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할게 있다면 전 군함도를 별로 재밌게 보질 않았습니다.
영화가 잘만들어졌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성도가 그닥 높질 않아서 논란이 없었어도 천만은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역사왜곡 논란이 이 영화의 흥행성적을 확연히 줄여버린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비판은 납득할만 합니다.
굳이 필요도 없는 한국식 블록버스터들이 흔히 보여주는 클리셰들로 인해서 영화가 좀 난잡하고 식상해보입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중에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했던게 아라한 장풍대작전이었는데
지금은 이 영화가 가장 떨어지는거 같습니다.
그냥 킬링타임 무비론 나쁘지 않지만 다시 볼 생각은 안드는 영화입니다.
별을 준다면 5점 만점에 2개반에서 3개정도?
한마디로 이 영화의 완성도에 있어선 전 이 영화를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지금 논란을 겪고있는 부분은 사실 완성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영화는 역사 왜곡과 친일 논란으로 욕을 먹고있죠.
이 영화 친일이래 이 영화 역사왜곡했대 이런식의 여론때문에 안본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케이블같은걸로 영화가 풀렸을때 이 영화를 보고 친일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네요.
먼저 이 영화가 일본이 조선인 강제징용인들을 인도적으로 묘사했다느니 하는 비판에선 실소를 금할수 없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군함도의 지옥같은 환경을 보여주면서 위험한 막장안에서 사람 목숨따윈 신경안쓰고
위험한 상황인걸 뻔히 알면서도 무조건 작업을 시키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게 묘사됩니다.
어떤 사람들에겐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마치 고임금을 받을수 있는것처럼 속여서 데리고 와선
임금을 여기저기서 다 떼먹고 사실상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노예처럼 부리는걸 보여줍니다.
창고로도 못쓸 쓰레기장 같은 방과 벌레가 우글대는 개죽같은 밥, 거적대기만도 못한 작업복등을 모두 폭리를 취하면서
임금에서 제외해버리고 손에 쥐어주는건 개뿔도 안되죠.
그리고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사실상 사람취급도 안합니다.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되서 모여있을때 아파트에 거주중인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마치 무슨 재미난 구경거리처럼 보고있습니다.
어떤 댓글은 군함도가 조선인들이 살만하게 묘사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본 사람들이 거기 가서 하루만 있어보라고 해요.
뭐가 인도적이고 뭐가 살만한 환경인지..
두번째로 이 영화가 친일파가 나쁘게 나오기 때문에 친일영화다라는 이상한 논리가 있습니다.
친일파가 나오는 일제시대 배경 영화는 정말 무수히 많습니다. 최종보스가 친일파였던 영화도 무쟈게 많아요.
엄청나게 많습니다. 근데 왜 군함도만??
군함도를 배경으론 친일파를 넣으면 안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요?
군함도 안엔 친일파가 없었습니까? 역사적으로 확인하셨어요?
친일파를 넣으면 되는 일제시대와 넣으면 안되는 일제시대가 따로 있나요?
영화에서 소지섭과 친일파가 싸울때 이경영이 튀어나와서 같은 조선인들끼리 싸우는건 일제가 바라는것이라며 말립니다.
그러자 소지섭이 저 친일파가 당신 눈에는 같은 조선인으로 보이냐고 하죠.
친일파가 같은 조선인입니까? 민족반역자 동포를 팔아먹은 일제의 개일 뿐이죠.
스포일러지만 이경영도 결국 친일파로서 동포의 피를 빨아먹는 인간으로 나옵니다.
한마디로 영화에선 이경영같은 친일 정치인이 선동으로 친일파도 같은 조선인인데 상생하자는 식으로 말하는 놈들이 있지만
친일파는 같은 동포가 아니다. 처단해야할 일제의 개일뿐이다 라는 메세지를 줍니다.
세번째로 왜 있지도 않은일을 갖고 역사왜곡을 했냐는 비판.
애초에 이 영화가 완전히 팩트만 갖고 다큐멘터리처럼 영화를 만든다고 언플을 했습니까?
