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오늘(27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입니다.
요 며칠 장관 두 사람의 말이 논란이 됐습니다.
먼저 첫 번째 인물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입니다.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다. 서민 증세라 할 수 없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장관의 의지는 매우 결연했습니다.
"힘들어도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표가 무서워서
지방세 인상은 말도 못 꺼내온
지방자치단체장들 대신에
자신이 십자가를 메겠다는 것이지요.
십자가를 지고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올리겠다는 장관 발언에
여론은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국민 1인당 세금부담액이 25%나 늘었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습니다.
한사코 '증세는 아니다' 이렇게 고개 젓는 정부를 보면서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라
"증세. 없는 복지"
이런 비아냥마저 나왔습니다.
증세는 있고 복지는 점점 더 없어져간다 이런 비판이었죠.
이 와중에 장관이 '눈치'도 없이 부채질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당 내에서도 나온 겁니다.
결국 정 장관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지겠다던 십자가를 하루만에 내던진 것이지요.
또 다른 십자가를 진 사람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입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 등 보육시설 관리부실에 대해서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문 장관 역시 사과 대신
어찌보면 십자가를 자청한 셈이 됐습니다.
"전업주부의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겠다."
전업주부들까지 종일반에 아이를 맡기는 통에
예산도 부족하고 어린이집도 모자라니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하겠다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부모들의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전업주부는 어린이집도 눈치 봐야 하나"
"전업주부와 직장맘 편 가르기 말아라"
"취업준비중인데 아이는 어디다 맡기느냐"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을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 정부가
본질은 놔둔 채
보육문제를 전업주부 탓으로만 돌렸다는 비난이 빗발친 겁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만든 십자가에 못 박힌다"
미국 작가 휘태커 체임버스의 말입니다.
오늘의 키워드 십자가.
아무나 질 수도 없고 또 함부로 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