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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00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 The 400 Blows, 1959) (2) 2014/07/10 PM 09:08


400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 The 400 Blows, 1959)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첫 영화.
앙트완이라는 소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영화 속의 에피소드 대부분은 감독이 실제로 겪은 일이다.
소년 앙트완은 말썽꾸러기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아무도 없고, 계부와 어머니 사이의 위치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늘 눈치보고 살아야 하는 집은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친구와 바깥 세상을 떠돈다.
어느 날 결석 이유를 묻는 선생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터무니 없는 이유를 대고, 혼난 뒤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그 후에도 비행은 계속된다.
결정적으로 앙트완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작문시험이다. 영화 속에서 글쓰기에 대한 에피소드는 반복되는데, 글을 쓴다는 행위는 아마 시험이든 뭐든 '문서'로 대표되는 모든 권위를 의미하는 것 같다. 어머니와 시험을 잘 보기로 약속했는데, 이건 일종의 권위에 대한 순응으로 그간 학교에서, 집에서 권위를 무시하고 바깥세상으로 탈출하려고만 했던 앙트완에게는 대단한 결심이고 변화였다. 앙트완과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씬들이 지나가고, 발자크를 좋아하는 앙트완은 작문시험에 발자크의 글을 인용한다. 발자크를 좋아했던 일은 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선생은 표절이라며 앙트완에게 0점을 주고, 비행은 가속화된다. 친구인 르네와 함께 아버지의 회사에서 타자기를 훔치고 팔아버리려다 돌려 놓지만 결국 경비원에게 잡힌다. 감화원으로 가는 호송차량에서 보는 빛나는 도시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감화원에서의 에피소드들은 더 인상적이다. 정신 상담사와의 대화는 앙트완이 대화에 얼마나 굶주렸으며, 이해와 관심을 필요로 했는지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어머니의 면회 장면에서는 그녀가 자신을 별로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고, 축구를 하던 도중 앙트완은 감화원을 탈출해 무작정 달린다. 우리의 영혼은 순간마다 어머니인 바다로 뛰쳐나가게 되어있는지 앙트완은 해변에 도달한다. 흑백의 화면이라 더 황량해보이는 바다에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아무 것도 없다.

400번의 구타가 오역이라지만, 생각해보면 400번의 구타만 있었을까 싶다. 혀에 숨긴 칼은 잘 벼린 명도보다도 훨씬 날카로와서 베이면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거기에 응당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믿는 가족이 주는 상처는 어떠한가. 이는 훨씬 더 깊게 영혼의 조각조각에 새겨지기 마련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무심코 어느 날 던진 사소한 말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것은 더 분명하다.
400번 아닌 4000번, 40000번의 구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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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언젠간 꼭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이상하게 뉴벨바그에서 그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린다는 고다르 작품들만 봤네요. 장 피에르 멜빌 작품들도 못봤고...

Egyptian Blue    친구신청

고다르 영화는 정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나봐요. 저랑 대체로 평이 비슷하던 친구들도 경멸 같은 영화를 볼 때면 평가가 다 다르기도 하고....
전 아직 고다르 영화를 제대로 본 게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에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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