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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상식에 관하여 (16) 2014/01/06 AM 04:01
* 링크를 참조하세요.

저도 댓글을 달았습니다. "취업준비용 일반상식 책 보면 깜짝 놀랄 분들이 많겠네요."라고 시작하는 댓글입니다만. 아까 저렇게 쓸 때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상식의 범위는 넓어요'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목젖=Adam's apple'까지는 몰라도 '아담이 따먹은 것=선악과=사과'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시 댓글들을 찬찬히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상식(常識) 「명사」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 ≒보통지식.


상식의 정의입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우리가 '보통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기준은 어떻게 정하죠? 사실과 개념들마다 설문조사를 하면 될까요? 그럼 사람들의 몇 %가 알고 있으면 될까요? 60? 70? 대답하기 힘듭니다.

물론 이른바 '상식'이 저렇게 결정되지는 않을 겁니다. 한 사회나 집단에서, 시간의 흐름과 생활에 따라, 어떤 것들이 자연스럽게 전파되고 받아들여질 때에, 우리는 그걸 상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그 테두리가 명확하지도 않을 거구요. 그냥 이 정도로 덮고 넘어가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 저는.

"취업준비용 일반상식 책 보면 깜짝 놀랄 분들이 많겠네요."라고 대꾸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깜짝 놀랐었습니다. 일반상식책을 보고 말이죠. '뭐야,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곧 받아들였습니다. '그래,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구나. 읽고 외워야지'하고.

여기서 상식이 뒤틀립니다. 상식이 '취업용 지식'이 됩니다. 사실 그건 상식이 아닙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채용을 위해 울타리를 친 지식들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출판사에서 잡다한 지식들을 끌어모아 '일반상식'이라는 딱지를 붙여 책을 내고, 그걸 인사 담당자들이 펼쳐들고 문제를 내는 거죠. 그러니까, 취업준비용 일반상식 책에 나와 있는 항목들은 상식이 아닙니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겹치는 것도 있을 거고 뭐...)

더 심한 건, 링크의 댓글들에서 볼 수 있는데, 상식이 '이것도 모르냐?'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뉘앙스로 댓글을 달았네요. 부끄럽습니다. 더구나 목젖이 아니라 울대뼈라고 칭해야 정확하다는 것도 다른 댓글을 통해 배웠습니다. 음, 글쎄 이건 상식일까요 아닐까요?

지식이, 앎이 조롱과 비아냥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상식'이라는 단어의 미묘함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상식에는 지식 말고도 다른 뜻도 붙어 있습니다. 우리가 '몰상식하다', '상식 밖의 행동이다'라고 말할 때 말이죠. 그때 상식에는 윤리적 도덕적 의미도 따라옵니다. 상식 이하다, 의 뜻은 인간 이하다, 인간성이 더럽다, 이기도 하니까요. 즉 상식이라는 말 위에서 지식과 도덕이 엉키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어떤 사실을 모르는 것이 비인격적인 게 되어버리는 거죠.

정반대입니다. 지식이 경멸의 도구로 사용될 때, 그것이야말로 비인격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입니다.

물론 지식과 윤리를 같은 선 위에 세우는 건 아주 오랜된 경향입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많이 안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해도 된다'라고 하지는 않아요. 하물며 '아담의 사과' 같은 사소한 것이면 말해 뭘 하겠어요.

끝으로 링크에 달린 댓글을 퍼서 적습니다. 사전의 뜻풀이보다 저 말이 더 가슴에 와닿고 실제 용례에 알맞은 것 같기도 해서요.

"상식은 이런류의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상식은 모두가 동의 하는 사실을 말하는 거죠. 예를 들면 누구든 다른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 사람 사이에는 상하가 없다거나 사람을 매매할 수 없다는 것 등등. 왜 상식이라고 하는 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못배워도 동의 하는 것이 상식이고 배워야만 알 수 있는 저런 것은 그냥 지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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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니    친구신청

ㅊㅊ 추천이 없는것이 아까운 글이군요..

가는면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하지않겠는가?    친구신청

개념안에 개념을 지닌 개념글이네요.ㅊㅊ없나진짜

가는면    친구신청

이 댓글은 추천안에 추천을..;; ㅎㅎ 감사합니다 ㅋ

Acid林    친구신청

ㅊㅊ 논란 종결!

가는면    친구신청

쑥스럽습니다 하핫

강아지렁이    친구신청

인생에 도움이 되는 멋진 글이라능

가는면    친구신청

앗 그 정도까지는; 부끄럽네요;

롤링스뎅즈    친구신청

배워야만 알수있는게
요즘의 흔한 취업용 일반 상식

그냥 고딩때 수능보듯이
얘가 기본은 되나 보는거

그래서 작금의 취업용 상식은 알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는 일베가 탄생

가는면    친구신청

그쵸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먼저 갖춰야 할텐데요..

스웨덴세탁소    친구신청

상식의 범위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
http://youtu.be/kaDnRprVV0Q?t=5m35s

그런데 애덤스 애플은.. 중학교 영어에서 보통 배우고 넘어가는 부분이라.
일반적 상식에 앵간하면 포함된다 생각.
교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아킬레스건 처럼 특별하게 짚고 넘어가는 부분

가는면    친구신청

안철수씨 강연이네요 ㅋ
음, 강연에서 안철수씨도 말했듯 그걸 '커뮤니케이션',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도 중요할 것 같아요.

Red-Paper    친구신청

예전에 생활 수학이라는 교양수업에서 마방진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죠. 당연한 상식이라 생각했는데 친구녀석이 모르더군요;; 안타깝게도 위 논쟁처럼 전 친구를 이상하게 바라봤고 급기야 다른 사람들도 아는가에 대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다녔었죠;; 결론은 은근 많이 모른 다는 거였어요;;;
그 이후 내자신이 안다고 해서 상식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 글에서 처럼 그런 상식이 아닌 얄팍한 지식을 앞세워 상대를 비아냥 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는면    친구신청

네, 맞아요 맞아요.
그저 우연히 알게 된 사소한 지식일 수도 있으니까요.

IncomeCountry    친구신청

근데 아담이 따먹은 것=선악과는 포도라는...

http://blog.daum.net/johnkchung/6717945
http://musiki.blog.me/40099679864

가는면    친구신청

링크 들어가서 읽어 봤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고, 또 그 오해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감사합니다! 또 새로운 걸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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