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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한글의 가능성과 한계 (스크롤 주의!) (22) 2011/09/02 PM 03:53
한 2년 전에 루리에서 '영어의 한글 표기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루리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에서 디자인 전공하신 분이 갑자기 한글 옛글자를 살려서 영어 표기를 하자'는 등 언어학 전공이 아닌 분들이 크게 여론 몰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즘에서 제 생각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학부생의 짧은 지식으로 몰아 쓴 거라 전공하신 분들이 보시면 세부적인 면에서 논리 비약이 보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대체적으로 빗나간 내용은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다시금 올려 봅니다. 한글에 흥미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s. A4 분량으로 환산해 보니 15장 정도 되네요. 시간 여유가 되는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중간에 안나오는 글자는 한글에서 게시판으로 옮기니까 인식이 안되는 글자들입니다. 특히 옛글자가 안나오네요;; 그래도 의미 연결이 되니 궁금한 부분은 댓글 달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뻘글 시작!




영어라는 언어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가?


다음에 이어질 글은 공지에 어긋남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한글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불러 일으키고자 게시판 성격에 그다지 맞지 않는 글을 용기내어 올려 봅니다. 관리자 분과 읽으시는 다른 분들의 넓은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이런 게시물이 있었다는 기억만 하시다가 나중에 심심해서 미치실 때 한 번 읽어 주시면 되지 싶습니다.

3줄 요약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먼저 결론만 적습니다.

Q: 영어를 한글로 로마자 대신해 쓸 수 있는가?
A: 단순 표기 기호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로마자의 대체로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한글이, 영어를 표기함에 있어, 음소적, 음절 구성적, 언어 구조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밑으로는 다 위 3줄에 대한 설명입니다.

며칠 전에 ‘한글’관련 하여 몇 가지 이야기를 올린 사람입니다. 다양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몇 가지 반응은 꽤나 당혹스러웠습니다. 그 중 하나가, “왜 자국 문자를 못 깎아내려 안달이냐?”였습니다. 그에 대해 다른 분이, “사실 이상으로 부풀려진 평가를 사실로 정정하는 것과 사실보다 더 깎아내리는 것은 별개죠.”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에 십분 동감합니다.


국어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과연 한글이 타 문자체계보다 우수한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그에 대한 답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어떤 문자가 우수한가?’라는 질문은 애당초 잘못된 질문임을 알게 됩니다. 제 은사님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각 나라의 문자는 자국의 언어체계 내에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이 평범한 말이 곧 진리임을 알게 됩니다.


흔히 우리가 문자의 발달 체계를 배울 때, 그림문자, 상형문자(이집트 문자), 표의문자(ex:한문), 음절문자(ex:일본의 가나문자), 음소문자(ex:알파벳 표기로 대표되는 로마자), 자질문자(ex: 한글) 순으로 발달되어 왔다고 듣습니다. ‘자질 문자’라는 정의의 특수성(표음문자와 다른)과 그에 해당하는 문자의 범주는 아직 명쾌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만, 어쨌든 주로 위와 같이 배우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은연중에 표의 문자보다 음절 문자, 음절 문자보다 음소문자, 음소 문자보다 자질 문자가 더 우수하다는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예. 이것은 분명히 편견입니다. 왜냐면, 각 단계의 문자마다 그 문자의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 큰 예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초등생 한문교육’을 들 수 있습니다. 한문의 표의성(뜻글자라 보면 바로 안다는 식)이 한글의 비표의성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위와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앞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만, 어쨌든 표의성의 측면에서 볼 때, 한자는 한글에 비해 장점이 분명하며 이 장점 때문에 일본의 가나 문자가 자국의 언어 표기에서 한자를 따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각 문자 단계의 특성과 한계에 대해서는 논할 수 있어도, 개별 문자의 상대적 우위를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단락부터 전개될 논지는 “영어라는 언어의 표기에 있어 현재 표기되고 있는 로마자표기를 한글 표기로 대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의 답이 되겠습니다. 제가 어제도 이와 비슷한 질문, “한글은 소리나는 대로 쓰일 수 있어, 전세계 대다수의 언어를 기록할 수 있고, 또한 대치되어 사용할 수 있지 않나요?” 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분이 이에 대한 이견을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위 질문 자체가 굉장히 광범위한 질문이라 제 짧은 배움으로는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또 제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몇몇 용어를 범위에 대한 논의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해 오해를 일으킨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질문의 범위도 좁히고, 그 답에 대해서도 어제보다 좀 더 정확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저의 이러한 시도에 ‘혼자 잘난 척 한다.’라고 꾸중하신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의도는 다수에게 한글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을 알려, 한글을 더 사랑하게끔 하기 위함이지 제 얄팍한 공명심을 충족하기 위함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제 ‘국어’ 실력의 짧음을 충분히 통감하며, 제가 행여나 ‘국어’ 관련해서 ‘고랩’ 일지라도, ‘국어’라는 틀을 반발자국만 벋어나도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에 비해 ‘♡뉴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변명삼자면, 전공자가 비전공자를 상대로 설명하다보면, 왠지 교조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보다 우위에 서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이와 같은 느낌을 받으신다면, 결코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님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니 넓은 아량을 발휘하시어 제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도 보기 불쾌하시면 댓글로 한마디 따끔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경고!! 굉장히 길고, 선뜻 이해가기 어려운 말들이 많습니다. 그걸 감안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읽기 귀찮으신 분은 바로 비추와 함께 벡스페이스 눌러 주세요!!


Q: 영어라는 언어의 표기에 있어 현재 표기되고 있는 로마자표기를 한글 표기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A: 이에 대한 답변은 두 가지 측면에서 거론 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적겠습니다. 표기 기호로는 가능하지만, 문자 체계로는 불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단순히 영어라는 언어의 발음을 한글이란 기호로 나타낼 수 있느냐? 이와 같은 질문을 쉽게 말한다면, ‘영어를 한글로 적고 읽을 수 있는가?’, 어렵게 말하자면, ‘받아쓰고 읽기의 측면에서 영어의 한글 표기가 의사소통 가능한 가장 최소한의 손실로 다시 영어로 발음될 수 있는가?’, 의도한 바는 조금 달라지지만 더욱 쉽게 말한다면, ‘받아쓰기가 가능한가?’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말장난하는 것처럼 느껴지시더라도 각 질문마다 공통점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적은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위와 같은 ‘음성의 표기 측면’에서는 가능합니다. 한글은 ‘음절 첫 자음 글자, 모음 글자, 받침 글자’를 조합하여 쓰는 이른바 “모아쓰기” 방식으로, 고작 24개의 기본 표기를 사용하여 표현할 수 있는 음절의 수가 다음 계산처럼 11,172개나 되기 때문입니다.

