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하나님

저도 간만에 시 한편을 올리려고 합니다.

은총을 팝니다 1.

푹푹 찌는 일요일 오후 나는 지하철 역 안에서 주님의 은총을 파는 잡상인을 봤다 잡상인은 십자가와 말라깽이가 그려진 종이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이렇게 외친다

주님의 은총 사세요 우리 교회 목사님이 파는 주님의 은총 사세요 주님의 은총 사시면 여러분 천국가요

나는 천국이 대체 뭐길래 주님의 은총이라는 물건을 사야 하는지 몰라 잡상인에게 물어봤다

저기 주님의 은총 하나 사는 데 얼마 들어요

잡상인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입에 침을 튀겨 가며 주님의 은총을 얼마에 팔고 몇 년 할부로 끊어야 하는지 일일이 늘어놓았다

죽을 때까지 매 주 일요일마다 꼬박 꼬박 교회 와서 헌금을 내시면 됩니다 천원 내면 지옥 가요 교회에 빠져도 지옥 갑니다 최소 오천원 이상 내야 주님의 은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오천원짜리 은총으로는 천국 못 가요

지금 내 주머니에는 만원짜리 한 장 있다 이걸로 사흘을 버텨야 한다 너무 비쌌다 그래서 나는 잡상인과 흥정을 벌였다

저기 비싸요 천원에 해 주면 안 되요

천원으로 주님의 은총을 사면 지옥갑니다

나는 만원짜리 한 장 있는 지갑을 보여주며 다시 흥정을 벌였다

저 돈 별로 못 버는데 주님의 은총 사면 저한테 남는 게 있어요

천국갑니다

나는 천국이 대체 뭐길래 천원이나 오천원갖고는 못 가는지 물어봤다

저기 제가 천국에 가면 뭐가 좋아서 매 주마다 오천원씩 내요 저 한 달 벌어서 한 달 간신히 버티는데 매 주 교회에 오천원 만원씩 내기 힘들어요

어디서 그런 마음으로 주님의 은총을 사려고 듭니까 이 마귀 같은 사람아!

그 때 건너편에서 다른 잡상인이 이렇게 외쳤다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는 일주일에 천원으로도 천국에 가는 주님의 은총을 팝니다 우리 교회 목사님에게서 주님의 은총을 사세요

안 사요 저기 더 싸게 파는 사람 있는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사요

그러자 잡상인이 나한테 종이를 마구 던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 사탄의 자식아 저 교회는 마귀 소굴이다! 우리 목사님 계신 교회만이 천국에 가는 주님의 은총을 판단 말이다!

나는 귀를 막고 천 원 짜리 은총을 파는 마귀 소굴로 갔다.

보고 좀 깨달으시길.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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