제작기부터 시작해서 애초에 공개된 시놉시스에도 지옥같은 군함도에서 광복군인 송중기가 조선인들을 이끌고 탈출하는 내용이라고
이미 다 밝힌지 오래입니다. 군함도에서 탈출이 실제로 있었나요? 없었죠.
애초에 탈출영화란걸 밝혔을때부터 군함도를 소재로 하는 픽션이란게 다 나와있는데
개봉하고 나서 왜 영화가 사실과 다르냐고 욕하는건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넷째 일본인들을 선하게 묘사했다.
황정민이랑 친한 몇몇 일본인들 때문에요?
황정민은 극중 악단 단장으로 어떻게든 딸이랑 살아보려고 일본인들 비위를 맞추면서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사람입니다.
친일파까진 아니지만 일제에 순응해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당시의 소시민 캐릭터입니다.
일본인들 입장에서야 푼돈에 자기들 심부름을 도맡아하는 사람이니 친분을 느끼는 사람도 몇몇 있겠죠.
영화 내내 일본이 조선인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걸로 묘사하는데 그런 사람 몇명 있다고 일본인들이 선한겁니까?
설마 중간에 딸을 좋은곳에 입양보낸다는 식으로 황정민에게서 뺏어가려는 소장때문에 인도적인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이미 그 장면 전에 소장의 상관은 여자아이를 폭력적으로 노예취급하는게 나오는데 말이죠.
아마도 그 상관은 소아성애자일것이고 그런 상관에게 조선인 여자아이를 꾸준히 상납해왔을겁니다.
황정민도 그걸 뻔히 아니까 좋은곳으로 보내준다고 하는데도 어떻게든 딸 데리고 탈출하려고 하죠.
그리고 친일파가 혼란틈에 일본인 소녀를 강간하는 장면때문에 일본인들을 피해자로 묘사했다는것도 웃깁니다.
영화 내내 일본인들은 극악한 가해자인데 그 한장면, 그것도 조선인들을 팔아먹는 악질 친일파가 한 범죄때문에
조선인이 일본인을 핍박하는게 되나요?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가 먹고있는 욕은 태반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완성도에 대한 욕이라면 그럴수 있죠.
돈내고 영화 봤는데 영화가 재미가 없었으면 관객으로써 욕할수 있죠.
근데 지금 군함도가 먹고있는 욕의 99%는 완성도가 아니라 역사인식 논란에 관한 욕입니다.
이 영화가 웃긴게 일본에선 군함도 영화를 거짓, 날조라고 하면서 역사 왜곡이다.
우리는 이렇게 조선인들을 학대하지 않았다. 이런식으로 반응하구요.
중국에선 일제의 만행을 보여주는 항일영화라고 추켜세웁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죠.
근데 유독 한국에서만 친일영화 취급받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일본을 좋게 생각할거란 댓글들도 있는데 그런 케이스 하나만 갖고오라고 하세요.
그리고 강제징용자 분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분통터져할거란 댓글들도 있는데
실제 생존해 계신 군함도 징용자분이 시사회 초대되서 이 영화를 보고
이제라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걸 고마워하셨는데 그 부분은 전부 다 무시하죠.
실제 어떤 반응이 있는지는 욕하는 사람들에겐 전혀 상관이 없는겁니다.
그냥 군함도는 욕해야 하는 대상이고 친일영화고 역사왜곡이고 군함도 징용자들을 모욕한 영화가 되어야 하는거죠.
사람들이 욕하니 보지도 않고 덩달아 욕하는 사람들도 많을겁니다.
군함도가 잘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주위에 별로 추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근데 적어도 군함도가 지금 욕먹고 있는것처럼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감독이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영화죠.
일제의 만행, 친일파들의 악행,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남아있는 친일세력들의 선전 선동에 대한 비판등
2시간 조금 넘는 영화에 너무 많은걸 집어넣으려고 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영화적 사회적 행보들을 봐도 그렇게 오해할만한 행보를 보인적이 없는데
앞으론 당신 영화는 거른다느니 하는식의 비난들은 납득하기 힘드네요.
저도 별생각없이 봤던터라 나름 볼만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