예)자음 14개: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모음 10개: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복합자음 ㄲ, 복합모음 ㅐ 등은 기본 표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 받침 없는 음절 글자: 19개 * 21개 =399개
받침 있는 음절 글자: 19개 * 21개 * (14개 +13개) = 10773개
합계: 399개 + 10773개 = 11172개

물론 이 숫자 속에는 현실적으로 전혀 사용되지 않는 ‘ 꿵, 뽻, 햋’과 같은 글자들, 발음도 불분명하고 음가도 설정되어 있지 않는, 이른바 이론적으로만 표기 가능한 글자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제외한다면, 한글 음절 글자는 3천개 정도에 그치게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론적으로만 표기가 가능한 음절 글자가 영어 표기에 있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영어의 표기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로마자를 제외한) 다른 문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어 표기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확장하여 말한다면, 고작 24개의 표기로 이론상 11172개의 음절을 듣는 그대로 적어낼 수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그러나 이는 상당한 논리적 비약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유명 학자들이 감탄한 것이 바로 위와 같은 ‘한글 자모 조합의 음절 확장성 부분’입니다. 대표적 사례를 네 가지 들어 봅니다. 첫째, 샘슨(1983)은 [문자체계]에서 한글을 ‘어떤 나라에서든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 체계’이며, ‘세계 최상의 알파벳(여기서 알파벳은 문자기호를 의미합니다)’이고 ‘의심할 바 없이 인류의 위대한 지적 업적의 하나’라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둘째,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 1994년 6월호에서 레어드 다이아몬드라는 학자는 한글의 독창성뿐만 아니라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하였습니다. 셋째, 1997년 유네스코에서 한글의 제자원리를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존맨(2003)은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여기서도 문자기호라는 의미로 쓰임)]에서 한글을 ‘알파벳의 꿈’, 즉 가장 이상적인 음소문자라 격찬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절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는 무엇일까요? 한글일까요? 아닙니다. 답은 중국어 표기 문자인 ‘한자’입니다. 예를 들자면, 컴퓨터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통일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제안된 국제적인 문자 코드 규약인 유니코드(Unicode)에는 전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26개의 언어의 문자와 특수기호에 대해 일일이 코드값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문자수는 6만 5,536자이고 이 가운데 3만 8,885자는 주요 국가의 언어를 구현하는 용도로 이미 배당되어 있고, 6,400자는 사용자 정의 영역으로, 나머지 2만여 자는 새로 추가될 언어 영역으로 각각 비워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드 배당 비율을 보면 한자가 39.89%로 가장 많습니다. 이를 계산하면 유니코드에 기록되어 있는 한자의 음절수는 대략 15511개가 됩니다. 한글은 17.04%로 이를 또 계산하면, 한글의 수록음절 수는 대략 6626자가 되는데요. 이를 그대로 한글로 표기 가능한 실질 발음의 음절 개수라 볼 수는 없지만, 저는 이를 근사치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유니코드의 수치는 표의 문자인 한문과 자질문자인 한글의 비교라 올바른 비교가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설명한 이유는 본문 끝에 따로 적겠습니다.)

이와 같은 측면을 한자와 극단적으로 비교하면, 한자는 일만 음절을 나타내려면, 기호로서 일만 자가 필요하지만, 한글은 육천 자를 나타내는 데 기본 자모 24자면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위와 같은 사례로 볼 때, 세계의 석학들이 한글 표기의 ‘효율’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앞서도 강조했지만, 겨우 24개의 표기로 (이론상)1만자 이상의 음절을 표기할 수 있다는 그 엄청난 ‘효율’에 감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한글의 무지막지한 표기로서의 ‘효율’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한글로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무리 없이 기록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게 된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해당 문자가 기호로서 유용하려면, 표현할 수 있는 음절수가 많아야 되는데, 이는 단순히 많아야 좋다는 게 아니라 적은 표기 개수로 많은 음절을 표기할 수 있어야 ‘효율적’이다. 이에 한글은 겨우 24개의 기본 자모로 1만 음절을 표기할 수 있으니 다른 문자에 비해 굉장히 ‘효율적’이다. 만약 영어 음절을 한글로 표기한다면, 한글 자모 개수가 로마자와 비등하고 나타낼 수 있는 음절수가 많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한글의 이 ‘효율적 측면’에 대해서는 한글 사용자인 우리가 대해 세계만방에 자랑하고 다녀도 절대 부끄럽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자모의 조합’입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표기를 독립적으로 쓰지 않고 붙여 쓰기에, ‘조합’이 필수적입니다. 그 조합의 ‘효율’이 기호로서의 ‘영어 음절의 표기’를 가능하게 하지만, 반대로 이 ‘조합’의 특성 때문에 문자 체계로서의 ‘한글’이 굴절어인 영어의 ‘문자 체계’로서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음 단락에서 부가 설명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문자 체계로는 불가능하다란 결론을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어제 이 기호로서의 ‘한글’과 문자 체계로서의 ‘한글’을 개념 구분 없이 써버리는 바람에 많은 분들의 오해를 산 것 같습니다. 영어라는 언어에서 한글이 가지는 ‘기호로서의 표기 가능성’과 ‘문자 체계로서의 가능성’은 이 두 개념은 아예 다른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기호로서는 말 그대로 들리는 대로 적기만 하면 되지만, ‘문자 체계’라는 측면이 감안된다면 해당 언어의 특성을 총망라해서, 특히나 문법의 측면에서 한글이란 ‘문자 체계’를 영어라는 언어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꿰어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정말 많겠지만, 저는 제가 아는 범위에서 크게 음소적 측면, 음절 구성적 측면, 언어 구조적 측면으로 접근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설명에 앞서 논의되어야 할 몇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어의 표기 문자는 그리스 문자에서 발달한 이른바 라틴 문자, 즉, 로마자입니다. 제가 저번 글에 이를 알파벳이라고 쓰는 바람에 알파벳이 바탕이 되는 다른 문자, 대표적인 예로 키릴문자 등이 마치 영어의 문자인 알파벳이 발음 기호가 부족하여 다른 표기를 따서 사용되고 있다는 식의 이런 얼토당토안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이를 명확히 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알파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마자와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파벳은 표기의 대표적 명칭이고 그 중에서 흔히 고대 그리스 문자의 표기 모양을 우리가 흔히 알파벳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즉, 알파벳은 음성을 표기하는 특정한 기호의 이름입니다.(한글은 한국의 독특한 알파벳, ‘문자기호’입니다) 다시 말해, 알파벳은 표기 기호의 이름이지, 문자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래서 ‘알파벳을 기반으로 한 문자 체계는 대표적으로 로마 문자, 키릴문자, 아르메니아 문자 등이 있다.’라는 문장이 가능한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유럽권 국가는 이 알파벳이라는 기호를 자국의 언어에 맞게 변용해서 씁니다. 그래서 영어를 표기하는 로마자 체계의 알파벳이 26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어 표기 알파벳은 21자, 에스파니아어 표기 알파벳은 28자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현재 러시아 문자인 키릴문자나, 아르메니아 문자 등도 ‘문자 생김’의 기반이 알파벳일 뿐 영어를 표기하는 로마자와 애당초 다른 문자 체계입니다. 사어가 된 고트문자나 콥트 문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이나 강조하지만, 예시된 문자는 그리스 자모인 알파벳을 기반으로 한 다른 문자 체계이기 때문에 생긴 것만 닮았을 뿐, 비록 비슷한 자모의 비슷한 발음이라는 태생의 유사성이 있을지언정 완전히 다른 문자입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어 표기를 로마자가 아니라 그냥 알파벳이라고 해버렸으니, 영어 알파벳이 발음 기호가 충분치 않아 다른 언어들이 알파벳을 변형해서 표현했다 등의 오해를 충분히 일으킬 만합니다.


