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특전이 아니어도, 배송이 늦어져도, 오오 이용신님 그녀는 신이야 하면서 달빛천사 커버앨범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마냥 행복해 눈이 멀어있는 상태로 그냥 그렇게 아무소리 안하고, 아무런 모험 안하고 가만히 제품 생산 발송까지만 이어갔어도 가히 오덕펀딩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전설의 펀딩으로 남을수 있었는데 요 며칠사이에 보여주는 모습은 '다된밥에 재뿌리기'의 극한을 보여주는군요.
일반 앨범커버 문제는 정말 진행측의 개삽질이라고 할수밖에 없는게...
각각의 비율은 차치하고라도, 저 펀딩에 돈을 보탠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을겁니다.
1) 애니메이션 달빛천사 팬. 담당성우가 이용신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음
2) 이용신이라는 성우의 팬. 달빛천사라는 작품은 그 성우가 연기한 수많은 작품중 하나일 뿐
3) 달빛천사라는 작품도 좋아하고 성우 이용신에 대해서도 애정이 있는 사람
달빛천사도 모르고 이용신에도 관심없는 사람은 굳이 이 앨범 살 필요가 없을테니 제외시켜도 되겠죠.
그리고 앨범커버 역시 현실적인 비용 문제를 제외하고 크게 세 가지 선택기가 있었을 겁니다.
A) 원작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이미지
B)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 상징성을 내포한(팬이라면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
C) 성우 이용신의 사진
A를 선택했을 경우, 1~3번 팬이 모두 만족하거나, 적어도 불만은 없었을 테고
하다못해 B를 선택했어도 싫어할 사람은 없었을텐데
굳이 C를 선택해서 1번에 해당하는 사람이 싫어할만한 리스크를...
A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저도 원작 관계자가 아니기때문에 달빛천사 작품이 그렇다고 100% 확언할 수는 없지만, 만화책 원작인 애니메이션에 노래가 들어갈 경우
- 만화책 원작자
- 애니메이션 제작사
-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노래의 저작권 보유자
가 모두 다른 경우는 상당히 흔하거든요.
달빛천사에 '삽입되었던 노래를 앨범으로 만들 경우'는 노래 저작권 보유자와의 계약이 됩니다.
심지어 발매되는 앨범은 국내 한국어 번역 버전인 만큼 국내 방송사 및 번역본 가사 저작권자도 포함될 테죠.
거기에다가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삽입할 경우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와도 계약을 해야할테고요.
만화책 원작자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속사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한들 '뭐가 그리 복잡해? 어차피 달빛천사라는 IP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26억이나 모금했는데 그것도 못하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그걸 그냥 '달빛천사라는 이름을 커버에 박거나 원작 그림을 내면 수익을 분배해야 하니까'라는 식으로 뭉뚱그려버리면
설령 진행측에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한들
"달빛천사의 네임밸류와 애니메이션 팬덤의 추억으로 성우 이용신이 막대한 이득을 올리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쓸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이걸 사전에 지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건지...
진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이만큼이나 절실했던 케이스도 보기 드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