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운동회같은 날이나 대회같은 때에 응원을 받으면
응원을 주는 사람들이 저에게
어떠한 결과를 원하고 그 결과를 바라는 느낌이었기에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그 결과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하는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힘내라" 라는 응원장면이
저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저들의 힘내라는 말에 주인공들은 온힘을 다시한번 내쏟을까..
오늘도 새직장에서 윗사람한테 또 인격모독을 들으며
오늘 드디어 제 표정도 썩기 시작했는데
(와 진짜 인격모독은 어딜 가나 있구나..)
1시간에 걸친 인격모독시간이 끝나고 나서 그 상사가 자리를 비우자
주위 사람들이 "쟤는 지도 못하는거 너한테 시키려고 한다"
"여기서만 10년 넘은 나도 지금도 똑같은 실수하고 지도 똑같은 실수 저지르면서 되게 뭐라그러네"
같은 여러가지 그 상사에 대한 뒷담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몇시간 뒤...라기엔 방금전인데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계셨던,
이쪽이 아예 보이지도 않는 자리의 분께서, 일하는 제 곁을 지나면서 특유의 저음으로
"힘내라(頑張れよ)"
남에 대한 뒷담을 같이 하거나 편을 들어주었을 때는 그냥
"원래 그런가보구나"
"나도 같이 험담하면 상사보다 신참인 내 이미지가 더 깎이니까 참자"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참고 말았는데
웃으면서 건네준 "힘내라"라는 응원 한 마디에,
그 딱 한 마디에 정말 마음이 확 풀리네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굳어있던 제 표정과 응어리가 정말 봄날에 눈녹듯 확 풀리는 기분입니다.
"이게 바로 진짜 응원의 힘, 말의 힘이구나"라는 것을
25년 삶을 살면서 처음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