좀 복잡해졌습니다만, 정리하겠습니다. 영어의 문자는 알파벳이라는 기호를 기반으로 하는 로마 문자이고, 한국어의 문자는 한글이라는 기호를 기반으로 하는 한글 문자입니다. 알파벳은 그리스 자모가 기반이 된 음성 기호를 말하는 것이기에 로마자로 등치될 수 없습니다. 유럽 제어의 각 국가는 로마자를 변용해 쓰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각 국가의 언어에 맞게 알파벳을 변용하여 쓰고 있습니다. 그 문자들이 앞서 예로든, 키릴 문자, 아르메니아 문자, 고트문자, 콥트 문자입니다.


즉, 알파벳 표기가 유럽 제어를 다 표현하지 못해 다른 기호를 따오는 것이 아니라, 영어는 로마자, 러시아어는 키릴문자, 아르메니아어는 아르메니아 문자를 각각 따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본 논지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렇다면, 영어를 사용함에 있어, 한글이라는 알파벳이 로마자라는 알파벳을 대처할 수 있는가? 이는 불가능합니다.

첫 번째, 음소적 측면에서 불가능합니다.

한국어는 /ㄱ, ㄲ, ㅋ/, /ㄷ, ㄸ, 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의 삼중 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글도 한국어의 특성에 맞춰 그 표기가 삼중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은 영어의 /k, g/, /t, d/, /p, b/의 이중 체계와는 확연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즉, 로마자도 역시 영어의 특성에 맞추어 표기가 이중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 됩니다.


정리하면, 한글은 표기 기준이 ‘유기’와 ‘경음’ 두 가지로 나누어지고, 로마자는 표기 기준이 ‘유성(성대 떨림이 있느냐)’의 한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로마자는 유기와 경음을 구분하여 표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한글은 유성, 무성을 구분하여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는 각 문자의 태생적 한계로 불가능합니다. 예로 /p, b/ 가 동시에 쓰이는 한글 단어 ‘바보’를 들겠습니다. 이를 국제 음성기호로 발음을 표시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ex) 바보[pabo]

보시다시피 첫 번째 음절 ‘바’에서 초성의 ‘ㅂ’은 무기음이 /p/로 쓰였습니다. 그에 반해 두 번째 음절 ‘보’에서 초성의 ‘ㅂ’은 유기음인 /b/가 쓰였습니다. 똑같은 ‘ㅂ’인데 어떻게 소리가 다르냐? 이는 처음 ‘ㅂ’은 주위에 특별한 음운적 환경이 없어 애초 발음이 /p/로 쓰였음에 반해 두 번째 ‘ㅂ’은 연이어 발음되는 모음 ‘ㅏ’와 ‘ㅜ’가 유성음이기에 유성음화가 되어 /b/로 쓰인 것입니다. 한국어 화자는 특별히 교육받지 않는 이상 죽었다 깨어나도 /p, b/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왜냐면 우리말에서 애당초 /p/, /b/는 낱말의 뜻을 구분하는 구실을 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두 소리의 다름을 인식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즉 한글에서도 표기 자체에서 /p/, /b/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파생되는 질문,
Q: 그렇다면 한글의 다른 자모를 활용해서 유성, 무성 표기를 하면 될 것이 아닌가?

A: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변칙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어도,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몇 문단 전에 말한 한글의 ‘효용’ 측면에서 볼 때, 한글은 되도록 24자라는 철칙 아래에서 써져야 비로소 ‘효율적’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문자 체계 아래에서라도, 각각의 개별 문자는 그에 맞는 음성을 상징하게 됩니다. 또한 그와 동시에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표지되어야 합니다. 한글 문자 체계를 예로 들자면, 한글 학습을 마친 한글 사용자가 한글 ‘ㅂ, ㅃ, ㅍ, ㅁ’을 딱 보았을 때, ‘아! 이 문자는 이 소리를 발음하라고 하는 거구나’ 라고 바로 알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또 그 발음과 다른 발음의 차이도 알 수 있어야 되죠. 여기서 ‘직관적’이라는 말은 한글 상용자 개별 문자의 음가를 잡다한 설명, 또한 그에 대한 이해 없이도 인지한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즉, 'ㅂ'의 양순 파열 평음으로 음성기호로는 [p]에 해당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ㅍ'은 양순 파열 유기음으로 음성기호로는 [ph]에 해당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ㅃ'은 양순 파열 경음으로 음성기호로는 [p']에 해당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ㅁ’은 양순 비음으로 음성기호로는 [m]에 해당하는 소리를 나타낸다는 등의 복잡한 언어학적 지식 없어도 한글 사용자가 위의 글자 모양을 봤을 때 바로 알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와 같은 설계는 전체 자모체계에서 각 글자가 빈틈없이 유기적으로 짜 맞추어졌을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됩니다. 세종대왕님이 언어학의 천재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이 모든 걸 다 감안하신 거죠. 언어학에 있어 ‘천재 중의 천재’라 불러도 전혀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이라는 문자가 영어라는 언어를 표기함에 이 직관성을 유지하려면, 유, 무성에 대한 한글 표기가 ‘24자’라는 한글의 기본 틀에서 논의되어야 바람직한데요. 그렇다면, 유, 무성음을 나타내는 표기로 한글 사용자가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모는 'ㅇ'입니다. 일단 'ㅇ' 발음 자체가 연구개비음, 즉 콧소리가 들어가는 공명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울린다(유성)는 거죠. 그렇다면 ‘ㅇㅂ(b)’, 'ㅇㅍ(v)', 등의 복합 자음으로 'ㅂ(p)', 'ㅍ(ph)'와 달리 표기 할 수 있지 않느냐? 라는 의문이 나오기 됩니다.

