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강북에 살고있고, 첫째딸이 올겨울이 지나면 유치원을 졸업합니다.
원래 계획은 가까운 동네에 조금 더 큰집으로 이사하고, 강북에 있는 대안학교에 딸을 입학시키려 했습니다.
우리 부부의 교육관하고도 잘 맞고, 체험회에 참가했던 딸도 굉장히 그 학교를 좋아하고요.
문제는 지금 직장이 판교에 있어서 출근에 약 2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때문에 딸아이하고 놀 시간도 퇴근후 1~2시간정도밖에 없고, 딸들도 그걸 많이 아쉬워하고요.
지금 이사가려고 하는 집은 지하철 갈아타는 시간 등이 발생해서 출퇴근시간이 20~30분정도 늘어날것 같더군요.
물론 판교에도 혁신학교 같은게 있어서, 정규 공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저희 부부로서는 대안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판교나 그 인근 신도시들의 집값은 강북에 있는 집을 처분한 정도로는 전세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죠. 경제적으로 도저히 무리입니다.
그래서 알아본곳이 성남인데, 성남 인근에는 대안/혁신학교가 딱히 괜찮은곳이 없더군요.
저희 부부는 경쟁위주/입시위주/국가가 원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지금의 공교육 형태에 눈꼽만큼의 신뢰도 갖고있지 않습니다. '어지간해서는 대안학교나 혁신학교에 보내고 싶다'가 아니라, 가능하다면 전력을 다해서 공교육 제도권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때문에 딸하고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 네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맞춰서 좀더 큰 집으로 이사가려고 한다.
- 지금 네가 너무 좋아하는 그 학교에서 가까운 집을 알아보고 있다.
- 그런데 그 집으로 이사가면, 아빠는 지금보다 30분정도 더 늦게 퇴근하게 될것 같다.
그렇게 말하니까 딸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하기를,
"그 학교를 정말 다니고 싶지만, 아빠가 좀더 빨리 집에와서 한두시간정도 더 같이 노는게 훨씬 더 좋다"고 하더군요.
이것때문에 요즘 고민입니다.
딸에게 바람직한 교육을 시킬 수 있는(+딸도 정말 좋아하는) 학교에 보내고는 싶은데, 딸은 힘든 학교에 다니더라도 제 직장 가까운곳으로 이사갔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성남으로 이사가면 넌 인성교육도 안하고 입시만 가르치는 비뚤어진 교육체계때문에 원하는 꿈을 펼치지도 못하게 될거다'라는 식의 구구절절한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한편으로는 부모와 함께 행복하게 지낼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드는것이 최고의 교육이 아니겠느냐라는 아내의 말에도 크게 공감하고도 있고요.
아이 교육과 이사 문제, 어쩌면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앞으로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갈림길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선뜻 어느 한쪽을 탁 결정해보리기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