여기 온다고 뭔가 달라지거나 깨달음을 얻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착각이라고 일러두고 싶다.
우리는 배트맨 비긴즈의 부르스 웨인이 아니고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아니며 순례길도 수련의 장소는 아니다.
생각을 비우는것, 일상에서 절대로 할 수 없는 체험을 하는 생활 피정 정도면 모를까.
나처럼 애초에 머리 비우러 온 사람들이라면 정말 좋은 추억, 경험을 하고 갈 수는 있는 길이다.
맥주 1 유로
알베르게 10 유로
저녁식사 10유로
또 맥주 1.80유로
22.80 유로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