여기서부터 굉장히 골치 아파집니다. 기존의 표기체계를 송두리째 새로 만들지 않는 이상 자모 하나가 더 해지려면, 기존의 표기체계 내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ㅇ'가 표기될 경우에는 'ㅇ'가 적힌 단어는 항상 유성음이라는 언어적 특징을 담아야 됩니다. 그런데 제가 앞서 적은 바를 다시 보겠습니다.

[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자모의 조합’입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표기를 독립적으로 쓰지 않고 붙여 쓰기에, ‘조합’이 필수적입니다.]

이 ‘음절단위로 모아쓴다.’는 한글의 체계 덕분에 위와 같은 논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한글 표기의 경우 자음이 없는 단모음 'ㅣ'(발음 상)를 모아쓰기 원칙에 따라 '이'라고 표기합니다. 즉, '이발' 할 때의 'ㅇ'는 사실 발음 시 실현되지 않는 발음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때는 한글의 쓰기 형식인 모아쓰기(자음+모음+((자음)) 형식에 맞게 'ㅇ'란 자음을 붙여 표기합니다.

ex) 이발[( )ibal]
한글표기는 ‘ㅇ ㅣ ㅂ ㅏ ㄹ’ 이지만 실제 발음 되는 것은 ‘ㅣ ㅂ ㅏ ㄹ’임, 즉 ‘ㅇ’은 발음되지 않고 표기로만 쓰인다.

즉, 이발 할 때 'ㅇ'은 음가가 없는 'ㅇ'임에도 불구하고 모아쓰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 ㅣ발’로 표기해야할 것을 ‘이발’로 표기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ㅇ’의 표기를 유성음 표기로 한정한다면, 공(空)자음(실질 발음이 없는) ‘ㅇ’에 대한 표기를 하나 더 만들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결국, ‘ㅇ’가 유성음 표기가 됨으로서 ‘24자’라는 한글의 대원칙이 깨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다면, 또 여기서 파생되는 질문,
Q: 애당초 한글은 ‘28자’ 아니었냐? 그리고 실제 한글 표기에 있어 ‘ㅸ’(순경음 ‘ㅂ’)과 같은 글자가 쓰이지 않았냐? 이를 살리면 세종대왕님이 열심히 설계하신 한글의 ‘직관성’을 훼손하지 않고도 영어의 유성음을 표기할 수 있지 않느냐?

A: 이 질문 때문에, 제가 졸업 후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중세 한국어 책을 창고에서 꺼내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확실한 전공이야기라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냥 죽 보시다가 결론만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현재 국어학계에서는 순경음 ‘ㅂ’와 같은 합용 병서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만, 크게 실질 발음이었다고 보는 이기문 학파와 실질 발음이 아니라 방언의 절충적 표기에 불과하다는 김동소 학파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실질발음이라 보는 이유는 순경음 ‘ㅂ’의 발음 방법으로 “ㅸ자는 ‘입술이 잠깐 합쳐지고 목구멍소리가 맑게’ 발음하라.” 라는 발음 원칙이 세종대 문헌에서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ㅂ’이나 ‘ㅇ’과 같이 기존의 있었던 발음을 표기한 것이라기보다 외국어인 중국어 발음[f]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글자라서 애초부터 쓰였던 발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애초부터 ‘ㅸ’ 발음의 생명력이 발음 사용자로부터 보장 될 수 없었던 거죠.


방언의 절충적 표기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예로 반시옷‘ㅿ’ 표기와 아래 아‘ㆍ’ 표기의 복합자인 ‘  ’을 들겠습니다. 현재 ‘마을’이란 낱말은 옛날에는 지역의 방언 차 때문에 각 지방마다, ‘마술, 모실, 마실, 모슬, 모울, 마을, 마을, 모을’ 등으로 발음되었습니다. 이걸 지금의 맞춤법 표기처럼 표기를 절충, 통일하기 위해 ‘  ’이란 어형을 제정하여 규범화 했다는 것입니다. 순경음 ‘ㅂ’(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지역에는 ‘어려비’로 발음되고 어떤 지역에는 ‘어려이’로 발음되는 절충, 통일하기 위해 ‘어려 ’로 어형을 제정하여 규범화 했다는 것이 김동소 학파의 주장입니다.


어찌되었건 대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 순경음 ‘ㅂ’의 실질 사용 기간이 겨우 20여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용비 어천가], [훈민정음 (해례)], [훈민정음 (언해)], [석보 상절], [월인 천강지 곡] 등 세종 때 쓰이던 순경음 ‘ㅂ’은 세조대 문헌에 오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세종대 문헌의 ‘이 -’(이 초성: 순경음 ‘ㅂ’ 중성 ‘ㅡ’ 종성 ‘ㄹ’, ‘셔 ’(셔 초성: 순경음‘ㅂ’ 중성: 아래 ‘아’ 종성 ‘ㄹ’) 등이 세조대에 이르면 거의 모두 ‘이울-’, ‘셔울’ 등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와 같이 순경음 ‘ㅂ’의 사용기간이 겨우 20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기문 학파에서는 순경음 ‘ㅂ’의 실질 음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결론내기 어렵고(결론내도 [f]에 가깝습니다), 김동소 학파의 경우 아예 음가가 없다고 보는 측면이라 순경음 ‘ㅂ’의 음가 설정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순경음 ‘ㅂ’의 정체는 모호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옛글자를 현대에 다시 살려 쓴다는 것은 무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애초의 논지로 다시 돌아간다면, 옛 한글 문자의 규정 내에서도 순경음 ‘ㅂ’(ㅸ)이 ‘ㅂ’발음의 유성음화를 나타낼 수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순경음 ‘ㅂ’을 현재의 표기로 되살려 ‘ㅂ’의 유성음화를 나타낸다고 표기한다면, 한글 문자 체계의 직관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한글 문자 표기를 고수하는 이상 로마 문자를 대처하는 것은 음소적 차원에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로마 문자 ‘L’과 ‘R’의 표기도 한글로 넘어오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현재 한글 문자는 위 두 글자가 실제 발음이 [l]로 나던 [r]로 나던 두 문자를 모두 ‘ㄹ’로 표기합니다.


