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브레이로를 떠나면서 뒤를 돌아봤다.
출발하는 등 뒤로 해가 뜨는건 이제 익숙한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벅차오르기도 한다.
정석대로라면 세브레이로 산을 넘어가야한다.
하지만 전 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위험한 관계로 안전하게 도로를 따라 걷는 길로 시작.
눈이 많이 왓고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얼어붙지 않았다.
론세스바에스에서 출발하던 날도 그랬지만 스페인 재설 시스템은 참 빠르고 깔끔하다.
도로를 따라 좀 더 걸어서 세브레이로를 벗어난다.
바람이 불지만 눈이나 비가 오는것보다 훨씬 낫고 찬 공기가 꽤 상쾌하다.
스키장 온 것 같다.
날씨가 이렇게 좀 맑고 쾌청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꼭 힘든 날에는 눈, 비가 많이온다.
어제 오세브레이로 도착 후 기분 좋았던 일들이 오늘의 컨디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것 같다.
산 로케 봉우리(?) 해발 1270미터.
산 로케 순례자 동상.
여기도 나름 랜드마크라고 한다.
눈, 바람과 맞서 걸어가는 순례자 동상을 보니까 해와 바람이 여행자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는 동화가 생각난다.
내리막을 걷는가 했더니 다시 올라간다.
구름이 저렇게 끼었는데 날이 맑으니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한참 도로만 따라 걸으면 지치기 딱 좋다.
좀 쉬어야겠다 싶으면 딱 쉴 곳이 나타나는것도 순례길의 묘미 중 하나.
오늘, 그리고 앞으로 이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일은 없다.
지도를 보니 앞으로는 눈 볼 일도 딱히 없을것 같다.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가기 전에 점심을 먹는다.
저 해발고도 표지판 바로 뒤에 건물이 카페 겸 술집이다.
이제 내려갈일만 남았는데 색칠해서 색 분할 한 것 처럼 눈이 쌓인 쪽과 안쌓인 쪽이 나뉜다.
저 아래 보이는 마을이 오늘의 목적지 트리아카스텔라
산을 내려가면 소똥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오세브레이로에서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오늘 사모스까지 간다고 한다.
나는 몸이 좋지 않아서 트리아카스텔라에서 빨리 쉬기로 했다.
배터리가 여기서 방전되는 바람에 사진은 여기까지밖에 없다.
내일은 사리아까지 갈 예정이다.
사리아부터 산티아고까지는 100km. 이제 여행도 최후반부로 접어든다.
아침식사 : 9유로
아침 겸 점심 : 2.5 유로
맥주 : 2.5 유로
식재로 : 7.17 유로
알베르게 : 9유로
20.07유로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