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뭔가 큰일을 저지른 것 같아 맘이 편치 않다.
저번 학기부터 일본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같은 반에 이라이라는, 덩치가 산만한 미국 녀석이 있었다. 그는 머리는 매우 좋아보이지만, 수업중에 선생에게 너무 많은걸 물어봐서 아는척을 좋아하는 잘난척 돼지로 보고 있었고, 선생은 선생대로 그에게 대학에서는 본적 없는 성깔을 내어 혼내었다(그리고 특유의 월요병도). 그 광경을 계속 반복해서 보다보니 이라이는 이라이대로, 선생은 선생대로 짜증나는 인간이라 생각해 왔다. 어떤 수준인가 하면 '아노... 센세?'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머리르 쥐어 짜고 있는 날 발견할 정도.
이번 학기에도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고, 이라이는 또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여태껏 함께 대화 해본적이 없었던 이라이와 처음으로 한조가 되어 오랄 스피치 시험을 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문제로 바이스 프레지던트와 만나야 한다고 해서 2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전날 밤에 잠을 안잔 것도 있던 탓에 조금 힘들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스피치를 할지 쉬지 않고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서는 그는 함께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를 보고서, '이거 따로 하는게 나을꺼 같다'라고 말하는 거였다.(실제로 혼자서 한 녀석이 있었다.) 그러고선 자기가 자주가는 사이트로 보이는 곳에서 놀기 시작하고선 아무말도 없이 30분이 지났다.
이건 뭐 어쩌라는건가? 안그래도 잠도 안잔 탓도 있고(내 탓이지만!)한데 3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아무말도 없자면 어쩌자는건가? 게다가 이 녀석 냄새가 엄청나게 심해서 지금 글을 쓰는 중인데도 내 몸에 냄새가 베어 있다. 좀 돌아 버릴 정도로. 그래도 따지자니 평소 게임이나 애니를 좋아해서 매일 한다길레(내가 할말은 아니군!) 덕후인가, 괜히 덕후 건드리면 어떻게 될까봐 귀찮아서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바로 옆에서 짐을 싸고 도서관에서 나갔다. 그래도 시험은 봐야하니까, 혼자서 해도 되는지나 물어볼려고 선생의 사무실에 갔다. 처음엔 일본어로 지금까지 이라이랑 있었는데로 말할려다가 3층을 쉬지않고 올라간 탓인지 심장이 뛰어서 생각이 안나더라. 그래서 영어로 다시 도전해서 물어보니 내가 몰랐던 아주 큰일을 가르쳐 주었다.
이라이는, 선생이 병명을 안가르쳐 주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교사의 입장이니까), 자폐증 환자인 것 같다. 정형적인 자폐증 환자로 의심되는 것이 그는 좋아하는 일에는 끈질긴 만큼 다른 것에는 겪었던 일도 기억을 못할 정도래나. 그래서 어떤 일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안그래도 없는 시간개념이 더욱 없어져서 다른 사람이 스탑을 안해주면 피곤해질 때 까지 계속 한다고 한다.(...어?) 슬픈건지 좋은건지, 선생은 아마 내가 그냥 나와 버린 것 조차도 그는 잊어버릴 꺼라고 했다.
뭔가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냥 뭐라 형용하기가 어려워서 잘못 말하다가 욕먹을 까봐 못쓰겠다. 다만, 선생은 선생대로 교사로써 그 사실을 알고서 대처한 것일 텐데, 또한 이라이는 이라이대로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일 뿐인데, 나는 이해하질 못했던 것이다.(것보다 난 답없는 덕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주제에!)
시간 개념이 없다는 그를 말도 없이 내버려두고 나온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근데, 시간 개념이 없다는 애가 11시 반에 바이스 프레지던트랑 만나는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건 뭐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