여기서 또 생겨나는 질문이
Q: 왜 이 게시물 올린 이는 영어 표기에 있어 로마 문자를 대신하는 한글 문자를 굳이 기존의 한글 규범에서 찾으려고 하느냐? ‘직관성’은 둘째 치고 한글 표기 자체를 확장하면 되지 않느냐?

A: 이는 한글 문자 체계의 음절 구성적 한계, 언어 구조적 한계를 다 거론한 뒤에 종합해서말씀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음절 구성적 측면에서 불가능 합니다.

영어라는 언어를 한글 문자로 표기해 내려면, 어떤 단어가 실제로 발음되는 음절의 수와 한글 표기가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앞서 말한 바를 다시 끌어 오겠습니다. 저는 위에서,

[(모아쓰기라는) 그 조합의 ‘효율’이 기호로서의 ‘영어 음절의 표기’를 가능하게 하지만, 반대로 이 ‘조합’의 특성 때문에 문자 체계로서의 ‘한글’이 굴절어인 영어의 ‘문자 체계’로서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라고 적은 바 있습니다. 이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 ] 안은 국제음성기호입니다.

ex) milk[milk] => 밀크 [발음에 필요한 모음수 1개] 로마자 표기 1개 한글은 2개.
strike[straik] => 스트라이크 [발음에 필요한 모음수 2개] 로마자 표기 1개, 한글은 5개.
christmas[krismas] => 크리스마스 [발음에 필요한 모음수 2개] 로마자 표기 2개, 한글은 5개

보시는 바와 같이 영어를 로마 문자 milk로 표기했을 때 모음 표기가 'i' 하나인데 비해, 한글 문자로는 모음 표기가 ‘ㅣ, ㅡ’로 두 개입니다. strike같은 경우에는 이를 로마 문자로 표기했을 때 모음이 하나 쓰인 반면, 한글 표기는 ‘ㅡ , ㅡ, ㅏ, ㅣ, ㅡ’로 모음이 다섯 개가 쓰였습니다. christmas의 경우는 로마자 표기인 경우 'i, a' 두 개인데 반해 한글 표기일 경우 ‘ㅡ, ㅣ, ㅡ, ㅏ, ㅡ’로 다섯 개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게 모음만 개수 차이가 나는 거냐? 아닙니다. 자음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ex) flower[fláu ər] => 플라워

보시다시피, 한글 표기의 경우 실질 발음보다 ‘ㄹ’이 하나 더 생겨 써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는 한글은 적은 표기로 많은 음절수를 나타내기 위해 ‘모아쓰기’라는 쓰기 규범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글이 창제된 이래 이 규범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한글 문자는 자음 글자가 있으면, 자음 글자가 실제로 발음되기 위한 표지로 무조건 모음이 들어가야 합니다. 즉, 초성 자리에 자음이 둘 이상 오거나, 혹은 모음이 없거나, 혹은 종성 자리에 자음이 둘 이상 오는 소리 연쇄는 한글 문자로 표기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무리하게 이를 표기한다면 한글 문자의 쓰기 규범 상 음절수가 원어랑 아주 달라집니다. 문자로서 영어라는 원어랑 아주 달라지는 한글 표기가 가치가 있겠습니까? 저는 없다고 봅니다.

세 번째, 언어 구조적 측면에서 불가능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영어는 굴절어 체계입니다. 굴절어 체계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굴절어에 대한 설명. 굴절어의 특징은 낱말은 독립성이 강하고, 일정한 문법 범주에 따라 어형 변화(즉, 굴절)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어형 변화는 어간과 접사의 융합이 긴밀하여 이 둘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다. (여기서 부터가 중요!)=> 또 이 범주에 속하는 언어는 어근 내의 모음 교체에 의해 새로운 낱말을 만들고, 이 모음 교체는 낱말들이 문장안에서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게 하는 특성이 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언어는 인도 유럽제어 외에 셈 제어 등을 들 수 있다.

설명의 마지막 문장을 보겠습니다. “모음 교체가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게 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 she is really beautiful.

여기서 beautiful 등의 어미 부분이 beauty(미모, 명사), beautiful(아름다운, 형용사), beautifully(아름답게, 부사), beautifulness(아름다움, 명사) 등으로 파생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낱말 어미의 모음 부분이 낱말 자체에 문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한글표기로 ‘뷰티’, ‘뷰티플’, ‘뷰티플리’, ‘뷰티플니스’라고 표기한다면, ty, ful, fully, fulness 등의 알파벳으로 표기했을 경우 한 눈에 알 수 있는 문법적 관계를 놓치게 됩니다.

설명을 덧붙인다면, 위와 같은 식의 어형 변화는 영어식 단어의 중추로 영단어의 대부분의 형용사는 일반적으로 '-able, -ail, -ble, -ic, -ive, -ous, -ful, -sh, -y'로 끝나게 됩니다. 물론 '-ly'로 끝나는 단어도 있긴 있습니다만 소수입니다. 즉, 영어 화자인 경우에 특정 단어를 보았을 때, 위에 열거한 단어의 어미를 보면, 그 단어를 몰라도 대부분 형용사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부사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형용사+ly'의 형태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비효율적이고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마찬 가지로 음절에 관련한 한글의 표기 제약,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기 하는 한글의 특성과 늘여 쓰기를 하는 로마 문자 표기의 특성차이기도 합니다. 한글은 반드시 (아,악,안,암) 등으로 자음과 모음이 모아 쓰여 져야만 표기의 의의가 있는 반면, 로마 문자는 (man, women) 등으로 자음과 모음이 모아 쓰일 필요 없어 낱말 내의 어형 변화를 한눈에 보기가 편합니다. 그래서 영어 계통의 언어는 로마 문자 표기가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Q: 그렇다면 모아쓰기 규정을 무시하면 되는 게 아니냐? christmas 같은 경우는, ‘ㅋㄹㅣㅅㅁㅏㅅ’로 풀어서 이른바 풀어쓰기로 표기하자. 아니면 ‘ㅣ’모음 앞에 ‘ㅋㄹ’를 붙이고, ‘ㅏ’모음 앞에 ‘ㅅㅁ’를 붙여 쓸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면 가능하지 않을까?

