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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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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꽃무늬 사랑 - 심재휘 (0) 2010/06/13 PM 10:32
누군가가 버린 침대 매트 하나가
분리수거함 옆 나무에 기대어 비를 맞는다
아파트 복도를 지나는 세에 탁 소리도
빗소리에 묻히는 적막한 여름날 오전
탄력을 잃은 잠자리의 희미한 꽃무늬가
비에 젖는다 촉촉하게 젖어도
다시 피어나지 못하는 무늬 꽃
구불구불 그려진 줄기는 이리저리 갈라지다가
물웅덩이 처럼 푹 꺼진 두 자리에서
영 지워진다 빗물도 그곳에서는
뒤척거리다가 고이다가 서로 등을 대고
오래 돌아눕는다

풀밭의 풀들은 흙에 더럽혀져도
찬비에 온 몸을 맡기고
꽃무늬 매트가 기댄 나무를
넝쿨이 친친 휘감으며 기어오른다
지겹도록 연일 비가 내리는 7월
아파트 늙은 경비가
비에 허물어진 것들이 있는지 보러 나가는데
분리된 사랑이 수거를 기다리며 서 있는
쓰레기장 온갖 쓰레기들 곁에서
아!
다 지워진 꽃무늬 사랑에도
슬쩍 손을 내밀어 쓰다듬는 넝쿨 한 잎

-

심재휘 시집 - <그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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