A: 한글 문자체계의 모아쓰기 규정을 벗어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이라는 알파벳(기호적 의미)을 쓰고 있는 한글 문자 체계가 아니라 단순히 한글이라는 알파벳(기호적 의미)를 쓰고 있는 다른 문자 체계입니다. 이는, 문자 기호로 같은 알파벳(기호적 의미)를 쓰고 있지만, 실제 표기에서는 별개의 문자인, 로마자, 키릴문자, 아르메니아 문자, 고트 문자, 콥트 문자의 차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위의 음소적, 음절 구성적, 언어 구조적의 제약을 모두 뛰어 넘어 한글로 영어를 적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한글 표기에서 경음을 나타내는 표기인 쌍자음(ㄲ,ㄸ,ㅉ,ㅃㅆ)은 일단 빠져도 무방해 보입니다. 그리고 ‘ㅂ, ㄱ, ㄷ’ 등은 유성음 표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성음일 때는 기존의 (ㅂ,ㄱ,ㄷ), 유성음일 때는 유성음 표기로 (ㅂ`,ㄱ`,ㄷ`)를 쓰도록 하고 L은 ‘ㄹ’로 R은 ‘ㄹ`’로 표기하겠습니다. 또 음가 있는 ‘ㅇ’발음은 ‘ㅇ’ 그대로 쓰고 음가 없는 ‘ㅇ’은 ‘ㅇ`’로 표기하겠습니다. 모음의 경우에도 따로 표기해야 될 부분이 많지만 무시하겠습니다. 그리고 모아쓰기로 인한 음절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 풀어쓰기를 하겠습니다.

ex) she is really beautiful. (영어의 로마자 표기)
ㅅ ㅜ ㅣ ㅇ`ㅣ ㅈ ㅡ ㄹ`ㅣ ㅇ`ㅓ ㄹ ㅣ ㅂ` ㅠ ㅌ ㅣ ㅍ ㅜ ㄹ.

.... 실제로 만들어 본다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제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조합니다만, 저는 한글 문자로 영어 언어를 쓴다는 것은 단순 표기 기호로는 가능하겠지만, 문자 체계로 로마자를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논의한 세 가지 측면을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가 부분, 부분에서 맞출 수 있겠지만, 문자 체계라는 문자의 기본 의의에 맞게 종합적으로 완벽하게 표기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 저 세 가지 한계를 모두 통과하더라도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표기 제약에 부딪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거론한 한글 문자의 음소적 한계, 음절 구성적 한계, 언어 구조적 한계를 모두 뛰어 넘는 한글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이라는 알파벳(기호적 의미)을 쓰고 있는 한글 문자 체계가 아니라 단순히 한글이라는 알파벳(기호적 의미)를 쓰고 있는 아예 다른 문자 체계입니다.


최근 한글 문자가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문자 체계로 채택되었습니다. 이는 찌아찌아족 언어가 여러 언어학적 조건을 검토해보았을 때 다행히도 한글 문자체계의 표기 규약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영어처럼 한글 문자체계의 규약을 뛰어 넘는 언어였다면, 애당초 시도조차 못했겠지요.


그리고 또 국어학자 중 찌아찌아족 언어에 관심이 많은 분이 많을까요? 영어에 관심이 많은 분이 많을까요? 이는 묻는 말 자체가 바보스러운 말일 것입니다. 그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까지 영어에 대한 한글 문자 체계를 세우지 않는 걸까요? 결론만 적자면, 제가 이제까지 설명한 이유로 ‘불가능’하거나, 로마 문자에 비해 아주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몇 장에 걸쳐오며 (영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로마자 대비) 한글의 문자 체계로서의 한계에 대해 적었습니다만, 이는 로마 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 문자도 절대 한국어를 로마 문자의 표기 안에서 적을 수 없습니다. 아니 세계의 어느 문자도 자국 문자 체계를 뛰어 넘는 다른 언어를 자국의 문자 체계 안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설명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길어져 버렸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정말 길어졌습니다. 이제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주신 많은 분들에게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분간 한글과 관련한 설명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내용도 한 열 몇 시간에 걸쳐 썼습니다. 그리고 본문 내용 중에 아직까지 언어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지지 않을 것을 설명을 위해 규정해 쓴 부분도 있습니다. 짧은 지식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오타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읽으시는 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모자라는 설명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다 읽으셨거나, 읽다 지쳐 스크롤 내리신 분들 모두 만세!! 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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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저번 글에 도미놈피자, ⓒiLvERBuLLET님이 유니코드의 한자 수록에 대한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한자가 표의 문자라 문자뜻 하나 하나가 유니코드에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많다. 이를 음절 수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 라는 의견을 붙이셨는데, 두 분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제가 유니코드의 구성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라, 유니코드에 수록되어 있는 코드 수가 이렇다 정도 밖에 알지 못해서 설명이 많이 모자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이라고 말을 붙인 이유는, 한자 음절의 운소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음운은 '음소'와 '운소'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음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ㄱ,ㄴ,ㄷ의 자음, ㅏ,ㅑ,ㅓ,ㅕ와 같은 절대적이고 분절적(딱 봐도 구분이 가는) 소리값을 의미하고, 운소라 함은 음소처럼 소리값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지 않으나 말소리의 한 부분을 이루는 것으로, 길이, 높이, 세기, 억양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자의 어떤 글자가 성조라는 운소로 인해 4가지 높낮이로 발음된다면, 엄밀히 말해 그 글자에 해당하는 음운의 수는 4가지, 즉 4가지 음절로 실현된다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유니코드가 두 분의 말씀처럼 음절 수와 똑같이 이해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근사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 기타 설명없이 '극단적으로' 라는 표현을 써서 무식하게 뭉뚱그렸습니다. 설명이 미흡해 죄송합니다.

주석 2)
1. 키릴 문자 : 그리스 문자를 기반으로 하여 20개의 자음 문자, 10개의 모음문자 1개의 반자음. 2개의 부호로 이루어진 문자, 10세기 초엽 그리스 문자를 모방하여 키릴로스 메토디우스 형제가 만들었고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 계통의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2. 아르메니아 문자 : 아르메니아 공화국의 공용 문자. 기원전 405년에 그리스 문자를 참고로 해서 수도원장인 메스로프 마쉬토츠가 재정한 이래 지금까지 아르메니아 공화국의 공용 문자로 쓰이고 있다.



제가 쓴 내용과 다음에 이어질 내용의 논거는 아래의 책에 근거합니다.

김동소, 한국어 특질론, 정림사
김동소, 중세 한국어 개설, 한국문학사
이은규외 공저,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 박이정
임지룡, 국어 의미론, 탑출판사
그 외 마구잡이로 찾은 국어학 관련 책들과 제 필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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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Q: 그런데, 실제로 로마자는 영어를 표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나요? 몇몇 발음은 표기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던데요. 이에 비해서 한글은 표기 후 발음이 정확하지 않습니까?

A: 이는 통시적 사실과 공시적 사실로 나누어 설명 될 수 있습니다. 자꾸 어려운 말을 쓰냐고 하신다면, 제 배움이 짧아 전문용어로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제가 좀 더 잘 배웠다면, 훨씬 쉽게 설명할 수 있을 텐데요.;; 어쨌든,

여기서 통시적이란 말은 역사적인 변천, 즉 시간적 수직관계를 나타내는 것이고요, 공시적이란 말은 시간적으로 수평적. 타 여러 지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언어 현상을 지칭합니다. 위의 구분이 정확하다고 나눌 수 없겠지만, 대체로 옳습니다.

먼저, 통시적으로,

표기법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낱말이 있는데, 프랑스어 낱말 roi입니다. '임금'의 의미를 가진 현대 프랑스어 roi의 가장 오래된 어형은 서기 880년에 기록된 것으로 라틴어와 같은 모양의 rex였습니다. 이 낱말은 10세기가 되면 reis와 rei로 발음이 달라지고 당시의 발음대로 기록도 그렇게 됩니다. 다시 12세기 후반에 와서 이 발음은 rois와 roi로 바뀌는데, roys와 roy로 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발음이 바뀌는 대로 표기도 따라 바꿔 적다가 인쇄술이 확대되는 16세기 이후부터는 더 이상 표기를 바꾸는 일이 너무나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철자를 roi로 고정하게 됩니다. 그후 이 낱말의 발음은 다시 [rwa]로 바뀌었지만 프랑스인은 12세기의 표기 그대로 roi로 적고 있습니다.

즉, 개별 언어에서 말은 변하는 데 표기가 안 변한 경우가 많습니다. 표기 효용 때문에 말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표기를 안 바꾸는 것이지요. 역사적으로 영어발음이 실질 표기와 차이가 많이 나는 데는 위와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예시한, 프랑스어 낱말 "roi" 처럼 지칭하는 말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철자법을 계속 바꾸면 오히려 생활에 불편하니까 실질 발음과 다르더라도 그냥 굳혀 쓰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공시적으로, "현재 쓰고 있는 발음 자체도 화자가 실제로 어떻게 발음하느냐?" 따라 달리 발음될 수 있습니다. 다른 언어 체계는 제가 몰라 한국어로 설명을 대처 하겠습니다. 흔히 비음동화와 유음화의 구분 'ㄴ,ㄹ' 연달아 올 때, ㄴㄴ으로 발음 되느냐, ㄹㄹ로 발음되느냐?

ex) 임진난[임진난], 권리[궐리]

위의 두 예처럼 대체로 습관화된 동화 등에도 사람에 따라 [임질란]으로 발음하고 [권니]등으로 발음합니다. 즉 한글도 실제로 달리 발음되는 표기를 한 가지로 규약해서 쓰고 있다는 겁니다.

이 두 측면 중에서, 실제 발음 변화를 영어의 표기가 따라가지 못한 이유는, 공시적이라기 보다는 통시적 사실에 근거 합니다. 대체로 알파벳이 정착한 것이 B.C 1000년 정도니까 지금은 대략 3000년이 흘렀네요. 이와 같은 3000년의 흐름동안 알파벳 표기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실질 발음상의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럼 그에 비해 한글은 한국어 발음에 고정되어 있지 않느냐? 이에 대한 확신은 어느 국어학자도 확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글이 한국어 표기로 자리 잡은 지 이제 600여년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래 아 '.' 라던가, '△'등의 자모표기가 사라지고 위의 자음들로 표기된 낱말들은 이제는 달리 표기되고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보면 우리는 생뚱맞은 단어로 그 당시 단어를 지칭하고 있는 셈이지요. 로마 문자와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로마자 단어는 그 낱말들이 로마자로 표기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그 긴 시간 동안 특별하게 다른 표기가 첨가되지 않아 발음과의 괴리 눈에 보이는 정도이고, 한글의 경우 한국어를 표기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표기 자체도 많이 바뀌어 한국어 화자의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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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yrinth    친구신청

몰라...읽다가 포기했음. 좀 쉽게 다시 써주세요.

똥꼬가쓰라려    친구신청

이건 마이피용이 아닌듯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Labyrinth// ㅋㅋ. 처음 3줄 요약만 보시면 끝입니다. ^^

똥꼬가쓰라려// 제가 접근성 좋게 남기고 싶어서 그냥 올려보았습니다~`. 유심히 보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Labyrinth    친구신청

3줄 요약의 이유가 알고 싶은건데, 그걸 알기가 힘들다는 말이죠 전 ㅎㅎ

아아러랴    친구신청

님의 글 중 오류가 있는 부분은 유성음ㅂ은 과거 우리나라 발음상 존
재했습니다.

중세 표기의 ㄲ ㄸ ㅆ등 과 같이 쌍자음으로 표기 된 발음 현재의

된소리 발음이 아닌 유성음 표지였습니다. 오히려 ㅅㄱ ㅅㄹ 등과

같이 병서된 문자가 된소리 표지를 하고 있는 겁니다.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Labyrinth// 아~. 죄송합니다. 지식이 짧으면 설명이 길어진다고 그게 딱 제 꼴입니다. ㅠ.ㅠ 제가 위의 내용을 비전공자들에게 수이 설명할 수 있다면 학부생 지식이 아닌거지요.

흠. 적을 때는 세세한 것까지 다 설명되어야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달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네요. 다음에 중점 문장만 뽑아서 요약해 보겠습니다.

아아러랴    친구신청

이는 애초 당시 너무 많은 소리를 만들 수 있었던 국어와 시대적 흐

름이 각박해지면서 유성음 보다는 보다 명확하게 발음하기 쉬운 된소리

거센소리 계열로 문자가 옮겨가면서 쇠퇴했기 때문입니다.

Labyrinth    친구신청

꼬라박지호//감사합니다. 친구신청 하니 받아주세요.

아아러랴    친구신청

또한 창제 이후 우리 국어에서 자음의 연서가 없었다고 하시지만

실제 중세국어에서는 ㅄ계열의 ㅄㄱ ㅄㄷ 과 ㅂ계열의 ㅂㄷ ㅄ ㅂㅈ

ㅂㅌ 등이 엄연히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없다고 하신 이유를 모르겠네요.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아아러랴// 우선, 오해가.. 현재 한국어의 한글 표기에는 유성음 표기가 없다는 말입니다. 둘째, 중세 한국어의 유성음 표기가 이론적 '구분'이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되었느냐에 따라 학파가 갈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아러랴    친구신청

없다나 불가능 햇다기 보다는 님이 말한 통시적으로 우리언어 습관에

맞추어 필요없는 부분이 삭제 되고 변형되고 축소 된 부분이라고 하는게

맞는 설명이 아닐까요?

정지하겠습니다    친구신청

논문돋네...

푸른 날개    친구신청

실생활에 사용되었다는게 지배적 학설 아닌가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Michale Owen    친구신청

오 진지해!!

아아러랴    친구신청

유성음 표기의 사용은 유성음 ㅂ의 경우는 확실히 학자들도 사용했다는데

의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창제자 이냐 아님 현실적음운이냐라는 부분에서

현실적음운이라는 점에서 한글 자모안에 못들어 갔으며 소멸시기 또한

15세기말로 그 존재 시기가 짧았다라는 점이 지적을 받는것 뿐입니다.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흠. 이게 또 갈립니다. 본문에서 적었지만, 이런 합용병서의 구분이 불분명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두고 해석이 나뉘는데 첫째는 이기문학파(실제 소리되었으나 사라졌다.) 둘째 김동소학파(애당초 이론적인 구분에 불과하며 동국정운에서 보듯 중국어 표기의 유용성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졌다.) 인데, 저는 김동소 학파에서 배웠거든요. 누에는 뽕잎을 먹는다고 아무래도 좀 기울어서 썼네요. 죄송합니다.

관련 내용이 음소 부분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참조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 한글의 한국어 표기에는 유무성의 구분이 없다.' 입니다.

아아러랴    친구신청

그렇죠 현재의 우리나라는 3지적 삼관속 체계로 유기의 유무로 음운

구별하고 있으니 유성의 유무로 2지적관점을 가지는 언어와 차이는

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언어도 나른

외국어로 표현할수 없다라고 하는게 좀 더 괜찮을 듯 싶은데요.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아아러랴// 님과 제가 지금 대립되는 게, 님께서는 '기호로서의 표기'를 말씀 하시는 것이고, 저는 '그 '표기'가 '문자'로서 당시 중세 한국어로 '사용'되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조금 다르지요?

훈민정음은 한국어에 대해 굉장히 이상적인 표기법을 담고 있습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헌을 벗어나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방점까지 찍히는 성조 표기를 과연 당대 조선어 사용자들이 썼느냐?의 문제입니다. 본문에도 있지만 그 이상적 표기도 문헌에 따라 20년 안에 사라지는 것도 있거든요. 이런 걸 볼때 이상적으로 구비는 해 놓았으나 단지 그건 표기에 불과하고 실생활에서 쓰이지는 않았다 라고 보는 학파도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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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국어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과연 한글이 타 문자체계보다 우수한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그에 대한 답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어떤 문자가 우수한가?’라는 질문은 애당초 잘못된 질문임을 알게 됩니다. 제 은사님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각 나라의 문자는 자국의 언어체계 내에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이 평범한 말이 곧 진리임을 알게 됩니다.

라고 붙였습니다. ^^

아아러랴    친구신청

꼬라박지호// 이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 음운습관을

바탕으로 이러한 자모체계가 굳어진 상태에서 라틴계 언어의 한글 적

용자체가 님 말처럼 무리 일지 모릅니다. 인식상 유성과 무성을

동일 음운으로 처리하는 우리의 언어습관상 무리 이겠죠.

하지만 문자로서의 창제 당시의 언어규범으로 생각해보자면

유기성과 유성을 둘다 표현해 줄 수 있도록 창제된 한글 쪽이 더

맞다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입니다. 현재 음운이야 당연히

우리내 언어습관에 맞춰 변해온거니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한글로 이건 유성음이다라고 표기해줘도 우리가 인지를 못하죠.

hardis    친구신청

잘 읽었습니다.
평소 막연하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아아러랴// 죄송합니다. 자리를 옮겨서 답글이 늦었습니다.

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는 걸 수긍하면서, 제가 몇 마디 더 붙이겠습니다.

대개 한국어 화자들은 한글의 기호로서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며, 이는 분명 사실입니다. 님의 의견의 주된 부분도 '기호'로서의 한글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으시지요.

그러나 기호로서의 가능성이 높다고 그게 문자로서의 활용성으로 바로 이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호와 문자의 구분 어정쩡한 구분이 오히려 한글의 가능성에 대한 오해를 낳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계속 논의 된 점은 음소 계열의 문제 였습니다만, 음소 논의(기호측면이 강함)벗어나 음절의 문제(저는 여기서 모음수의 차이를 논했습니다.), 그리고 문장에서 어형 변화의 직관성(굴절어 체계에서의 라틴 문자의 강점)을 감안한다면,

문자가 없는 나라라고 한들, 한글이 라틴 문자에 비해 더 유리하다고 말할 근거가 부족한 셈입니다. 제 생각에는 굴절에 계통이면 라틴 문자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보다 본질적인 초점은 한글의 우수성이 아니라, '특정 계통의 언어에는 특정 문자가 유리하다.'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어느 문자도 보편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라는 겁니다.(이게 긴 내용의 중심문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호'의 측면에서(제가 글 서두에 무척이나 강조를 했습니다. 기호와 문자는 다른 층위라고요) 한글의 가능성에 매혹되어 뒤이은 언어학적 고민을 덮는 게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도로 작성한 내용이니 아량으로 보아주시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ps. 음소의 논의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흠.. 배움이 다르면 패러다임이, 패러다임이 다르면 해석이 다르다고 했던가요? 어디까지나 제 짧음의 부덕입니다. 넓게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ps2. 사실 이 글은,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어디 디자인 교수가 끄적인 칼럼에 반쯤은 분개해서 논의된 글입니다.(쓰기는 그 전에 썼지만), 언어학적 고찰도 없이 교수라는 직함만 믿고 타 분야에 글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유사한 논의로 칼럼니스트 하재근씨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쓰셨는데요. 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좀 우려의 시각이 있습니다. 왜냐면 '오해의 소지가 많은 내용을 진실이라 믿는 것'도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여튼, 꼼꼼히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

연두훗    친구신청

글 내용이 전문가 수준이네요^^
저의 의견을 말씀드린다면 한글은 어떤시각에서 본다면 매우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논리를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하지만, 소견이 그렇습니다.
올2013년에는 꼭 한글의 소중함을 되세기며 휴일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듭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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